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이사회 결의 후 10개월 만에 인수 완료
포화 상태 생보시장…상품 차별화 등 경쟁력 이슈 과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가운데)과 동양생명·ABL생명 직원. 우리금융그룹 제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가운데)과 동양생명·ABL생명 직원.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마지막으로 보험업에 뛰어드는 퍼즐을 완성했다. 2001년 국내 최초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한 이후 23년 만에 은행·증권·보험·카드를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 2001년 금융지주회사 출범 후 24년 만 ‘풀 라인업’ 구축


1일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공식 발표하고, 그룹 내 보험 사업을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인수 추진을 결의한 후 약 10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뤄낸 성과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하며 두 보험사 임직원에게 직접 손편지를 보내 “오랜 역사와 저력을 지닌 두 보험사의 전문성과 경험이 그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상호 존중과 소통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함께 높여가자”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로 우리은행에 편중된 수익 기반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각각 30년, 60년 이상 업력을 가진 생보사로, 업계 내에서 중상위권 수준의 자산과 보험계약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동양생명의 자산은 약 37조원, ABL생명은 약 18조원으로, 두 회사를 합하면 약 55조원 규모다. 이는 우리금융 전체 자산 520조원(2024년 말 기준)의 10% 수준에 해당한다.

단순히 외형을 키우는 차원을 넘어, 두 보험사의 탄탄한 방카슈랑스와 보험대리점(GA) 채널, 그리고 그룹의 은행·카드·증권 네트워크를 융합하면 유의미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예컨대 우리은행의 고액자산가 기반과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 업무(CIB)를 연계해 종합자산관리 상품을 개발하거나, 우리카드·우리투자증권과 공동 마케팅을 통한 고객 확장 전략이 유력하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향후 자산관리(WM)·CIB부문 통합 운영, 인공지능(AI) 기반 보험심사 및 고객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도 밝힌 바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우리금융지주 편입 효과를 기대했다. 

한국신용평가 제공.
한국신용평가 제공.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16일 동양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A/상향검토’에서 ‘AA+/안정적’, ‘AA-/상향검토’에서 ‘AA/안정적’으로, ABL생명의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A/상향검토’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재우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과거 두 회사 모두 독립 신용도를 기준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금융지주의 지원 여력과 의지를 모두 감안해 계열 효과가 반영된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는 우리금융의 내부적인 역량 확장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지난해 9월부터 생명보험회사 인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조직·리스크·IT 등 실무단위까지 정비해온 우리금융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보험업 전반에 대한 교육을 시행했다. 특히 임종룡 회장까지 보험 회계와 제도, 신상품 구조에 대한 강의를 직접 수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금융, ‘비은행 부문 고도화’ 시험


현재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경쟁 지형은 ‘1군’(삼성·한화·교보)와 ‘2군’(NH농협·신한·KB)로 구분되며, 우리금융 계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추격자’에 해당한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이번 동양·ABL생명을 품었다고, 당장 처음부터 빅3 보험사의 시장 점유율  규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NH·신한·KB라이프 등과 함께 시장점유율 경쟁을 치열하게 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범한 우리투자증권 역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순이익으로 10억원가량을 벌었다. 비이자이익은 IB 관련 수수료이익이 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했지만 유가증권 관련 이익은 11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7% 늘었다. 특히 리테일 고객 수는 지난해 1분기 우리종금 시절 32만명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67만2000명으로 110% 폭증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투자증권 제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투자증권 제공.

우리금융이 생보업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보완이 아닌, 보험 상품 차별화, 헬스케어·연금 등 신사업 추진, 장기적으로는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방카슈랑스 위주로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금·건강보험 등 국민보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품군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진정한 ‘우리금융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수의 또 하나의 주목 포인트는 동양생명 신임 대표이사로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가 선임된 점이다. 금융위 출신으로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 경력을 가진 성 대표는 과거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통합을 주도했지만, CEO 자리를 이영종 대표에게 넘기고 물러난 전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출신 임종룡 회장에 이어 금융위 보험과장 출신인 성대규 대표까지 조직이 관료적 색채가 강할 수 있다”며, “ABL생명 대표까지 신한금융플러스 대표를 지낸 곽희필 대표가 맡았고 향후 신한계 출신 인력 유입 가능성까지 있어 자칫 인수 이후 PMI 과정에서 화학적 결합이 순탄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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