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카드’부터 데이터 여정까지..카드판 흔드는 여성 리더

ESG 경영을 외치는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은 여전히 소수에 머물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금융권 유리천장」시리즈를 통해 각 금융권의 여성 임원 비율과 변화를 점검하고, ESG 경영 기조와의 괴리를 살피고 조직문화 등 구조적 문제를 짚고자 한다. <편집자 주> 

NH농협카드 신임 이민경 사장. NH농협카드 제공.
NH농협카드 신임 이민경 사장. NH농협카드 제공.

카드업계가 내수 부진, 연체율 상승 등 악재 속에서도 소비자 신뢰와 조직 혁신을 위한 리더십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여성 임원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각 카드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성 리더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 이민경 대표가 이끄는 NH농협카드..사회적 책임 기반 마케팅 속도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NH농협카드는 올해 이민경 대표 취임 이후 조직 정체성과 사회적 책임을 결합한 마케팅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6년 농협은행에 입행한 이 대표는 외환지원센터장, WM사업부장, 금융소비자보호부문장 등을 거친 인물로, 카드사 수장에 오른 첫 해부터 강한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 상품으로는 지난 5월 9일 출시된 ‘미미(美米)카드’가 있다. 이 카드는 오전 5시부터 9시까지 음식점에서 50%를 청구 할인해주는 ‘아침밥 특화 서비스’와 함께, 실적에 따라 연 4회 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농협의 정체성을 반영해 쌀 소비 촉진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실용적 혜택을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더불어 프리미엄 고객을 겨냥한 ‘클래시 트래블카드’도 5월 27일 선보였다. 

해외 결제 시 국제브랜드 수수료가 면제되며, 해외 적립(3~4%)과 국내 적립(1.2%), 공항 라운지 연 4회 이용 등 고급 혜택이 담겼다. 사회적 가치와 고소득층 수요를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전략이 주목된다.

삼성카드는 상근 여성 임원 3인을 핵심 부문에 전진 배치해 변화의 중심에 세우고 있다. 고상경 데이터BIZ담당 상무는 BDA센터장과 데이터전략담당을 거치며 AI 기반 분석과 비즈니스 기획 역량을 입증했다. 소비자보호를 총괄하는 조혜진 상무는 상품, 브랜드, 고객 여정 TF를 지휘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방위 고객 보호 정책을 이끌고 있다. 

이온복 상무는 법무지원, 법무1팀장을 거쳐 현재 삼성카드의 컴플라이언스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 고객보호, 리스크 관리 등 핵심 부문을 담당하며, 여성 리더의 실무역량과 전략적 역할이 조직 내 안정성을 견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성차별 없이 오직 성과로 평가”


현대카드는 여성 임원 수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25년 기준 여성 임원은 총 13명으로, 전체 임원의 20%를 차지한다. 

이는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수치다. 여성 임원 대부분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생이며, 가장 젊은 임원은 1986년생이다. 이들은 브랜드, 재무, 감사, 정보보안 등 전략 핵심부서를 맡아 활동 중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현대카드는 남녀 개념 없이 오직 성과로 평가한다”고 밝혔으며, 조직 전반에 ‘끊임없는 변화’라는 슬로건을 적용해 다양성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제공.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제공.

하나카드는 조직 통합 이후 소비자 경험 중심의 전략을 주도한 허지숙 본부장을 2024년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로 임명했다. 

허 본부장은 하나금융그룹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Waves' 1기 출신으로, 2014년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 TFT에 참여하며 카드업무 전반에 대한 통찰을 쌓았다. 이후 고객센터 운영, 품질관리, 교육 시스템 정비 등을 총괄하며 KSQI 인증 8년 연속 달성과 소비자 보호 역량 제고에 기여했다. 

허지숙 본부장은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사일로(부서 간 벽)를 해소하고 조직을 성장시킨다’는 신념으로, 다양한 부서 간 협업과 민원 재발 방지 프로세스를 이끌고 있다. 하나카드는 CCM 3회 연속 인증, KCPI 3년 연속 선정 등을 통해 소비자 중심 경영의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롯데·우리카드, 조직문화의 유연성과 다양성 확대 노력


롯데카드는 김선희 실장을 중심으로 소비자보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김 실장은 2021~2022년 입회심사팀장을 거쳐 현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로 선임됐다. 그는 민원 발생 이전에 예방하는 체계 구축과 교육 시스템 정비에 집중하고 있으며, 여신금융협회 소비자공시 기준 2023년 4분기 ‘업계 최저’ 민원건수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당사가 비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 업계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를 2명으로 확대하며, 여성 고객의 시각을 이사회에 반영하고자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우리카드 본사 전경. 우리카드 제공.
서울 광화문 우리카드 본사 전경. 우리카드 제공.

우리카드에 재직 중인 박명신 부사장은 개인영업본부를 이끌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리더십 육성과 커리어 지속 가능성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며 “여성 리더 대상 특강, 그룹 행사 등을 통해 상호 성장을 도모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한 가족친화경영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2019년 이후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최근 내수 부진과 연체율 증가 영향으로 여성 임원에 대한 카드업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성과 압박이 커질수록 조직이 보수적으로 흘러가면서 여성 인력에 대한 승진이나 주요 보직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성과 균형 인사 기조를 유지하려면, 위기 상황일수록 조직 문화의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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