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슈 해소되어야 윤곽 드러날 것으로 전망
홍콩 옥토퍼스 카드도 iOS 등록 1년 만에 론칭
카드사와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사),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사), 빅테크와 제도 변화까지—국내 결제 시장이 격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카드의 독자망 구축, 발란 사태로 불거진 정산 갈등, 수수료를 둘러싼 이해 충돌, 정부의 종합지급결제업 도입 논의, 애플페이 확산 등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결제 전쟁」 시리즈를 통해 결제업계 판도 변화의 핵심 이슈들을 짚고, 시장 재편의 흐름을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애플페이가 2023년 3월 현대카드를 통해 국내 결제시장에 도입된지 2년이 지났다. 지급결제업계에선 당초 신한카드 등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2월 중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아직까지 실제 추가 론칭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6월 초 예정된 대통령 선거 이슈가 해소돼야 애플페이 추가 확산 이슈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분석한다.
◆ 애플페이 추가 론칭, 결국 대선 이후로?
25일 지급결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등은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초 신한카드의 애플페이 관련 화면과 개인정보 약관 등이 노출되면서 출시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기대됐으나, 4월 말이 다가오도록 별다른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애플페이 도입 지연은 시장 후발주자들에게 더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 NH농협카드, BC카드 등이 애플페이를 추진하고 싶어도 결제 수수료 분담 구조, NFC 단말기 설치비, 고객응대 프로세스 전환 등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예컨대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 인프라 확충을 위한 단말기 교체에는 가맹점당 20만~3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고, 카드사는 가맹점 리베이트까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애플이 부과하는 결제 수수료(국내 카드사 기준 약 0.15%)는 카드사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4일과 25일 발표중인 1분기 금융지주 실적에서 주요 카드사들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급감하고 있는 부분도 걸림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한카드 등 비교적 규모가 큰 회사들 조차 애플페이 도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규모가 더 작은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 기대감도 연초보다 현저히 떨어진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신한카드 등 대형 카드사의 애플페이 론칭 시기를 6월 초 대통령 선거 이후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애플은 2019년 6월 iOS13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당시 홍콩 옥토퍼스 카드의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는 코드가 추가됐는데, 실제 서비스를 론칭한 건 1년 뒤인 2020년 6월이었다.
2019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기간은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대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있던 시기였다. 이 법안은 홍콩에서 체포된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많은 시민들은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홍콩의 법적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홍콩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지급결제업계 관계자 A 씨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선을 앞두고, 공직기관과 산업계 전반이 모두 사실상 숨을 죽이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하려 해도, 결국 차기 정권의 정책 기조에 결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강력한 대권 주자 이재명, 애플페이 선호? 불호?
비록 한국 결제시장이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은 아니지만, 정치적 이슈를 대입할 때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강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아직 애플페이에 대해 호불호를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후보는 이날 발표한 수도권 공약에서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경기를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 지역으로 조성해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이루겠다”며 “특히 서울이 뉴욕·런던·파리와 경쟁하는 글로벌 경제수도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A 씨는 “이 후보의 정책 방향은 수도권의 디지털 결제 인프라의 확대와 같은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며 “특히 애플페이처럼 주요국 시장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는 스마트도시 구축과 디지털 인프라 확충에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삼성전자 견제로 애플페이 확산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여론도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0일 당 대표로 활동하며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삼성이 경제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잘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되고, 삼성이 잘 돼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이 잘 된다”고 강조했다.
애플페이의 확산 정체로 인해 삼성페이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가능성도 미궁에 빠졌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애플페이 도입에 대응해 삼성페이의 유료화 여부를 검토했지만, 현재까지는 무료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의 확산 속도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큰 변화는 포착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애플페이는 초기 기대와 달리 실제 ‘결제 혁신’으로 체감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출시 이후 “국내 등록 사용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아이폰 이용자의 충성도가 애플페이 이용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교통카드 기능 부재, 일부 금융사 미도입, 수수료 역외 유출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애플페이는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EMV) 비접촉 결제(컨택리스) 규격을 따르는데, 단말기 보급률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애플페이의 국내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 의혹 역시 발목을 잡는 상황으로 보여진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는 국내 고객 4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중국 알리페이에 넘긴 의혹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질의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급결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구조적으로 애플 생태계 중심으로 설계된 서비스여서, 한국 시장에 맞는 최적화가 쉽지 않다”며 “단순히 도입 여부를 넘어서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간편결제 산업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는 이슈”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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