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임원 수 감소..여성 임원 더 줄어
ESG 경영을 외치는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은 여전히 소수에 머물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금융권 유리천장」시리즈를 통해 각 금융권의 여성 임원 비율과 변화를 점검하고, ESG 경영 기조와의 괴리를 살피고 조직문화 등 구조적 문제를 짚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은행권이 지난해 연말 1970~1980년대생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지만 여성 임원 배출에서는 남성 중심의 보수적 조직문화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 KB국민은행, 유일하게 여성 부행장 늘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총 임원 수는 115명으로 2023년 대비 2명 줄었다. 이 가운데 여성 임원은 6명으로 2명 감소했다. 은행별로 여성임원은 KB국민은행이 3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2명, 신한은행 1명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인사에서 여성 부행장 수를 3명으로 늘려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여성 부행장 수를 증가시켰다.
유임된 곽산업 KB국민은행 부행장은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디지털사업그룹을 거쳐 올해부터 개인고객그룹을 맡았다. 새로 부행장단에 합류한 이수진 부행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기관영업본부장을 지냈고, 박선현 부행장은 효성대 식품공학과 출신으로 33년간 KB에서 근무하며 중앙지역그룹대표 등을 역임했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여성인재 및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WE STAR’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리더십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KB국민은행 여성 부점장 100여 명이 참여한 ‘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에서 “기업이 혁신하고 발전하는 데 여성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룹의 다양한 의견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감하는 리더’로 KB금융그룹 발전에 주체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현정 의원 “여성 이사 부재, 구조적 문제” 지적
그러나 전체적으로 금융권의 여성 임원 비율은 여전히 낮아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자본시장법 165조의20에 의하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금융회사는 법으로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해서는 안 되나, 해당 금융사 83곳 중 26곳의 여성 등기 임원은 0명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각 업권별 협회 등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금융회사 99곳 중 28곳은 여성 등기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정 의원은 “여성 등기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금융회사가 여전히 많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며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금융권이 보여주기식 대응을 넘어 획기적인 변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희정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여성들이 승진에서 차별받는 유리천장이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며 “자본시장법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 기준을 자산 총액 1조원 이상으로 개정하고 노르웨이,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성할당제 등 차별 시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사무금융노조는 “6월 선거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면 차별 극복을 위한 여성할당제 도입 등 적극적인 제도는 물론이고 노사정 모두가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고 적극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탄핵 광장에서 모든 차별을 철폐하고 사회대개혁을 위해 전진할 것”이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6일 “여성들이 상당히 많은 부분 차별을 받고 있다”며 “사회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유명순 씨티은행장, 기업금융 강화로 연임 성공
은행권에서 여성 리더가 회사를 이끄는 경우도 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의 경우, 소매금융 철수 및 기업금융 강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2023년 연임에 성공했다. 금융권에서 기업금융 부문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분야로 꼽혔다.
기업금융 중심의 비이자수익은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관련 수익이 늘어나면서 전년보다 56.5% 증가한 419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2.4% 증가한 3119억원을 기록했다. 총수익은 지난해 전년 대비 4.2% 늘어난 1조1758억원으로 집계됐다.
유 행장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와 경기침체 위협 등 어려운 영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며 “비이자이익의 비중을 확대하고 비용 효율성을 개선해 수익성 지표를 향상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질적인 부분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토스뱅크를 이끌고 있는 이은미 대표는 국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을 포괄해 전체 은행권에서 네 번째 여성 행장이다.
이은미 대표는 HSBC 홍콩 아태지역 총괄 상업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HSBC 서울지점 부대표,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CFO 등을 맡으며 20여개 국적의 다양한 팀을 이끄는 등 국내외 금융산업에 대한 경험과 통찰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DGB대구은행 재직 시절 은행의 금융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강화에 힘을 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토스뱅크에서도 다양한 외부 기관과 전략적 업무협약에 힘쓸 것으로 기대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