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비은행·디지털·해외 역량 강화
농촌 및 중소·중견 특화 정책금융 박차

대한민국 경제는 저출생·고령화저성장 고착화글로벌 경쟁 격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이 가운데 고부가가치 산업인 금융업의 글로벌 진출과 경쟁력 강화연금 제도 개편을 통한 국민 자산 축적상생금융에 대한 사회적 요구 충족 등은 미래 성장을 위한 과제스트레이트뉴스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대응 전략과 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찐하게’ 바뀌어야  한국 경제의 방향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성태 IBK기업은행 행장
(왼쪽부터)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성태 IBK기업은행 행장

이찬우 회장이 이끄는 NH금융지주는 농협은행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비은행·글로벌 사업을 본격 강화하며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과 NH-Amundi자산운용은 자산관리와 IB 경쟁력을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 중이며, 농협은행은 디지털·해외 전략을 병행해 그룹 내 비중 재편을 이끌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생성형 AI 플랫폼과 베트남·폴란드 법인 설립을 축으로 정책금융의 디지털·글로벌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중기대출 확대, 스타트업 글로벌 지원, 연금·신탁 서비스 고도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 전용 종합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 NH금융지주, 비은행·글로벌 강화로 수익구조 전환 본격화


23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NH금융지주는 고금리 수혜로 2023년까지 그룹 순이익의 약 90%를 NH농협은행이 담당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런던과 싱가포르 지점 개설을 마무리하며 해외 채널 구축을 사실상 완료했다. 향후에는 점포별 사업모델 고도화, 현지화 기반 수익성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여기에 인수합병(M&A) 및 지분투자도 병행해 글로벌 사업 비중을 2030년까지 손익 기준 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디지털 전략의 핵심은 NH올원뱅크다. 비대면 플랫폼 중심의 고객 접점을 확대하면서 외국인, 청소년, 개인사업자 등 신규 타깃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AI 통번역 서비스는 2024년 상반기 중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바 있다. 또한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예금토큰 시범사업에도 참여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록사다리 신용지원’, ‘행복채움 금융교실’, ‘일손돕기’ 등은 단기 봉사활동을 넘어, 농촌지역 청년층과 교육 사각지대를 연결하는 구조적 기여를 겨냥하고 있다. 2024년 기준 5136명의 직원이 3만5000 시간 이상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NH금융지주가 최근 들어 비은행 부문과 글로벌 확장을 강화하며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금리 하향 기조가 이어지고 증권·자산운용 부문의 성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은행 중심 수익구조의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23년 기준 NH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은 약 9.8%를 차지했으나, 지주는 2025년까지는 이를 1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NH-Amundi·NH농협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 간의 전략 연계와 글로벌 확장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파크원타워. NH투자증권 제공.
여의도 파크원타워. 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은 2024년 4월 기준 위탁자산 1억 원 이상 고객 수가 22만명을 넘어서며 2019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30억원 이상 자산가도 4735명으로 늘어나 초고액 고객 기반 역시 탄탄해졌다. ‘프리미어블루 패밀리오피스’는 2021년 10월 출범 후 180개 가문을 유치해 업계 최다 규모를 기록 중이다.

퇴직연금 부문에선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알고리즘의 평균 수익률이 28.3%(코스콤 테스트베드 기준)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해외주식 부문도 ‘해외투자 새로고침’ 캠페인을 통해 정보 비대칭 해소, 수수료 제로, 거래 편의성 등 3대 전략을 제시하며 투자자 접근성을 높였다.

IB 부문에선 올해 상반기 공개매수 딜 9건 중 7건을 주관했고, 여전채·유상증자 주관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IB 명가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NH-Amundi자산운용은 설립 22년차를 맞은 국내 유일의 외국계 합작사로 현재 65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대체투자, 장외상품 등 비전통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ESG 투자 부문에서도 산업별 우수 사례를 축적해 향후 상생금융 전용 펀드 조성 등 공익 투자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이진영 NH-Amundi자산운용 상품전략본부장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산운용사가 단순히 펀드·ETF 제공을 넘어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 자산배분, 위험관리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글로벌 본사인 Amundi의 자산관리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특히 ETF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배당 기반 포트폴리오 설계를 통해 리테일 고객까지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IBK기업은행, 중소기업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 주도


김성태 행장이 이끄는 IBK기업은행은 정책금융의 틀을 넘어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전략을 기반으로 중소기업 금융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IBK 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플랫폼을 전사적으로 확장 중이며, 외부적으로는 베트남, 폴란드 등 주요 신흥국에 현지 법인을 신설하며 글로벌 거점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은행 내부망에 자체 구축 중인 생성형 AI 플랫폼 ‘IBK GPT’는 RAG 기술을 기반으로 규정·업무매뉴얼 등 행내 자료를 연동해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였다. AI 기반 정책사업 추천, 가상인간 영상 제작, 맞춤형 뉴스 요약 서비스 등이 실무에 적용되고 있으며, AI 활용 공모전과 사내 교육도 병행해 현장 접목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서 정책금융의 실행력을 높이는 기술적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IBK는 2024년 11월 폴란드 법인 인가를 조기 획득하며, 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핵심 생산기지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베트남 법인도 중앙은행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으며, 중국·인도네시아·미얀마에 이어 다섯 번째 현지법인을 추가했다. 이로써 IBK의 해외 거점은 13개국, 60개 지점 규모로 확대됐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도 정책금융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팔로알토에 설치된 ‘IBK창공 실리콘밸리 데스크’와 독일 자를란트주의 ‘IBK창공 유럽 데스크’는 사무공간 지원, 현지 VC 연결, 법인 설립 지원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스케일업을 실질적으로 돕는다. 향후 실리콘밸리 데스크는 사무소 전환과 함께 투자 기능까지 강화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중장기 자산관리 시장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IBK 내뜻대로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 대비 실행력이 높고 맞춤형 설계가 가능해 고령화 사회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IBK 연금Easy’는 자산 진단, 연금 시뮬레이션, 콘텐츠 구독 등으로 연금 수익률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높이는 통합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대출 분야에서는 IBK 전용 플랫폼 ‘IBK BOX’가 비대면 대출통로 기능을 강화하며 ‘2025 글로벌 최우수 중기대출 디지털 솔루션상’을 수상했다. 안면인식, 공공 마이데이터 연동, 자동 서류 수집 등을 접목해 중기 대출의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2024년 1~2월 중기대출 순증 규모가 3.6조원으로, 은행권 전체 순증액의 73.5%를 차지했다.

소재·부품·장비, 창업, 혁신산업 등 분야별 공급 목표도 세분화돼 있으며, 연간 중기대출 공급 목표는 전년 대비 4조원 증가한 64조원이다. 이는 단순 대출 확대가 아닌, 분야별 산업육성과 연계된 정책금융 실행 전략의 일환이다.

IBK는 정부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전략그룹장을 반장으로 하는 전사 전략 TF도 구성했다. 정책 방향 분석, 전략산업 육성, 소상공인 지원 등을 기민하게 연결하기 위한 조직으로, 신정부 정책의 일선 집행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비은행 계열사인 IBK투자증권도 디지털 플랫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2024년 11월 MTS ‘IBKS Wings’ 출시 후 최근 시그널엔진, AI 챗봇, 공시분석 등 AI 기반 기능을 전면 배치하는 등 지속적인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는 “단순 매매를 넘어 고객의 자산증식 도우미가 되는 플랫폼”이라며, “연내 신규 기능과 서비스 업데이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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