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법안 미국 하원 통과
IRA 지원금 축소 내용 담겨
전기차‧배터리‧태양광에 직격탄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미국 하원을 통과한 트럼프 감세법안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지원금 축소 내용이 담겨 파장이 주목된다. 현대차와 삼성, LS, SK, 한화 등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수출에 직격탄이다. 이미 1분기 배터리, 화학 상장사들의 적자 폭이 확대된 데 이어 전방 수요업체인 자동차 수출도 둔화할 가능성이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형국이다.
◆IRA 줄여 감세 부담 벌충
23일 업계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법안, 일명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는 IRA에 따른 청정에너지 지원금 축소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본관세 10%에 상호관세를 부과해, 이러한 관세 수입으로 자국 법인세와 소득세를 대체하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감세법안은 2017년 트럼프행정부 당시 통과돼 올해 말 만료 예정인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재정적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IRA의 청정에너지 관련 세액공제를 감축한다.
전기차 구매 시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폐지하고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원 생산 또는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7500달러 세액공제 조치는 2026년 12월31일 이후 폐지되며, 2026년에는 특정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적용된다. 또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자동차 대출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는 자동차 소유자에게 세금 공제를 부여하는데, 미국에서 조립된 차량에만 해당한다. 이 세제는 승용차에 대한 연간 대출 이자에 대해 최대 1만달러까지 공제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세액공제는 원래 2033년까지 유효했으나,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돼 2031년 이후에는 적용하지 않게 된다. 2028년 이후 전력 생산을 시작하는 프로젝트는 공제 대상이 될 수 없다. 공제를 받으려면 법안 시행 후 60일 이내에 건설을 시작해야 한다.
다만, 법안은 상원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사회안전망 축소와 저소득층 지원 감액에 반발하고 있고 공화당 내에서도 수정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감세법안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및 금리상승에 대한 시장 우려도 공화당을 압박한다.
최근 무디스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감세법안은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런 변동성은 원달러 환율과 금리 역전 현상에 작용해 거시적으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이다.
미시적으로 IRA 지원금 축소 내용은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 관련 산업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나 삼성·SK·LG의 배터리, 한화의 태양광 등 국내 대기업들이 세액공제 대상이 되기 위해 미국 현지 투자 속도를 높일 동기도 부추긴다.
이와 관련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본원소득수지 확대 전략을 제안한 데 이어, 대한상의가 '한국의 수평적 해외직접투자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고 그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이는 국내투자 대신 해외 현지투자에 더 비중을 둘 명분을 제공하면서 국내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내수 부진에 수출까지 막막
이미 국내 제조업과 건설사들의 실적 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이런 대외 리스크는 한국 경제를 더 압박한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3.8% 감소했다. 미국의 25% 품목 관세 부과가 4월3일부터 본격화된 영향으로, 대미 수출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악영향을 벌써 받고 있다.
1분기 개별 기준 적자 규모 상위권 상장사를 보면, LG디스플레이가 국내 상장사 중 가장 큰 당기순손실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영업적자 폭이 확대돼 LG그룹 주축 사업의 부침이 심한 편이다. 삼성SDI는 4579억원 적자전환해 영업적자 규모가 가장 큰 상장사가 됐다. 또 한화솔루션이 화학사업 침체로 영업적자(1051억원)가 지속되고 폭도 확대됐으며, 현대제철이 큰 폭(561억원)의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이들 자동차를 전방 수요로 하는 부품 제조사들의 실적이 부진해 자동차 수출이 IRA에 타격 입을 경우 더 극심한 침체에 시달릴 것이 우려된다. 업종별로는 건설, 금속, 기계장비, 섬유와 의류, 종이와 목재 등의 상장사 실적이 1분기 감소해 내수 침체도 길어진 형편이다.
이런 배경 아래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하락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14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기존 1.6%였던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통상 여건 악화를 반영한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1일 발표한 수정 전망에서 기존 1.7%를 0.7%로 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최근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 2.02%에서 2026년 1.98%로 하락할 것으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하원을 통과한 감세 법안은 미국의 재정 적자를 더욱 악화시켜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우리 금융시장의 자본 유출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높이는 소재로, 이미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국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