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국가 중 경제성장력 상대적으로 견조”
"고령화가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상쇄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장기 성장률이 2%를 밑돌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고령화 부담 속에서도 강한 재정·외환 건전성이 신용등급 유지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글로벌 지속가능채권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한국은 구조적 회의보다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일시적 둔화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 “경제성장률 2% 미만 예상되지만, 선진국 중 상대적 우위”
2일 S&P는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글로벌 교역 축소, 높아지는 신용도 부담 (Credit Could Cost More In A Less-Trade World)’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기 앞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한국사회가 저출산 고령화 이슈를 겪고 있어 경제 성장동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S&P가 현재 신용등급과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S&P 글로벌은 2016년 8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 안정적’으로 한 단계 상향한 이후 이를 유지해오고 있다.
킴엥 탄 S&P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총괄은 “한국은 고령화라는 구조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강한 재정 및 외환 건전성을 통해 높은 신용도를 방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령화는 분명히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며 “S&P는 몇 년마다 고령화가 등급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장기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실제로 고령화 때문에 등급이 하향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탄 총괄은 “인구가 고령화되면 노동가능 인구가 줄어들어 장기적인 경제성장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는 세수 감소로 이어지고, 동시에 연금·복지 지출은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 부채의 증가 압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의존 경제의 경우 노동력 감소는 국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경상수지 악화와 더 많은 외채 의존으로 이어져 외환 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탄 총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가 현재 고소득 국가로서 경제성장이 상대적으로 견조하고, 정부 재정도 매우 튼튼하며 외환 보유고 등 대외건전성 역시 우수하다”며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고령화가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고 있고, 그래서 등급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트럼프 행정부, 지속가능성 노력 축소…그러나 동아시아까지는 영향 미미”
같은 날 스트레이트뉴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지속가능 정책을 축소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녹색금융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시장이 매력적으로 생각할지”에 대해 질문했다.
버트랑 자블리 S&P 아시아태평양 지속가능금융 총괄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속가능성 관련 노력을 명백히 축소한 건 사실”이라며 “주요 국제협약에서 탈퇴했고, 이는 다른 지역에도 파급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현재 미국 정부의 모호한 정책 신호가 아직까지는 동아시아, 유럽 등지로 명확히 확산되지는 않았다”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보다는 무역 갈등, 정치적 불확실성 등 광범위한 침체된 심리가 투자 위축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지속가능채권 발행 규모는 6월 중순 기준으로 4000억 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시장이 약 15%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지난해에는 60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 6월 중순까지 150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며 “이 역시 시장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현상일 뿐, 지속가능성 자체에 대한 회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이러한 요인들이 약화되거나, 고령화 속도가 훨씬 더 가팔라질 경우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며 “그 경우에는 등급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쿠이즈 S&P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향후 6~8년 동안 연평균 2%를 넘기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동일한 1인당 소득 수준에 있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나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상대적 선방의 배경에는 한국의 상당히 우수한 혁신 역량이 있다”며 “이는 경제성장의 절대 수준이 낮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성장의 질을 떠받치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쿠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킴엥 탄이 언급했듯, 한국은 재정 건전성과 대외 건전성이 모두 매우 강한 편”이라며 “이 두 가지는 S&P의 경제 평가와 신용등급 평가 양쪽 모두에서 핵심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