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소매금융 새로운 가능성' 제시
디지털 활용 '글로벌 자산관리' 맞춤 서비스

                                   이광희 SC제일은행 행장. SC제일은행 제공.
                                                     이광희 SC제일은행 행장. SC제일은행 제공.

1분기 SC제일은행은 소매금융 자산이 5.7% 증가하는 등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소매금융 부문에서 철수한 씨티은행과 달리, 자산관리 중심의 리테일 전략을 강화하며 반대 행보를 택한 SC제일은행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은행들에게 성공 모델로 남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이광희 은행장의 전략 전환 선언… “글로벌 자산관리로 재도약”


3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1분기 SC제일은행의 소매금융 자산은 29조4000억원으로, 전분기(27조8000억원) 대비 5.7% 증가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전체 자산도 93조3182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7조4773억원 늘었다.

총자산이익률(ROA)은 0.51%,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23%로 각각 0.32%포인트(p), 5.14%p 상승했다. 

2021년 4월, 씨티은행이 한국시장에서 리테일 사업 철수를 공식 발표했을 때, 국내 금융권은 이를 단순한 철수 선언 이상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2023년 신규 고객 유치를 중단했고, 2024년까지 대부분의 리테일 영업을 종료했다. 소위 ‘씨티 퇴장’ 이후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은행은 점차 존재감을 잃는 듯 보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철수한 당시 일각에선 ‘국내시장에서 외국계 은행의 리테일 모델이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자산관리 사업(WM)을 전면에 내세우며 소매금융 영역에서 다시금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의 이 같은 선택은 단순한 리테일 비즈니스 유지는 물론, 한국 시장에서 외국계 은행 모델의 존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역주행 실험’이라 할 만하다.

1분기 SC제일은행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순이자손익은 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0.12%p)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으며, 비이자이익도 자산관리 수수료 감소 및 외환·파생 수익 약화로 11.1% 줄었다. 반면 대손충당금은 티몬·위메프 등 관련 리스크 대응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327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종합하면, 수익성은 일회성 외부 환경에 따라 다소 제한됐지만 자산 건전성과 리테일 기반 확대는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SC제일은행 전경. 연합뉴스 제공.
SC제일은행 전경. 연합뉴스 제공.

이광희 SC제일은행장은 ‘글로벌 자산관리 강화’를 은행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 행장은 신년 타운홀에서 “SC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발맞춰, 자산관리 중심의 소매금융 비즈니스를 재도약시킬 것”이라며 “고객 중심 현장 강화, 디지털 혁신, 글로벌 역량 통합”을 3대 실행 축으로 꼽았다.

특히 자산관리 부문은 SC그룹의 글로벌 투자전략과 국내 고객 니즈를 접목한 ‘SC Wealth Select’ 프레임워크로 체계화됐다. 이는 고객 생애주기별 니즈에 따라 ‘투데이(Today), 투모로우(Tomorrow), 포에버(Forever)’ 3단계로 구성되며, 고객 선호와 위험 성향을 반영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자문 모델이다. 단기 수익보다 고객 관계를 기반으로 한 장기 관리가 핵심이다 .

이 자문 체계는 SC제일은행만의 특징인 ‘듀얼케어(Dual Care)’ 방식과 연결돼 있다. 쉽게 말해, 고객 한 명을 위해 두 명의 전문가가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영업점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자산관리 담당자(PB RM)와, 본점에서 시장 분석과 투자 전략을 세우는 전문가가 한 팀을 이루어 고객에게 맞춤형 조언을 제공한다. 이들은 SC그룹이 전 세계에서 수집한 투자 정보와 시장 분석 내용을 실시간으로 받아 활용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더 넓고 깊이 있는 글로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디지털 전환 가속… ‘모바일 자산관리’ 대중화 전략 주목


SC제일은행은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도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앱 기반의 자산관리 채널인 ‘웰쓰케어 라운지’는 단순 상품 소개를 넘어, 투자 콘텐츠, ESG정보, 전문가 칼럼, 시장 전망 등을 통합 제공하는 콘텐츠 허브 역할을 한다. 비대면 자산관리 세미나인 ‘웰쓰케어 웹세미나’도 정례화되어 있으며, 유튜브·인스타그램·카카오톡 채널까지 활용해 고객 접근성을 확장 중이다.

특히 ‘나의 맞춤펀드’, ‘추천펀드’, ‘자동환매’ 등의 기능은 자산관리의 디지털화를 넘어, 자산관리를 ‘생활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1만 원부터 가입 가능한 펀드 시스템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디지털 기반 신규 고객 유치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씨티은행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배경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이유는 ‘외국계 리테일 모델의 구조적 한계’다. 영업채널의 낮은 밀착력, 본사의 리스크 회피적 태도, 현지 시장 대응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SC제일은행은 이와 어떻게 다를까.

우선, SC제일은행은 씨티와 달리 자산관리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국내에 별도 자산운용사가 없는 대신,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운용사와 상품만을 엄격히 선별해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운용사에 대한 정기 검토, 3P(people, process, performance) 기준에 기반한 상품 추천 체계, ‘집합투자상품카운슬’ 등의 절차를 통해 안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한다.

디지털 채널을 통한 비대면 자산관리 접근은 은행권 중에서도 앞선 수준이다. 단순 채널이 아니라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의 관심사와 금융 수요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는 외국계 은행이 기존에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고객과의 거리감을 기술 기반으로 극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SC제일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이라는 외국계만의 강점을 기업금융과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SC그룹의 글로벌 리서치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글로벌 리서치 브리핑’ 등을 개최하며 기업 고객을 유치하고, 글로벌 PB서비스를 통해 해외 거주 또는 국제 금융 수요가 있는 고객에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SC제일은행 로고
SC제일은행 로고

한편 SC제일은행의 리테일 전략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고비가 존재한다. 우선,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 NIM 축소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실제 1분기 순이자이익은 고객여신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감소했다. 또, WM 중심 모델은 고액자산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시장 급변 또는 돌발 리스크에 따라 고객 이탈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동안 ESG 평가나 지배구조 등에서 비교적 양호한 평가를 받아왔지만, 국내 금융소비자보호법 체계 내에서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의 설명 의무, 정보 제공 투명성 등은 향후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이 현재 한국 시장에서 외국계 은행 리테일 모델의 유일한 사례로서 의미를 가진다”며 “씨티가 떠난 자리를 단순히 메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리테일 전략을 재정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C제일은행 성공 여부는 단지 한 은행의 성과를 넘어, 향후 외국계 금융사들의 한국 전략을 결정짓는 전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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