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0.15% 적용 시 애플과 삼성에 연간 68억원, 199억원 수수료 발생
"스테이블코인, 극도로 낮은 수수료로 결제 가능...결제시장 더 큰 경쟁 압력"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가 국내 카드업계의 비용 구조와 페이 서비스 도입에 따른 수익성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원칙인데, 국내 현실은 오히려 카드사들이 비용을 떠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 “애플페이..수수료는 카드사가, 이익은 빅테크가”


23일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2025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김상봉 교수는 애플페이 도입 사례를 중심으로, “간편결제 확대가 카드사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애플페이 도입 이후 카드 이용 실적은 약 8%, 전체 결제금액은 약 11% 증가했지만, 단기 순이익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시장에서 이미 가맹점 수수료율이 법적 한계치까지 낮아진 상태”라며 “수수료율 0%에 가까운 상황에서 카드사가 더 이상 비용을 전가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점 수수료 산정에 쓰이는 ‘적격비용’ 체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편결제 시장의 급속한 확대도 카드사에겐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2018년 이후 간편결제 금액은 폭발적으로 늘어 2024년에는 일평균 1조원에 달했다”며 “단말기 설치와 브랜드 수수료율 0.15% 기준 적용 시 애플과 삼성에 각각 연간 68억원, 199억원 규모의 수수료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애플페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애플페이 홈페이지 화면 캡처.

그는 “단말기 설치 비용만 9000억 원이 드는 상황에서 카드사와 소상공인이 이를 나눠 부담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비용 부담은 민간에 전가되고 이익은 빅테크로 흘러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등 비은행 기반의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도 위협 요소로 꼽았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카드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극도로 낮은 수수료로 결제가 가능하다”며 “이들이 국내 결제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카드사는 더 큰 경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카드 수수료 체계 전면 재검토, 페이 서비스 도입 비용의 분담 재조정, 새로운 결제 시스템에 대한 규제와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며 “카드사는 더 이상 수익 없는 비용 구조를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적격비용 규제, 내구재 소비까지 흔들어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신용카드 업계의 수익성 악화와 민간 소비 위축 사이의 연관성을 실증 분석을 통해 지적했다. 그는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카드사들이 카드론에 의존하고 있지만, 건전성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신판 부문 수익성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카드 수수료 규제”라며 “2012년 도입된 적격비용 제도 이후 수수료 인하와 우대 가맹점 확대가 매년 반복되면서 수익구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4년 기준 카드사의 총 투자수익률(ROI)은 0.6%까지 떨어졌다”며 “카드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 하락도 결국 신판 부문 부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카드론 부문 수익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고 설명하며 “신판 부문 손실을 카드론으로 메우는 구조가 정착됐지만, 이는 결국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카드사의 비용 절감이 신용카드 이용 증가세 둔화와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부가 혜택 축소로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회피하고 있다”며 “과거 12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했던 시절과 달리, 최근엔 3개월 무이자조차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

그는 “소비 위축은 카드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간 소비를 대표하는 불변 소매판매액 지수가 최근 10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카드 수수료 규제가 실제 민간 소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증 분석한 결과도 공유했다. 그는 “적격비용 규제가 강화될수록 자동차, 가전, 컴퓨터 등 내구재 소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며 “소비재 중 면세점과 백화점 판매도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카드 수수료 인하가 일시불 거래와 할부 거래 실적에 미친 영향도 통계적으로 검증됐다”며 “결국 카드사 수익성 악화, 소비 감소, 경제 성장 둔화가 연결된 구조”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카드 산업을 위해선 신판 부문의 수익구조 재편이 시급하다”며 “단기적인 비용 절감만으로는 신용카드 이용 회복도, 소비 진작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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