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서 시작된 ‘불장’ 비강남권 확산
공급 부족·대출 규제·금리 인하 맞물려
이준구, “집값 미친 듯 뛰는 참사 우려”
가계대출 증가, 아파트값 상승 이어져
규제 확대·맞춤형 핀셋 정책 함께해야
6·3 장미대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져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다양한 정치·경제·외교·통상·사회적 난제들이 해결을 기다리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 그에 따른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국민주권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가늠하고 사회 각 분야 현안을 점검해 보는 특집 ‘창간 13주년 찐한국’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을 넘어 비강남권인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양천구, 광진구, 강동구 등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오는 7월 새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이 지목하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 주요 원인은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금리 인하’ 등 세 가지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원인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자체 집계에 의하면, 올해 전국 아파트 공급 물량은 전년 대비 3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착공 실적도 내려앉아 내년 이후 아파트 공급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대출 규제는 막차 수요를 부추긴다. 여기에 금리 인하기까지 맞물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 최다 기록 갈아치워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5일 기준 7011건으로 신고 기간이 보름가량 남았음에도 지난 5월 5412건 대비 29.5% 증가하면서 올해 가장 많이 거래됐던 3월의 1만227건에 다가서고 있다. 신고 기한을 고려할 때 올해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집값 상승세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도 반영됐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은 강남3구, 마용성, 양천구 등의 아파트값이 올해 내내 오름세를 보였다고 밝혔다(6월 둘째 주 기준). 송파구가 6.88%로 가장 높은 주간 매매가격지수 누적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강남구 6.15%, 서초구 5.64% 등이 상승세를 견인했고, 성동구 3.91%, 마포구 3.4%, 용산구 3.31%, 양천구 3.26% 순이다.
이중 강남3구와 성동구의 매매가격지수는 일찌감치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양천구는 5월 둘째 주에 100.83을 기록하며 2022년 1월 전고점 100.73을 넘어섰고, 마포구는 5월 넷째 주에 101.4를 기록하며 2022년 1월 전고점 101.29를 넘어섰다. 광진구와 강동구의 6월 지수 역시 2022년 전고점 대비 각각 99.6%, 99.2%로 근접하고 있어, 조만간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자치구가 늘어날 전망이다.
“3월달에 강남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에 투자 수요가 마포구, 성동구, 양천구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 동네 목동7단지 전용면적 101㎡형 가격을 보면, 2022년 초에 25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얼마 전에 5억 오른 3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매물도 잘 없다.” (양천구 신월동 K 중개사)
이 같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전셋값도 치고 올라가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글에서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경우, 출범 초에는 집값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행운을 누렸지만,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심상치 않은 집값 폭등 전조에 직면했다”며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장래에 또다시 집값이 미친 듯이 뛰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대출 증가 → 아파트값 상승
아파트값이 오른 배경에 가계대출 증가가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55조3000억원으로 4월말 대비 5조2000억원 늘었다.
지난 12일 기준 KB국민, 하나, 신한,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750조792억원으로 5월말 대비 1조9980억원 늘었다. 문제는 이중 전세자금대출을 합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95조1415억원으로 5월말 대비 1조4799억원 폭증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주택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보면 상승 국면이 더 또렷이 보인다. CSI가 100 이하면 1년 뒤 집값 하락 전망이, 100 이상이면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CSI는 올해 2월 99로 저점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다 5월에 111을 기록했다.
한은은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가계대출 증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실제 가격 상승률보다 8개월 정도 선행하는데, 한번 형성되면 상당 기간 계속되기 때문에 특히 지금과 같은 금리 인하기에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가계부채로 촉발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낮추는 정책을 말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의 방법이 있다. 기대심리가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즉 대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제안인 셈이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SC제일은행, NH농협 등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제 확대와 핀셋 정책 동시에 나와야
“서울 부동산시장 상황이 엄중하다.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망라해 검토하겠다.”
지난 12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가 ‘부동산시장 점검 테스크포스’ 회의 후 내놓은 계획이다.
시장은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나올 것이고, 스트레스DSR 3단계는 이미 예정돼 있으니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또 다른 규제가 포함될 것으로 본다. 서울시는 별도로 마포구와 성동구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규제 확대는 문재인 정부 때 이미 실패한 정책’이므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지역 확대만으로는 부족하고 집값 상승 원인 파악에 이은 ‘정확한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유세를 강화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갭투자로 덩달아 오른 전세값은 전세대출 보증 축소를 통해 해결하는 식이다.
과거 부동산 관련 공약은 대통령 선거의 승부를 가를 만큼 중요했지만, 이번 조기대선은 역대급 ‘부동산 실종’ 선거였다. 현재까지 집값 상승세를 꺾기 위해 새 정부가 내놓은 뚜렷한 정책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거에 저는 집을 주거용이지 투자나 투기용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해 시장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집값 상승세 부추김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투기 방지 안전판도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집값을 잡을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
한문도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아파트값이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로는 단기적 상승에 대응할 수 없고,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을 포함해 투기 수요를 억누르는 것만으로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3기신도시 용적률 상향 같은 정책으로 공급이 빠르게 늘 거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되, 전반적인 규제 확대가 아닌, 보유세 강화나 대출 보증 축소, 임차인 주거안정 등 원인별 대응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