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등 일부 회사 여성임원 확대 계획
ESG 경영을 외치는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은 여전히 소수에 머물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금융권 유리천장」시리즈를 통해 각 금융권의 여성 임원 비율과 변화를 점검하고, ESG 경영 기조와의 괴리를 살피고 조직문화 등 구조적 문제를 짚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한화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여성 리더십 강화를 위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영성과와 조직문화 개선을 동시에 이끌어낸 사례가 주목받는 가운데, 여성 인재의 등용 확대가 보험업계 전반에 걸쳐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보험업계 여성 임원 비중..제자리 걸음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전체 임원 규모(190명) 중 여성 임원은 25명으로 13.16%를 차지했다. 이는 14.75%를 차지한 2023년과 비교해 1.5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 1등 삼성화재 전체 임원 수는 총 66명이다. 이 중 여성 임원은 9명으로 전체 대비 13.6%를 차지했다.
김수연 삼성화재 상무는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했다. 1997년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삼성화재에 입사, 호남 GA(법인 보험 대리점) 영업추진파트장 등을 맡으며 거둔 성과로 승진했다. 오정구 현 삼성화재 상무 역시 서울 송파지역 단장을 맡던 2018년 고졸 여성으로 첫 임원 승진을 한 사례다.
생보업계 1등 삼성생명 사례를 보면, 김진형 상무는 디지털추진팀장을 맡고 있으며,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디지털사업부장으로, 그 이전인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는 디지털 사업부 플랫폼기획담당 상무로 재직했다.
모정혜 상무는 교육육성팀장으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특화사업부장 수석으로, 2020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는 창원지역단장을 역임했다. 김혜진 상무는 자산운용전략팀장을 맡고 있으며,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재무심사팀장 상무로, 그 전에는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자산운용전략팀 운용전략담당 상무로 근무했다.
이밖에 ▲이지선 상무 ▲권영임 상무 ▲김선진 상무 ▲황은아 상무 ▲이지애 상무 등 여성 임원이 삼성생명에 재직 중이다.
여성임원 비중이 13.64%(9명)인 한화생명은 “앞으로도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여성 임직원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여성 임원 비율도 평균 10%를 상회해왔다”며 “앞으로도 양성 평등한 조직 문화와 공정한 인사 시스템 운영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여성임원은 사외이사를 포함해 7명이다. 이미영 전무의 경우 현대카드에 몸을 담았으나, 2022년 4월부터 교보생명의 전사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마케팅 혁신 작업에 사활을 거는 회사 입장에서 이 전무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진다.
◆ 처브그룹 ‘여성 CEO 시대’ 열다
외국계 보험사에선 여성CEO도 보인다. 처브그룹의 라이나생명과 라이나손해보험이 그렇다.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는 미국 듀크대학교 푸쿠아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메트라이트생명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선라이프파이낸셜 한국법인 실장으로 근무했다. 라이나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 헬스케어 총괄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20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경영 성과를 인정 받아 지난해 3년 연임에 성공했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46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2331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보험업계는 조 대표가 실적 향상을 이끈 것 뿐만 아니라 여성 복지 향상에 힘쓰고 있는 부분에 주목한다.
2020년 12월 조 대표 취임 이후 회사는 ‘직원 만족이 회사 성장의 밑바탕’이라는 철학 아래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여성 임직원들이 출산·육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같은 처브그룹에서 라이나손해보험을 이끄는 모재경 대표는 2014년부터 회사에 합류해 기업보험본부, 대리점채널, 클레임 총괄 등 요직을 맡았다. 2023년 9월 대표직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14년 177억원이었던 회사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말 기준 353억원으로 두배 이상 올랐다.
악사손해보험 역시 사내 전체 임원 중 여성임원 숫자가 50%를 바라보고 있다.
한편 보험업계에선 “여성임원 확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 임원 여부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 다양성과 공정성의 바로미터”라며 “특히 보험업의 경우, 전체 인재풀은 넓어졌는데, 경영진 구성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적만 보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포용력도 기업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