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만 독자 가맹점 확보..독자카드 누적 발급 500만좌 돌파
카드사와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사),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사), 빅테크와 제도 변화까지—국내 결제 시장이 격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카드의 독자망 구축, 발란 사태로 불거진 정산 갈등, 수수료를 둘러싼 이해 충돌, 정부의 종합지급결제업 도입 논의, 애플페이 확산 등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결제 전쟁」 시리즈를 통해 결제업계 판도 변화의 핵심 이슈들을 짚고, 시장 재편의 흐름을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국내 신용카드 업계에 조용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우리카드가 있다. 우리카드는 타 카드사 결제망에 의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체 결제망 구축이라는 ‘홀로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성원 대표가 이끄는 우리카드는 올해도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2023년 대비 32.7% 성장한 18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 성장 배경에는 독자망 구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카드가 독자망 구축에 힘쓴 배경에는 수익성 확보와 데이터 주권 강화, 그리고 시장 주도권 선점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기존에는 결제 인프라 운영을 위해 타사 결제망에 의존했고, 이에 따라 결제 처리 수수료를 외부에 지급해야 했다.
이에 우리카드는 독자가맹점을 직접 모집하고 자체 결제망을 운영함으로써 중간 수수료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21년 11월, 회사는 독자가맹점 체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며 독립 결제망 구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는 단순히 내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수준을 넘어, 우리카드 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수익성과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결정이었다.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2013년부터 자체결제망 구축을 논의했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독자가맹점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2022년 3분기 독자 가맹점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고 2023년 2월에는 독자가맹점 대상 자체 결제망을 선보였다. 같은 해 3월 100만 가맹점을 돌파한 데 이어, 2024년 10월에는 200만점을 넘어섰다. 그리고 올해 초, 220만점 이상을 확보했다.
우리카드의 독자가맹점 확대 속도는 카드업계에서도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가맹점주의 이해와 협조 덕분에 단기간에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다”며 “국내 주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 가맹점뿐 아니라, 전국 중소·영세가맹점까지 고르게 확보한 점이 우리카드 독자망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카드가 가맹점 확보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한 카드 상품 리뉴얼 및 브랜드 전략도 병행됐다. 우리카드는 독자망 기반의 ‘독자카드’를 출범시키고, 독자카드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왔다.
그 결과, 독자카드는 출범 1년 7개월 만인 올해 2월, 누적 발급 500만좌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4년부터 발급된 신규 카드 가운데 97%가 독자카드일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독립망 구축을 위한 수치상의 성과를 넘어, 브랜드 신뢰도와 소비자 만족도 확보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 상품 브랜드인 ‘카드의정석’ 시리즈의 리뉴얼 역시 독자카드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기존 카드의정석 시리즈는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아왔으며, 리뉴얼을 통해 디자인, 혜택, 연계 서비스 등 전반적인 상품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신규 고객 유치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우리카드는 현재의 독립망을 기반으로 결제 인프라 주도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독자가맹점 확대를 통한 수수료 수익 증대뿐 아니라, 자체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마케팅과 신사업 발굴 등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전략을 다듬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타사 결제망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카드 운영과 고객 관리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업계는 우리카드의 이 같은 독자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기존의 결제 인프라에 기반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카드의 독립 전략은 수익 구조 다변화와 데이터 주권 확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선례로 평가된다. 동시에, 결제 인프라 시장 내 경쟁구도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과제도 있다. 독자망 운영은 안정성과 확장성이 핵심인데, 전국 단위의 무정산, 무장애 결제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투자와 가맹점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결제 처리 과정에서의 보안과 고객 서비스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도 장기적인 신뢰 확보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우리카드는 2025년을 독립망 체계 고도화의 원년으로 삼고, 인프라 안정화와 가맹점 관리 시스템 강화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결제 시스템의 근간을 타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는, ‘진짜 홀로서기’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