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저출생·AI 시대 맞춘 보험업 확장
펫보험·요양사업·헬스케어...글로벌로 무대 넓혀

대한민국 경제는 저출생·고령화저성장 고착화글로벌 경쟁 격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이 가운데 고부가가치 산업인 금융업의 글로벌 진출과 경쟁력 강화연금 제도 개편을 통한 국민 자산 축적상생금융에 대한 사회적 요구 충족 등은 미래 성장을 위한 과제스트레이트뉴스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대응 전략과 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찐하게’ 바뀌어야  한국 경제의 방향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이석현 현대해상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왼쪽부터)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이석현 현대해상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이 전통적 리스크 보장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펫보험과 요양사업, 헬스케어 플랫폼, AI 기반 언더라이팅(가입 심사) 등은 수익 다변화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동시에 겨냥한 시도다. 


◆ DB손해보험, 펫보험 생태계 선점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종표 대표와 김정남 대표가 이끄는 DB손해보험은 전통적 보험 수익 구조를 넘어, 헬스케어와 반려동물, 그리고 해외 진출을 아우르는 새로운 성장 곡선을 그려가고 있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체력을 키우는 전략에 방점을 찍고, 특히 저금리 국면에 대응한 비즈니스 모델 재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는 최근 몇 년간 고금리에 힘입은 이자수익 증가로 안정적 실적을 유지해왔지만, 금리 하향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수익 기반의 다변화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DB손보 역시 이 흐름을 감지하고, 올해를 새로운 ‘중장기 전략 실행’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우선 핵심은 미래 먹거리 확보다. DB손보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업무 자동화와 언더라이팅 고도화를 추진하는 한편, 판매비와 관리비의 효율성을 높여 내부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투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K-ICS(신지급여력제도) 비율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고령사회에 대응한 요양사업 진출이 눈에 띈다. DB손보는 요양 기반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며, 고령자·유병자 등 보험 소외계층을 위한 맞춤형 상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보험 보장을 넘어 고령자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케어 사업자’로의 변신을 준비하는 셈이다.

                                     DB손해보험 본사 사옥 전경. D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본사 사옥 전경. DB손해보험 제공.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움직임도 병행되고 있다. 유기동물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안심보험’과 포인핸드 제휴, 스타트업과의 공동사업 등은 단순 기부를 넘은 ‘임팩트 금융’으로 진화하는 흐름이다. 펫보험에 특화된 TFT를 출범시키고, 전용 플랫폼을 구축해 올해에만 배타적 사용권 4건을 확보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반려동물 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에 맞춰 선제적으로 생태계 내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해외 전략은 지역별로 차별화됐다. 북미 시장에서는 수익성을 우선으로, 아시아권에서는 현지 자회사 기반으로 신규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까지 해외사업의 그룹 내 수익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2의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DB손보는 이자수익 중심의 전통 보험모델에 비교적 충실한 회사였지만, 최근 들어 미래 성장 축을 분산하려는 전략이 뚜렷하다”며 “고령사회 대응, 반려동물 시장 선점, 해외 확장 등은 단순 상품 출시를 넘어 비즈니스 전환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현대해상, 유병자·고령층을 위한 상품 설계


이석현 현대해상 대표는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내실 강화’라는 전략적 선택을 고수하고 있다. 보험업 전반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해상은 디지털 기반의 업무혁신, 특화된 고객층 공략, 글로벌 포트폴리오 확장 등을 통해 정교하게 새로운 성장 해법을 짜고 있다.

우선 현대해상은 유병자와 고령자 등 보험 소외계층을 위한 맞춤형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1월 출시한 ‘내삶엔(3N)맞춤간편건강보험’이다. 기존 간편보험보다 세분화된 치료이력 구분을 도입해 35가지 유형별로 보험료를 차등화했다. 가입 이후에도 사고 없이 일정 기간을 유지하면 보험료가 최대 38%까지 인하되는 ‘무사고 계약전환 제도’도 함께 도입해, 가입과 사후관리 모두를 혁신한 셈이다.

