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해소 가능하지만 데이터 편향·책임소재 대비해야
최근 금융업계에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신용평가가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핀테크업계에선 알고리즘 편향, 설명 가능성 부족, 제도 미비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기술적 진보와 함께 공정성과 수용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AI 신용평가, 공정성과 설명 가능성 확보가 관건”
3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한국평가데이터는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용평가’ 포럼을 개최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가 신용평가의 정밀도와 효율성, 금융 포용성과 편의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 도구”라며 “하지만 기술 발전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공정성과 설명 가능성, 제도적 수용성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소득·자산 등 정형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지스틱 회귀모형을 활용한 예측이 주를 이뤘지만, AI 기술은 소비 패턴, 소셜미디어, 통신기록 등 대안 데이터를 통해 신용 이력이 부족한 개인이나 재무 정보가 빈약한 기업의 신용을 더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활용한 신용평가는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신용평가의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AI 알고리즘은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이 그대로 모델에 반영될 수 있어 사회적 약자에게 차별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국내 신용정보법과 불합리한 차별 행위 방지 모범 규준이 존재하나, 간접 차별 문제까지 포괄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모형 검증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AI 모델의 설명 가능성 부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가 본인의 평가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면 신뢰 형성이 어렵다”며 “샤프(SHAP), 라임(LIME) 등 설명 가능한 AI 기술(XAI)이 도입되고 있으나 금융권에서의 표준화는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도한 투명성은 악용 우려가 있는 만큼, 적정 수준의 설명 제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 성능 검증과 관련해 그는 “AI 모델의 분류 정확도 외에도 공정성, 안정성, 설명 가능성 등을 반영한 다면적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며 “예측 정확도만으로는 AI의 리스크를 충분히 포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AI 거버넌스를 정립해 조직 내부의 전략과 외부 법령, 기술 운영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AI 기반 신용평가가 사회적 수용성을 갖기 위해선 소비자의 AI 문해력 제고, 정보 비대칭 해소, 기술 표준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비금융정보 기반 평가, 통합적 규제 부재”
정유신 AI디지털금융포럼 원장은 “대안 신용평가가 전통적 금융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에게 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혁신적 도구”라며 “통신·소비·SNS 등 생활 속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포용금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대안 신용평가는 과거 금융거래 내역에 기반한 평가방식과 달리, 플랫폼 상의 행동 데이터나 통신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도를 산정한다”며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발전으로 비정형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진 지금, 이는 기존 신용 평가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업스타트(Upstart), 신흥국의 탈라(Tala)와 같은 사례는 대안 데이터 기반 평가가 승인율은 높이고, 부실률은 유지하거나 감소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업스타트는 전통적 점수로는 대출이 어려웠던 흑인과 히스패닉 고객군의 승인율을 각각 35%, 46% 끌어올리면서도, 부실률을 동등하게 유지했다”고 부연했다.
정유신 원장은 최근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네이버파이낸셜 등이 대안 데이터 기반 평가를 도입해 승인율 개선과 부실률 감소를 동시에 달성한 점을 언급했다.
정 원장은 “핀크의 경우, 통신 기반 ‘T스코어’를 활용한 고객은 대출 승인율이 40% 늘었고, 86%가 금리 인하 혜택을 받았다”며 “데이터의 적절한 활용은 신용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중금리 단층 현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 원장은 제도적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은 마이데이터, 신용정보법, 전자금융법 등 관련 법제가 분산돼 있어 비금융정보 기반 평가를 포괄하는 통합적 규제가 부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신용평가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설명가능한 AI 기술 도입, 데이터 편향 보정, 책임소재 명확화 등의 체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AI 기반 대안신용평가는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라며 “이를 위해선 기술적 진보뿐 아니라 제도와 윤리, 소비자 권익을 아우르는 종합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AI 기반 신용평가는 이미 글로벌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에서도 핀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AI 신용평가의 기술적·제도적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두선 한국평가데이터 대표는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AI를 만나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포럼이 신용평가의 미래 방향성과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