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하신 그곳에서 편안하게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3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40명에 대한 합동위령제가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이날 밀양시 주관 합동위령제는 유족 160여명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 박일호 밀양시장,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위령제는 사회를 맡은 밀양시 김병태 행정국장의 사망자 40명 호명으로 시작됐다.
이어 희생자에 대한 묵념, 이병희 밀양시 부시장의 경과보고, 박일호 밀양시장과 한경호 경남도지사권한대행의 추도사, 유족대표 김성환씨의 인사, 불교와 천주교의 종교의식, 유족과 참석자들의 헌화 등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박일호 밀양시장은 추도사에서 "지금 밀양은 큰 슬픔에 젖어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귀의 객이 되신 분들은 밀양시민들의 아버님 어머님이요, 형제자매들이었다. 그러나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영령들을 제대로 추모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따라서 앞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현장을 바꾸어 나가야 하고, 우리 밀양도 사람이 우선하는 밀양이 되도록 변해야 한다"면서 "11만 시민과 함께 마흔 분의 고귀한 영령들이 귀천하신 그곳에서 아픔과 슬픔을 모두 내려놓고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도 추도사에서 "도정 책임자로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면서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경남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고인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면서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기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유가족 대표로 인사에 나선 김성환씨는 "유족들에게 한마디 말씀도 못 하시고 저 먼 길을 가셔야 하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우시겠습니까? 비록 일신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오매불망 자식 걱정을 하시던 아버지, 어머니들께서 어찌 황망한 사고로 유명까지 달리 하셨단 말씀입니까?"라며 "안타깝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좀 더 따뜻하게 말씀드리고, 좀 더 말씀을 들어드리고, 좀 더 곁에 있어 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기 한량없다"며 "아직 드릴 말씀이 남았고, 아직 해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시니 너무 아프고 슬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승에 대한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모두 저희들에 남겨두시고, 부디 병 없고, 걱정 없고 늙지 않는 세상에서 영면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김씨는 또 "혹한의 날씨에도 사랑의 손길을 주신 사회봉사단체, 식사 및 물품을 아낌없이 지원해준 단체와 기업체, 독지가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합동분향소를 찾아 위로해주신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총리 등 정부 관계자, 전국 각지에서 성금과 관심을 보내주신 국민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재현장에서 구조에 도움을 준 시민들과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출에 최선을 다해준 최만우 밀양소방서장과 소방관들, 발 빠르게 사고수습에 나서준 박일호 시장과 공무원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씨는 "특히 당직 의사 고 민현식 씨, 책임간호사 고 김점자씨, 간호조무사 고 김라희씨는 화재 당시 환자를 구해야 한다는 본분을 다하기 위해 생사를 다투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환자를 대피시키다 희생되신 의인이었다"며 "유족들은 그분들의 송고한 희생정신을 높이 사는바, 보건복지부와 밀양시에 의사자 지정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어 "다시는 저희와 같은 불의의 사고를 겪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이번 사건의 불필요한 책임추궁은 지양하기를 요청한다"면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 및 충원, 소방장비 현대화, 그리고 다중이용시설 안전에 대한 입법 추진과 개선을 위한 국회의 노력, 정부의 강력한 실천 등으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인 노력과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종교의례는 밀양 불교사암연합회장인 태우 스님, 밀양성당 이재석 신부의 집례로 각각 진행됐다.
끝으로 유가족들은 국화꽃 한 송이씩을 희생자 영정에 바치고 마지막 절을 올렸다. 일부 유가족은 꾹 참고 있던 슬픔을 토해내듯 큰 소리로 오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