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돈으로 나쁜 일에 쓰거나 사적으로 쓸 수 있는 여지가 항상 존재

최근 정부예산 중 어디에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알리지 않고,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예산, 사용처나 영수증 처리가 필요하지 않아 수년 전 부터 '쌈짓돈'으로 불리며 개선이 요구돼 왔던 특수활동비가 다시 정치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수활동비란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르면, 정보 및 사건수사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올해 예산의 경우 8810억 원으로 국정원을 포함한 19개 기관에 주로 기밀 활동이나 정보활동, 그리고 고도의 정치활동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다. 그 중 절반이 넘는 4800억 원의 예산이 국정원에 지급되고 청와대 비서실을 포함해 검찰, 경찰, 그리고 국회에도 80억 원이 지급된다. 거기에 각 부처에 숨어있는 국정원 예산을 합하면 실제로는 1조원이 넘는다.

특수활동비 집행과 관련된 증거서류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을 따른다. 지침에는 지급한 상대방에게 영수증의 교부를 요구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사유와 지급 일자, 지급 목적, 지급 상대방, 지급액을 명시한 관계 공무원의 영수증서로 대신할 수 있으며,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뒤 나중에 집행내용 확인서만 붙일 수도 있고 이마저도 생략할 수 있다.

이처럼 사실상 드러나지 않는 게 좋은 공무집행에 쓰면서도 공개가 되지 않고 사실상 출처를 밝힐 필요가 없는 돈이기 때문에 과연 정당하게 쓰였는가에 국민적 의심을 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가기밀에 필요한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쁜 일에 쓰거나 사적으로 쓸 수 있는 여지가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정원예산이 가장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예산이 특수활동비 전체예산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며 국정원예산은 전체가 통으로 특수활동비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합법적 예산이라고는 하나 한두 푼도 아니고 1조가 넘는 막대한 예산이 몽땅 비밀자금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국정원 예산이 통으로 특수활동비가 된 것은 1963년 박정희 정권 때 예산회계특별법으로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예산은 총액만 국회정보위원회에 통보하면 되는 것으로 정한데서 유래했다. 즉 냉전시대의 유물이며 독재정권의 잔재인 것이다. 전두환 정권 때는 역시 이름만 바뀐 안기부에서 이 특수활동비로 매년 장관들에게 돈을 나눠 줬다고도 한다. 이 돈을 받은 장관들은 기자단 접대와 촌지 등 어쩌면 성매매특별법에 걸릴만한 범죄행위에 사용하고도 마치 관행처럼 여겨왔다. 국민의 돈으로 부패의 온상인 권언유착을 위해 쓴 것이다.

또한 특수활동비는 군사 독재시절 대학가 시위를 감시하던 학원프락치의 활동비 등 밝혀선 안 되는, 목적에 어긋나고 행위자체를 감춰야하는 불법적인 일에 수없이 사용해왔다. 최근에도 대선개입 댓글공작비용과 해킹비용에 사용하는 등 국민의 돈으로 국가를 타락시키는 주범이 바로 특수활동비였다. 국가예산으로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를 위해 불법을 자행한 것이다.

이처럼 특수활동비는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에 쓸 가능성은 상존하며 확률도 높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므로 이제부터라도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되짚어 보니 정작 이 특수활동비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다름 아닌 현재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의해서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지난 2005년 상임운영위에 참석해 "국정원이 쓰는 예산 중 불투명한 것이 많다"며 "베일에 싸여있는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각 부처에 국정원이 계상한 특수활동비가 대표적인 불투명 예산"이라며 "국정원 예산이면 국정원 예산으로 편입해서 써야지 각 부처에 이렇게 숨어있는 예산은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소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활동비 투명성 확보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사실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헌데 여당이 지금은 특수활동비 개선을 극구 반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선을 요구하는 야당에게 김정은 운운하며 색깔론까지 들먹거리고 있으니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에게 특수활동비가 현금으로 지급되는데 이 돈으로 식대, 화환 그리고 동료의원이 해외에 나갈 때 등에 금일봉으로도 쓴다. 그나마 잘 쓰면 양심적이지만 홍준표 지사나 신계륜 의원의 경우엔 사적으로 생활비나 자녀 유학비로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회의 특수활동비 사용처가 그 정도라면 출처를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특수활동비 내역을 국회부터 솔선수범 밝히면서 국가제정법을 개선하여 전체로 확대시켜 나아간다면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소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국민의 돈으로 국가가 불법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어떠한 특수활동비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는 게 맞다.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여부에 대해 <돌직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63.5%가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나라를 좀먹는 특수활동비가 아직도 공안부처를 중심으로 남아 불법을 국가제정으로 뒷받침 하는 데 쓰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김상환(전 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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