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 의지 내비친 대통령과 국회의장
선거 비례성과 대표성 없이 구태정치 청산 어려워
정치발전 촉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목차>
① 구태정치 청산, 선거제 개편이 해답
② 정치 구태, 권・정・비 하나로 싹쓸이 봉쇄 

계파 갈등, 공천권 파동, 국회 공전, 지역주의, 지금껏 여의도 정가가 보여 온 대표적인 구태정치들입니다. 각 정당마다 계파 청산을 외쳐댔고, ‘오픈 프라이머리’다 뭐다 해가며 공정한 공천권을 약속했습니다.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건 정당까지 출현했으며, 협의정치를 내세우지 않은 국회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구태정치는 여전합니다. 특히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김병준 비대위 체제로 들어선 자유한국당은 계파 갈등 탓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국회는 방탄국회와 정제되지 못한 정책대결로 시도 때도 없이 멈추고, 지역주의는 영토 내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그어놓았습니다.

국회 참관 기념품 디자인(자료:국회/studiodasol)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국회 참관 기념품 디자인(자료:국회/studiodasol)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해결책이 없을까요? 정당별 접근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정치는 국회의원이라는 각 기관들의 모임이 각각의 카운터파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각을 제도로 돌리면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매우 강력한 방법이 보입니다.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판 뒤흔들 초대형 사건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편 지지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지난 16일, 민주당 홍영표, 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권한대행) 등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은 대통령이 주도할 사안은 아닙니다. (중략)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로 추진될 문제라는 점을 전제로 말씀드리자면,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2년 대선과 지난 대선 때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또한 지난 3월 26일 발의했다가 야권의 반대로 무산된 ‘대통령표’ 헌법 개정안에도 포함된 바 있습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오찬회동 중인 문재인 대통령(2018.08.16)(자료:KBS 화면 갈무리)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오찬회동 중인 문재인 대통령(2018.08.16)(자료:KBS 화면 갈무리)

그런데 ‘비례성’, ‘대표성’, ‘권역별’, ‘정당명부’, 선거제도를 바꾼다는 건 알겠는데, 무엇을 어떻게 바꾼다는 것인지 용어부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편은 다당제와 협의정치의 발전, 지역주의 완화, 사표 방지,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 가능 여부, 여야 가릴 것 없이 벌어지는 공천권 다툼 제어 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향후 정치 판도를 크게 뒤흔들어 놓을 사안입니다.

따라서 21대 총선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의 여의도 정치지형을 큰 틀에서 바라보려면, 유권자로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제도라는 팩트 너머에 존재하는 우리 정치의 현실로 들어가겠습니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 선거에서 의원을 선출한 후, 각 당이 획득한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국회 전체 의석 중 지역구 의석 비율이 매우 높은 탓에 정당의 지지율보다는 지역구 승리가 훨씬 중요합니다.

제아무리 명망 있는 중앙 정치인이라도 경상도 출신이라면 전라도에서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정현(순천・곡성), 김부겸(대구 수성갑)이라는 사례는 말 그대로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예외적 사례일 뿐입니다. 심지어 같은 도내에서도 남도와 북도는 갈립니다. 이런 선거 구조는 지역주의를 심화시킵니다.

지역구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다 보니 엄청난 수의 사표도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강원 평창군수 선거에서는 12,489표를 얻은 민주당 한왕기 후보가 불과 24표 차이로 한국당 심재국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는데, 심 후보를 지지한 12,465표는 모두 사표 처리됐습니다.

오로지 1등만 당선되는 탓에 아무리 지지도가 높고 뛰어난 정치력을 가졌더라도 낙선자는 원외로 밀려나고 맙니다. 이처럼 실제 의석수에 반영되지 못하는 유권자 표심의 비중을 ‘불비례성’이라고 부릅니다.

주요국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불비례성(자료:아렌트 레이파르트_민주주의의 양식, 2012)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주요국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불비례성(자료:아렌트 레이파르트_민주주의의 양식, 2012)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문제는 또 있습니다. 각 당의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므로 거대정당들은 실제 얻은 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갑니다. ‘표심 왜곡현상’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런 의석 배분 탓에 거대정당 중심의 양당제 구조가 고착됩니다.

지역구를 나눈 다음 지역 당 대표자 한 명을 선출하는 이런 소선거구제 하에서, 거대정당들은 ‘자연히 생겨나는’ 기득권을 누립니다. 소수정당들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잠재적 경쟁자가 없는 상태, 방탄국회를 비롯한 의원들 간의 부적절한 연대는 여기서 나옵니다.

또한 전형적인 승자 독식 시스템인 소선거구제는 ‘상대를 끌어내리기 위한 네거티브’를 부릅니다. 선거 기간 동안 ‘깎아내리기’에 따른 갈등이 격렬해지고, 선거 후에도 패자에 의한 ‘발목잡기’가 일상화됩니다. 각종 재・보궐선거와 다음 선거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협의정치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소선거구제는 모든 당내에서 공천권 다툼을 불러일으킵니다. 지역과 인물 중심으로 치르는 선거라서 그렇습니다. 여기서 ‘당대표의 전횡’, ‘제왕적 대표의 독선’, ‘공천 파동’, ‘계파 갈등’과 같은 문제들이 불거집니다. 어느 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공천 잡음과 계파 갈등, 발목잡기식 네거티브, 막말 등으로 타당은 물론 자당 중진들로부터도 ‘전횡 대표’라는 비난에 직면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스트레이트뉴스
공천 잡음과 계파 갈등, 발목잡기식 네거티브, 막말 등으로 타당은 물론 자당 중진들로부터도 ‘전횡 대표’라는 비난에 직면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스트레이트뉴스

정리하면,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를 강화하고, 사표를 양산하며, 거대양당 구조를 정착시킵니다. 협의정치를 실종시키고,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기득권이라는 현실에 안주하게 합니다. 또한 공천권을 위한 당내 분란까지 부추깁니다. 사실상 우리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가 거의 다 소선거구제로부터 출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권은 그동안 틈만 나면 지역주의 타파와 협의정치 강화, 투명 공천 등을 외쳐왔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습니까, 정국이 불리할 때는 정신을 차리는 듯하다가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즉시, 그 외침들은 공염불이 되고 맙니다. 설령 누군가 하려 해도 시스템, 즉 각 정당의 내부 권력구조가 강력한 제동을 겁니다.

그런 정치권을 보는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합니다. 되풀이되는 폐해를 고칠 방도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선거제도를 ‘소선거구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MMP, Mixed-Member Proportional)’로 개편하는 것입니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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