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 현상 짙었던 과거..현재는 변화의 바람

ESG 경영을 외치는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은 여전히 소수에 머물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금융권 유리천장」시리즈를 통해 각 금융권의 여성 임원 비율과 변화를 점검하고, ESG 경영 기조와의 괴리를 살피고 조직문화 등 구조적 문제를 짚고자 한다. <편집자 주>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 제공.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 제공.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여성 임원들의 활약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오랜 시간 남성 중심의 경영 구조가 고착돼 있던 금융투자업계지만, 최근 들어 자산관리(WM)부터 기업금융(IB)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 리더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미래에셋, 젊은 여성 리더 전면 배치


9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전체 임직원 3470명 가운데 44.9%인 1560명이 여성으로 집계됐다. 특히 핵심 수익 부서인 IB·WM 등에서는 전체 임원 157명 중 여성 임원이 30명으로, 비율로는 19.1%에 달한다.

이러한 흐름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부터 꾸준히 강조해온 ‘여성 리더 육성’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젊은 여성 리더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1978년생 김화중 전무는 새롭게 신설된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부문 대표로 발탁돼, 글로벌 자산배분과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를 총괄하게 됐다. 이외에도 문지현 글로벌전략팀 상무(1984년생), 이제은 M&A팀 이사(1987년생) 등 1980년대생 여성 인재들이 잇따라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과 함께 WM 현장을 책임지는 최미경 이사는 미래에셋증권 테헤란벨리 투자센터 WM3팀장을 맡고 있다. 창구 업무로 금융권에 입문해 여러 금융사를 거친 그는, 현재 19년차 자산관리 전문가로서 고객 생애주기에 기반한 맞춤형 자산설계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임직원이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다양한 복지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난임치료를 위한 유급휴가를 법정 기준을 초과해 부여하고, 임신중인 여성 직원에게 출산 전·후로 12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배우자에게는 20일의 출산휴가를 보장한다.


◆ 신한·NH, 영업·관리 아우르는 활약


여성들에게 진입장벽이 높았던 증권업계에서도, 이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의 기업 평가가 중요해지면서 경영진의 성별 다양성 역시 중시되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은 여성 임원 비율이 12.7%로 업계 상위권 수준이다. 24개월간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육아휴직 기간 중 매월 5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임신 중인 직원을 위한 전용 휴게공간 ‘맘스 라운지(Mom’s Lounge)’도 운영 중이다.

NH투자증권 리테일사업총괄부문을 이끄는 이재경 부사장은 WM사업부와 디지털사업부를 아우르며 하이브리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시티은행 프라이빗뱅킹(PB),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SNI본부장, 삼성타운센터 본부장 등을 거치며 초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이 부사장은 2024년 PWM사업부 총괄대표 재임 당시 순영업수익을 전년 대비 14.8% 끌어올리고, 경상이익은 66.5% 증가시키는 등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다. 현재는 WM과 비대면 채널을 연결하는 전략을 통해 리테일 사업 전반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인텔코리아 마케팅 출신으로 금융권에서만 30년 넘는 경험을 지닌 이 부사장은, 조직 내 다양성과 변화의 상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NH투자증권 내에서 드문 여성 부사장급 리더로서, 성별 다양성과 실적을 동시에 증명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경 NH투자증권 부사장. NH투자증권 제공.
이재경 NH투자증권 부사장. NH투자증권 제공.

신한투자증권 역시 여성 리더 육성에 적극적이다. 현재 황진영 프로세스혁신본부장, 신윤주 PWM영업본부장, 김수영 홍보본부장, 염정주 청담금융센터장 등 4명의 여성 임원이 영업과 관리 직군을 아우르며 전사 경영에 기여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임직원을 위한 출산·육아 제도를 정교하게 갖추고 있다.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을 포함해 난임 치료비, 중증장애 자녀 돌봄, 자녀 학자금, 가족 의료비와 상담 프로그램, 배우자 유산·출산 휴가, 유산·사산 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보육비 지원까지 폭넓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매년 경영 리더 선발 시 여성 리더 수가 줄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사내 여성 리더십 육성 프로그램인 ‘쉬어로즈(SHeroes)’도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 한투·삼성·메리츠, 리테일 사업 두각


현재 한국투자증권에는 김순실 퇴직연금운용본부장이 여성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김 본부장은 1989년 신입 공채로 입사해 PB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지역 거점에서의 영업성과와 리더십을 인정받아 2023년 상무보로 승진한 데 이어 현재는 퇴직연금운용본부를 이끌고 있다. 

특히, 적자 점포였던 해운대PB센터를 1년 만에 전국 1위 점포로 탈바꿈시킨 성과로 주목받았으며, 부산·울산·경남권 PB센터를 총괄하는 PB6본부장으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 뛰어난 실적뿐 아니라 우수 인재 영입과 조직 내 신뢰 구축, 후배 양성 등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며, 여성 리더십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며 “PB 영업에서의 성과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퇴직연금 부문에서도 제2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성과와 전문성에 기반한 인사 원칙을 바탕으로, 모든 임직원이 공정하게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사내 리더로 성장한 여성 구성원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여성 임원 비중 확대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성별과 관계없이 실력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가 주요 직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조직 문화 개선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2030년까지 여성 직원 비율을 50%, 여성 관리직 비율을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력 단절을 예방하는 유연근무제, 재택근무제, 파트타임제 등을 도입해 여성 인재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 중이다.

현재 삼성증권에는 총 3명의 여성 임원이 활동 중이다. 그중 박경희 부사장은 자산관리 부문(WM) 전체를 총괄하며 올해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WM부문 전략을 3년째 이끌고 있는 핵심 리더다.

박 부사장과 함께 WM 현장을 이끄는 유정화 상무(SNI/법인전략담당)와 백혜진 상무(센트럴지역본부장)도 고객자산관리 및 고액자산가·법인 고객 전략을 담당하며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유 상무는 1994년 삼성증권 공채로 입사한 후, 마스터 PB와 지점장, 연금본부장을 거쳐 현재의 자리에 올라 자산관리 부문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다.

삼성증권 본사. 삼성증권 제공.
삼성증권 본사. 삼성증권 제공.

메리츠증권에도 전무급 여성 임원이 두 명 재직 중이다. 이명희 전무는 강남프리미어센터를 총괄하며, 프라이빗뱅킹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그는 이화여대 경영학과와 연세대 MBA를 졸업한 금융 전문가다.

김미정 전무는 종합금융본부를 이끌고 있다. 과거 미래에셋증권과 BNK투자증권에서 기업금융본부장을 역임한 그는, 서울여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탄탄한 IB 경험을 바탕으로 메리츠의 금융 주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성 리더들의 약진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고객 기반 다변화, 유연한 조직문화, ESG 경영 확산 등 다양한 요소가 맞물리면서 증권업계도 유리천장을 깨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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