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발행 시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과 비용 통제 병행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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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드업계가 2분기 들어 수익성과 건전성 양 측면에서 흔들리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소비 둔화, 대손비용 확대에 더해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압박이 가해지는 양상이다. 순익 역성장은 물론, 연체율 상승세가 뚜렷해지며 구조적인 건전성 저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여전채 투자 매력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 줄어드는 카드사 순익…악화되는 영업 환경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 등 6개 전업카드사의 2025년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1조1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2분기 기준으로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 급감했다. 이자비용과 대손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결과다.

신한카드의 경우 각종 비용을 반영해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43% 감소, 상반기 전체로는 35% 줄었다. 최근 상승세인 삼성카드도 2분기 순익이 18.2% 줄고 영업이익은 19.4% 감소했다. KB국민카드의 상반기 순익은 1813억원으로, 29.1% 줄었고 하나카드도 상반기 순익이 5.5% 감소했다. 우리카드는 상반기 순익 760억원으로 9.5% 감소한 가운데, 현대카드만 유일하게 1% 증가한 1655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 정책 변화, 비이자이익 정체, 마케팅비 부담까지 겹치며 대부분 카드사가 하반기 체력 회복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업계가 체감하는 더 큰 문제는 ‘수익성’보다 ‘건전성’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비은행금융기관 전체 연체율은 2022년 말 1.75%에서 2025년 1분기 말 4.92%로 급등했다. 특히 카드사와 캐피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폭이 가파르다.

카드사별로도 연체율은 오름세다. 우리카드는 2분기 연체율이 1.83%, 하나카드는 1.72%, KB국민카드는 1.61%, 신한카드는 1.49%를 기록했다. 대부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중심의 고금리 대출에서 연체가 확산되면서 대손비용이 급증했고, 이는 카드사 이익을 정면으로 압박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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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대손비용으로 약 6700억원을 전입,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그 결과 신한카드의 BIS 총자본비율은 0.5%p 하락했고, 다른 카드사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반의 자본적정성에도 그림자가 드리운 셈이다.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는 카드사의 대출 한도를 줄이고, 고금리 대출을 억제하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자산 성장은 정체되고 있으며, 이자이익 확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규제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카드사의 수익모델 전반을 제약하는 ‘이중 칼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달비용도 불안 요인이다. 6월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채 금리는 반등했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AA- 등급 여전채 3년물 민평금리는 6월 말 대비 15bp 상승한 3.4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용스프레드도 9bp 확대됐다.

여전채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면서, 카드사 조달 부담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올해부터 본격화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안화와 7월 금통위의 완화적 메시지를 감안하면, 무위험 금리 자체는 하방 압력을 받고 있어 여전채 레벨 안정화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 그래도 여전채는조건부 매력


이처럼 카드업 전반이 위기 국면에 놓였지만, 여전채 투자 매력은 조건부로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국고채 대비 여전채는 상대적으로 높은 스프레드(가산금리)를 제공한다. 

7월 말 기준 여전채 금리는 전월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A~AAA+ 등급 35년물 여전채의 경우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AA- 등급 여전채 3년물의 민평금리(민간평가사 평균 금리)는 3.49%로 집계됐으며, 이는 6월 말 대비 15bp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신용스프레드도 9bp 확대되며 크레딧물 전반에 대한 수요 둔화 흐름이 감지됐다.

여전채 금리 상승은 투자자 입장에서 캐리(보유) 전략의 매력을 일부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신용스프레드가 다시 축소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하단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자산건전성 지표는 악화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과 비용 통제를 병행하고 있어, 시장금리 하락과 만기도래 물량 축소 등 여건을 감안하면 선별적 카드채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한 달간 국고채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여전채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며 “이는 신용물에 대한 상대적 매수 심리 약화와 함께 여전채 자체의 금리 메리트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카드사들의 자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과 비용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금리 하락과 신용등급 안정성, 만기도래 물량 축소 등을 고려할 때, 캐리 확보 목적의 카드채 투자는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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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산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용 관리가 카드사 펀더멘털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7월부터 적용된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으로 공격적인 자산 성장은 어렵고, 카드사용 증가에 따른 완만한 성장만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여전채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채를 투자할 때 대상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AA등급 이상인지, 모회사 금융지주의 유동성 지원이 가능한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 시기에 스프레드는 오르는 비정상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여전채는 단기적인 채권 가격 변동보다 각 카드사의 체력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에 카드사들이 대거 동참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카드사의 어려움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은 사실상 카드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결국 2분기도 순익 감소와 연체율 상승, 대손비용 확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어려운 분기’였고, 하반기에도 DSR 규제, 경기 둔화, 조달비용 불확실성 등 삼중고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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