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이자 컨설턴트 출신…IT솔루션 전문 외부인재
민,관,학 섭력…IT경영 능력 통해 신한금융 디지털전환 ‘견인차’
금융회사는 세련된 이미지와는 별개로 유독 여성들에게 두터운 유리천장이 드리워져 있다. 고객의 자산을 책임지는 일을 여성이 맡는 것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여성이 금융회사 임원이 되는 것은 말 그대로 ‘기사감’이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ESG경영을 외치며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회적(Social) 이슈에 대한 관심 제고의 과정에서 성(Gender)에 무관한 공평한 기회의 장이 열리자 금융권에 C레벨 여성들이 늘고 있다. 그 선구자들을 따라가본다.<편집자 주>
지난 10월 말, 신한금융은 그룹 주요 관계사의 디지털 앱(App) 브랜드를 ‘신한SOL’로 통합 운영한다고 밝혔다. 각각 다른 브랜드 체계를 유지하기 보단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신한SOL’을 확대해 통일된 이미지를 구축, 보다 명확하고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각사 앱은 은행(신한 SOL뱅크), 카드(신한 SOL페이), 증권(신한 SOL증권), 라이프(신한 SOL라이프)로 바뀌게 된다.
이런 전략적 변화 뒤에는 신한금융의 디지털전략을 총괄하는 김명희 부사장(CDO, 디지털부문장)이 있다.
김 CDO는 평소 금융회사에서 디지털 부문이 변방에 위치해 있는 이유가 디지털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으로, 모든게 IT화되는 현실에 맞지 않다는 인식을 피력해왔다. 신한금융의 모든 서비스 중심에 디지털이 자기잡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수행하는 총 사령관의 생각이다.
김 부사장이 이끄는 그룹 디지털부문 아래는 DT전략팀, DT밸류팀, ICT&정보보호전략팀 등이 있어 디지털 전략, 관련 투자, 내부 조직운영 및 IT신사업 검토, 정보보호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업무가 모두 김 부사장의 몫이다.
이런 모든 업무를 통괄하기 위해서는 IT 실무, 정부의 IT정책, 경영관리 등 모든 부문에서 폭넓은 이해력과 경험, 네트워크 등을 갖춰야 한다. 어떻게 이 모든 걸 한 사람이 총괄할 수 있는지 김 CDO의 이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68년생인 김 CDO는 카이스트 경영과학과를 졸업하고 IBM에서 시스템엔지니어이자 컨설턴트로 경력을 시작했다. 20여년간 IBM에 있으면서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MIS를 전공하는가 하면, IT서비스와 인프라 전반에 대한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3년부터 약 5년간 SKT에서 솔루션사업을 총괄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정부통합전산센터장,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등을 맡은 이후 임베디드사업을 하는 한컴MDS(현 MDS테크)대표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2021년 경기대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신한은행 사회이사가 된 인연으로 2022년 1월부터 그룹 디지털부문장을 맡아 현재에 이르는 상황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대표 IT기업 엔지니어 출신으로 특히 IT솔루션 부문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영학에 대한 이해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다, 통신회사 및 관에서의 경험과 강단에 서는 이력까지 모두 더해져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분한 성품으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리더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대한 무게감은 직원들에게 높은 전달력과 리더십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김 CDO는 매 분기 경영실적 발표회 자리에 이태경 CFO에 이어 마이크를 잡고 그룹의 디지털 전환 상황에 대한 발표와 목표로 설정한 전략 방향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타 그룹에서 디지털 부문에 대한 진척 사항 설명을 생략하거나 뒷전으로 미루는 것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지난 10월 27일 실적발표회에도 등장한 김 부사장은 “(신한금융은) 쉽고 편안하면서도 안전과 신뢰를 바탕으로 참신하고 독창적인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그 결과 월간활성이용자(MAU)가 2442만명(YoY +16%), 일간활성이용자 513만명(YoY +28%), 데이터수익 155억원(YoY +28%)의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경쟁관계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그룹 CDO를 같은 시기인 2022년 1월 임명했다. KB금융 CDPO(디지털플랫폼 총괄)인 조영서 전무는 71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37회 출신이다. 재정경제원 사무관으로 일하다 매킨지, 베인앤드컴퍼니 등 컨설팅 회사를 거쳤다. 2017년 4월부터 신한금융의 디지털전략본부장과 신한DS 부사장을 맡다 KB금융으로 이동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가뜩이나 양사 모두 슈퍼앱 전략을 통한 플랫폼화로 그룹의 서비스를 고객이 한 곳에서 다 마칠 수 있는 전략과 데이터 통합, MAU확대 등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같은 시기에 비교가 되는 위치에 있어 각자가 느끼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조직에 합류한지는 이제 2년을 바라보는 상황이지만 그 누구보다 ‘일류 신한’이라는 그룹의 비전을 이해하고 이를 디지털로 구현하려는 헌신도가 높은 분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고객의 니즈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변화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높고 오직 실력으로 말하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 귀띔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