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외환 거래 시스템부터 트래블로그까지, 외환 특화로 실적 견인

하나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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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은 1분기 순이익 1조127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냈고, 실시간 환율 기반 ‘하나 FX 거래 시스템’이 이 같은 성장을 견인했다.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카드는 외환·결제·송금 기능을 통합한 ‘트래블로그’ 서비스로 800만 가입자를 확보하며, 해외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1분기 순이익 역대 최고…‘하나 FX 거래 시스템’이 바꾼 판


2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으로 1조1277억원을 달성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1년 전에 비해 9.1% 증가한 것으로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2분기 역시 외환 특화 서비스를 바탕으로 순이익 우상향이 기대된다.

하나 외환 거래 시스템(Hana FX Trading)은 출시 5년 만에 약 6000개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일평균 거래량 3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고시환율 중심의 오프라인 외환거래에서 실시간 시장환율 기반의 자동화된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 외환거래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 ‘주문 접수–거래 체결–헤지(Hedge) 거래’ 전 과정을 실시간 시장 환율과 연동해 자동화한 국내 최초의 사례다. 하나은행은 시스템 개발 초기부터 ‘손님 중심’ 원칙에 따라 약 1년 6개월간 500여 개 기업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며 사용자 친화적인 시스템 설계에 집중했다.

그 결과 ▲시장환율 실시간 제공 ▲자동 주문 기능 ▲API 연동 등 외환거래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구현해냈으며, 이는 특히 기업의 거래 속도와 편의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26개국 통화에 대응하며, 환전·재환전 절차 없이도 다양한 통화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나은행은 2022년 11월 서울외환시장 최초로 24시간 실시간 환율 제공 시스템을 도입하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연동되는 외환거래 환경을 마련했다. 이후 외화거래 API를 기반으로 증권사, 카드사, 글로벌 기업 등과의 연계를 확대했다.

특히 해외주식 거래 증가로 심야 시간대 외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외화거래 API는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와 연동되어 고객이 실시간 환율에 따라 외화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되었다. 이 같은 비대면 외환 인프라 확대는 은행 영업시간 외 외환거래 비중을 20% 이상 끌어올리는 등 실질적인 시장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제공.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제공.

또한 글로벌 확장의 일환으로 하나은행은 2024년 9월 영국 런던에 글로벌 자금운용센터 ‘하나 인피니티 런던(Hana Infinity London)’을 설립하며 역외 트레이딩 기능을 강화했다. 더불어 하나 외환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금융기관 및 국외 진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24시간 외환거래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런던 현지에서 국내 대기업 지사 및 상사, 원화 투자를 원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경쟁력 있는 환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독일, 싱가포르 등 원화 수요가 높은 주요 금융 허브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 원화 기반의 비거주자 전자 외환거래 허용,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으로 인한 외국인 수요 증가 등 정책 변화에 따라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전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 외환 거래 시스템을 통해 국내 최초로 ‘실시간 환율 기반’ 외환거래 플랫폼을 구현하면서, 고객이 일방적으로 환율을 제공받는 수용자에서 벗어나 실시간 시장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거래 문화를 바꿔놓았다”며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내 외환시장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디지털 생태계로 전환되는 데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 외환 거래 시스템은 국내 시장에 실시간·자동화 외환거래라는 개념을 뿌리내린 플랫폼”이라며, “향후에도 고객 중심 혁신을 이어가며 외환거래의 국경을 넘고, 하나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800만 가입자 돌파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는 여행 소비자시장의 ‘뉴 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단순한 체크카드 기능을 넘어 외화 환전, 해외 결제, 외화 송금, ATM 출금까지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로, 2022년 7월 출시 이후 불과 3년도 되지 않아 가입자 800만 명을 돌파했다.

서비스의 핵심은 ‘무료환전’이다. 트래블로그는 58종의 통화를 환율우대 100%로 환전할 수 있게 해주며, 해외 결제와 ATM 인출 수수료도 면제된다. 기존에는 환전소나 공항창구를 거쳐야만 했던 외화 수급의 번거로움이 모바일 앱 하나로 간단해졌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환전 방식의 변화다. 과거에는 한번에 많은 돈을 환전해 여행경비를 준비하는 ‘1회, 고액 환전’이 일반적이었다면, 트래블로그는 ‘다회, 소액 환전’을 가능케 했다. 여행 중 필요한 순간마다 환율을 확인하고 환전해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실적도 뒷받침된다. 2024년 기준, 하나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 46.9%로 1위를 기록했다. 2021년(19.2%)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해외 신용·체크카드 총 결제 비중에서도 19.1%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하나카드 제공.
하나카드 제공.

뿐만 아니라 외화 송금 기능도 혁신적이다. 트래블로그 이용자끼리는 외화를 실시간으로, 수수료 없이 주고받을 수 있다. 송금에는 오직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된다. 이는 가족 간 여행 경비를 손쉽게 공유하거나, 남은 외화를 선물하는 등의 활용까지 가능하게 한다.

이 같은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손님들이 아낀 수수료는 누적 2000억원을 넘겼다. 환율우대 100%로 절약한 금액만 1,151억원, 해외 결제와 ATM 출금 수수료 면제액도 각각 572억원, 312억원에 달한다. 하나카드 측은 “매일 약 2억원 이상, 매달 60억원 넘는 수수료 절감 효과를 고객이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도 가속화되고 있다. 비자(VISA)와 제휴한 ‘트래블GO’,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카드, 카카오페이와의 공동카드 출시는 단순 카드 기능을 넘어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트래블로그로 결제 시 하나머니 적립, 샵백 캐시백, 우버 할인, 공항 라운지 이용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트래블로그는 수수료 없는 외환 플랫폼이자, 여행과 일상을 연결하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현재는 통화별 최대 300만원까지 환전 가능한 특별한도를 운영 중이며,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도 지정받았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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