여전사들, 방어적 경영 기조 집중할 듯
신용카드와 할부리스 업계 모두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부담이라는 구조적 리스크에 갇힌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자산건전성 지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수익성 방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 소비 위축·연체 증가…카드사 성장에 ‘빨간불’
3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9일 ’2024년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잠정)’을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0.3% 증가했다.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사들의 연체율 상승세 흐름은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2월 카드론 잔액이 42조988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5월 역시 4월 대비 카드론 잔액이 1565억원 증가했다. 차주들의 연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카드사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1분기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합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한 5605억원으로 나타났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2%로 전년보다 0.2%포인트(p) 하락했고, 대손비용률은 2.4%로 0.3%p 상승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 같은 카드사 수익성 저하에 대해 ‘한계차주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김석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높아지고 있으나 가계소득은 정체되고 있어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카드사 전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카드사 연체율과 충당금커버리지비율의 변화가 주목된다.
김 연구원은 “3월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8%로, 2021년 말 1.1% 대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충당금커버리지비율도 같은 기간 367.0%에서 263.7%로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상각 및 매각을 통해 연체 자산을 정리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가계의 부채상환능력 저하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사의 성장성 전망 역시 밝지 않다. 국내 소매판매지수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소비자심리지수도 5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소비 위축과 가계부채 증가세는 신용카드 업계의 성장성을 제약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가맹점수수료율 추가 인하, 고금리 환경 속 이자비용 부담 지속 등도 카드사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익성 확보와 자산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을 보다 정교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할부리스업, PF 영향 직격…실적 개선 여지 제한
할부리스업 역시 경기 둔화와 고금리 영향으로 자산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분기 기준 자산규모가 10년 만에 역성장을 나타냈고, 수익성도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중심의 대손비용 증가와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1분기 말 기준 유효 신용등급을 받은 26개 캐피탈사의 총자산은 219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 감소했다. 업계의 조정총자산순이익률(조정 ROA)은 1.0%로, 전년 동기(1.2%)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1분기 할부리스사의 수익성이 저하된 가장 큰 요인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등으로 인한 기업대출 부실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대손비용률은 전년 말(0.9%)에서 1.1%로 0.2%p 상승했다.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도 여전하다. 국내 할부리스사의 PF 대출액은 2022년 말 27조2000억원에서 2025년 3월 말 20조2000억원으로 줄었지만, 연체율은 같은 기간 3.0%에서 4.4%로 오히려 상승했다.
박 연구원은 “할부리스사의 PF 익스포져 규모는 줄었지만, 지방 사업장 중심의 연체율 증가는 향후 대손비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며 “지방 비중이 높은 일부 캐피탈사의 경우 위험 노출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업대출 전반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박 연구원은 “전체 연체율은 2.1%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BBB급 캐피탈사의 연체율은 1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체율 증가는 PF뿐 아니라 중소기업 담보대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발생 중이다.
하반기 전망과 관련해 박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금리 부담은 일부 완화되고 있으나, 과거 고금리 여전채 차환 부담과 높은 차입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전사들은 방어적 경영 기조를 집중할 것으로 보여진다.
여전업계 한 관계자는 “각 회사들이 당분간 수익성 확대보다는 리스크 억제와 비용 관리 중심의 방어적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 상승, 지방 중심의 PF 리스크 등 복합적 위험 요소가 얽혀 있어, 개별사의 리스크 프로파일에 따라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