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꺼져가자 주주환원 확대로 지수 밀어올리기
기업 본질가치 변화 없는 밸류업…미래성장 기반 뺏는 국부유출 우려

지난 20일 종가 기준 코스피 3000pt 돌파에 웃음짓는 한국거래소 직원. 한국거래소 제공.
지난 20일 종가 기준 코스피 3000pt 돌파에 웃음짓는 한국거래소 직원. 한국거래소 제공.

이재명 정부 들어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 중입니다. 미국과 이란간 무력 충돌로 유가와 환율이 출렁이는 가운데에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코스피는 상승 중입니다. 주가 상승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그 원인이 무엇일지 한번쯤 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가 상승으로 우리가 얻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칫 기업들의 미래 성장동력 기반을 소진하고 외국인 주주에게 과도한 배당으로 국부유출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코스피(KOSPI)가 지난 4월 9일 종가 2293.70을 기록한 이후 두 달 반 만인 6월 24일 종가 3103.64를 기록하며 35.3% 올랐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모습을 보인 25일에도 소폭(4.61pt) 오르며 3108.25로 장을 마쳤습니다.


◆ 빠르게 상승한 코스피…두 달 반 만에 35.3%↑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코스피는 12거래일 만에 3000선을 돌파하더니 이스라엘과 이란간 무역충돌, 미국의 공격 등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에도 별 탈없이 하방 지지하는 모습입니다.

그 원인으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지던 정치불안의 해소, 둘째 다른 국가 대비 지나치게 저평가된 한국 시장 재평가, 셋째 공포감을 주던 미국발 관세전쟁의 협상 타결 가능성 제고 등입니다.

우주선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까지 가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무게를 덜고 새로운 추진 동력을 얻어야 합니다.

지난해 초부터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던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재명 정부는 사장시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가치 훼손 방지, 적극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한 ‘국민 부의 확대’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도 한 축입니다.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엄단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엄단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때마침 신 수종산업으로 방위산업이 떠오른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국지적인 무력 충돌이 이어졌고, 뒤쳐졌던 인공지능(AI) 경쟁력에 대한 국가적인 마스터플랜 수립,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시기키 위한 법제화 움직임 등이 코스피가 새로운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코스피5000을 향해가는 여정의 결과 우리의 득실이 무엇일지 살펴봐야 합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최근 빠르게 주가가 회복된 것은 우리 경제의 체력 회복이나 기업들의 펀더멘털 변화 보다는 외생변수에 의한 심리적 요인들이 달라졌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남북 대치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더불어 기업의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이 선진국은 물론 이웃한 대만 등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것에서 찾습니다.

실제로 고정비용이 많지 않아 엄청남 현금이 매년 들어오는 애플 같은 기업은 연간 배당으로만 약 20조원씩 쓰고 있습니다. 툭하면 자사주 매입 등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습니다. 애플이 최근 뚜렷한 성장을 보여주지 못함에도 주가가 유지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그동안 우리는 왜 이러한 주주환원정책을 쓰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그동안 한국이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이유


먼저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석유파동(오일쇼크)때와 IMF구제금융기,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곤 쉬지않고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주가라는 것은 어차피 수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사고자 하는 사람이 팔고자 하는 사람보다 많으면 오르게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수자 입장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투자 기업의 미래성장동력과 주주환원의 규모일 것입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기업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이 필요 없습니다. 기업의 미래 전망이 좋아 매수세가 몰리고, 그 결과 시세차익(Capital Gain)이 크다면 세금을 내야 하는 배당(Income Gain)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면 주주에게 배당이라도 많이 주든지, 주식 수라도 줄여서 주주가치를 보호해야 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70여년간 성장해온 한국경제는 IT,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이제는 방산과 바이오, 화장품,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군에 걸쳐 세계적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사이 근로자의 임금은 치솟아 저가경쟁을 할 수 없고, 원천기술이 미국이나 중국을 압도할 만한 수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이나 독일처럼 소부장 산업과 중소기업이 튼튼하게 받쳐주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코스피의 상승을 억누르는 요인이 되고 주주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주주환원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동안 한국엔 R&D에 대한 투자를 집착에 가까울 만큼 강조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여윳돈이 있다고 해서 근로자들에게 보너스로 나눠주기 보다는 사내 유보를 통해 적절한 R&D, 필요한 기업의 M&A 등에 사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코스피 상승의 양상은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국가주도의 돈풀기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의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현재는 AI라고 하는 키워드를 타고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급등합니다. 즉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고 AI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확인된 실적은 아직입니다.


◆ 주요 기업들의 높은 외국인 보유 비중


이 대목에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외국인 주주 비중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주주환원을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 돈이 어디로 가는 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지난 24일 기준, 주요 기업의 외국인 보유 비중을 보면 시총 1위 삼성전자(49.76%), 2위 SK하이닉스(55.59%), 5위 NAVER(47.21%), 6위 현대차(36.22%), 11위 기아(39.11%) 등입니다. 국가대표급 기업들의 주주 절반이 외국인입니다.

최근 밸류업의 최전선에 있는 금융지주들의 상황은 훨씬 심각합니다.

시총 8위 KB금융(78.26%), 15위 신한지주(59.12%), 23위 하나금융지주(67.80%), 33위 우리금융(46.91%) 등으로 외국인 주주 비중이 적게는 절반에서 많게는 80%에 육박합니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이를 나무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가뜩이나 상생과 공공성을 이유로 이들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여 눈높이가 높은 상황에서 주주환원의 강도를 높이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잠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2293.70을 기록한 4월 9일 기준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은 12.02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80배였습니다. 하지만 6월 24일 기준으론 PER 14.19배, PBR 1.04배입니다. 시가총액 톱10 기준으로는 4월 9일 PER 0.05배, PBR 0.81배였던 것이 6월 24일 기준으론 PER 11.40배, PBR 1.19배입니다. 우리가 통상 기업의 장부상가치라고 일컫는 PBR 1배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금융회사들의 PBR도 0.49배에서 0.72배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동안의 주가 상승이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온전히 우리 실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단순히 미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돈을 지금 나눠주며 주가를 올린다고 해서 한국 경제의 미래가 밝아지고, 국민들의 부가 그 과정에서 확장되리라는 기대는 아직 좀더 신중한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 위기시 가용할 자본 축적해야…주주환원 멈추면 주가 제자리


요즘 유행한다는 월배당형 ETF는 수익이 발생하면 매월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수익을 펀드 안에 유보시켜두면 시장의 충격이 있을시 이를 활용해 저가매수를 통해 펀드의 수익을 개선할 수 있지만, 다 퍼주고 원금만 남아 있으면 주가 하락시 온전히 그 손실을 떠안아야 합니다. 1억을 넣어 20%가 손실나면 제자리로 가기 위해 25%의 수익이 필요합니다. 줄어든 원금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서는 더 큰 고통이 필요합니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하고 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남아있지 않은 현금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언 발에 오줌누기가 되지 않도록 전문가들의 냉철한 판단과 용기 있는 목소리가 필요할 때입니다.

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주주환원도 할 수 없고, 그러면 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입니다. 기업의 곳간은 비어있는 채로.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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