회사는 어린이보험 역시 전통 강자로서의 입지를 강화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생활질환, 도수정복술 등 신규 담보를 추가해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했고, 올해는 심뇌질환에 연계된 신생아 질환까지 보장을 확대한 개정안을 선보였다. 여기에 고령층 대상 전담 상담 체계를 구축하고, 어려운 용어 해석과 느린 말 응대 등을 전담하는 실버 상담창구도 운영해 서비스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또한 현대해상은 4월부터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언더라이팅 시스템 ‘2Q-PASS’를 대면채널에 도입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개입해 진행하던 심사 프로세스를, 일정 기준을 충족한 고객에 대해선 AI가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전환한 것이다. 현재 해당 시스템을 통한 체결 비중은 40%를 넘어섰고, 심사 속도와 정확도 면에서 모두 개선 효과를 내고 있다.

현대해상 사옥 전경. 현대해상 제공.
현대해상 사옥 전경. 현대해상 제공.

현대해상은 커넥티드카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운전 습관을 평가하고 보험료에 반영하는 유저 베이스드 인슈어런스(UBI)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월별 안전운전점수 할인 특약’이 그 대표 사례다. 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 차량과 연동돼 월 단위 안전운전 점수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최대 5%가 추가 할인된다. 기존 할인 특약과 중복 적용될 경우 최대 38.6%까지 보험료 절감이 가능해, 고객의 자발적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효과도 크다.

회사는 ‘단계적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진출해 있는 선진시장에서는 수익성을,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선 성장성과 파트너십 기반 확장을 각각 도모하고 있다. 특히, 현지 보험사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를 검토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방식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3세 경영 체제를 준비 중인 현대해상은 인터넷은행 진출 검토 등 미래 금융모델에 대한 구상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발맞춰 제도 변화에 대응하고, 데이터 기반 상품개발과 특허 전략 등으로 기술금융 체질도 강화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거나 상품을 늘리는 전략이 아니라, 고객의 행동과 데이터, 사회 흐름을 정교하게 읽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녹여내고 있다”며 “보험사의 내실 성장 전략이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 KB손해보험, ‘돌봄과 상생’ 역할 확대


구본욱 대표가 이끄는 KB손해보험은 ‘돌봄과 상생’이라는 화두를 중심축 삼아, 보험업의 역할을 재정의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사회공헌의 방향성이다. 단순 기부를 넘어 저출생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난소 건강 바로알기 캠페인’을 시행했고, 미혼 한부모 가정 지원(365베이비케어), 자립준비청년 자립지원(런런챌린지), 발달장애아동 정서지원 캠프 등 ‘돌봄 기반 보험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여기에는 보험 상품 자체를 사회적 가치와 연결하려는 시도도 담겼다. ‘KB금쪽같은 자녀보험’ 초회보험료의 일부를 발달장애아동 프로그램에 환원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안전한 점포 만들기’ 사업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활동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취약계층 아동 대상 이륜차 안전모 보급 등 해외 상생도 확대 중이다.

이처럼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한 브랜드 가치는 디지털 혁신과 헬스케어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자회사인 KB헬스케어를 통해 유전자 분석부터 영양 코칭까지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KB오케어’를 운영하며 기업·개인 고객에게 헬스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비대면 진료 중개 서비스 ‘올라케어’도 흡수하며, 예방-진단-관리 전 주기 헬스케어 체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KB손해보험 강남 사옥 전경. KB손해보험 제공.
KB손해보험 강남 사옥 전경. KB손해보험 제공.

한편 KB손해보험은 올해 초 ‘AI데이터분석파트’를 신설하고 생성형 AI 기반 업무지원 플랫폼을 개발, 인수심사와 보상, 콜센터 상담 등 업무 전반에 AI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콜센터 상담 내용을 AI가 요약해 상담사에게 전달하거나, 약관을 핵심 요약으로 자동 정리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전사적 활용률을 연내 3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고객 접점의 개선으로도 이어진다. 보험용어를 고객 언어로 바꾸는 ‘고객 언어 개선 캠페인’, 내부 워크숍과 고객 패널 운영을 통해 임직원의 고객 감수성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함께 가동되고 있다. 실제로 KB손해보험은 최근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전 부문 상위권을 기록하며, 고객 중심 정책의 성과를 입증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KB손보가 단순히 ‘상품을 잘 파는 회사’가 아니라, 보험업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꾸준히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며 “보험을 둘러싼 생활, 건강, 사회적 위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차별점”이라고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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