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성산 정의당 여영국, 통영・고성 한국당 정점식 앞서
‘올인’하는 자유한국당, 소극적으로 임하는 더불어민주당
정권심판론과 색깔론으로 창원성산 탈환 노리는 황교안
손학규, 패배 책임론 부상할 수 있지만 여파는 미미할 듯
이번 선거로 내년 총선 PK(부산/경남) 민심 예측 어려워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국회의원 2석(창원성산, 통영・고성)과 기초의원 3석(경북 문경시 나/라, 전북 전주시 라)을 선출할 4・3 보궐선거가 2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투표율이 14.37%로 마감된 가운데,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의 선거 결과에 이변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MBC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6~27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창원성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여영국 단일후보가 44.8%로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35.7%)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영・고성에서는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57.2%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29.7%)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의도 정가와 전문가들의 기존 예측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조사 결과로, 별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선거 당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에서 사라진 민주당, 판세 키우려는 한국당
이번 선거를 대하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책은 선거운동 개시 초반부터 확연히 달랐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5・18 모독 발언으로 징계에 회부된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문제에 대한 결론도 내지 않은 채 지난 20일부터 창원으로 내려가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황 대표는 지난 22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18일 두 지역을 방문해 현지 최고위원회의와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최했지만, 선거운동 첫날 유세 대신 미세먼지 대책회의를 갖고 지난 25일 2박3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다녀오는 등 이번 선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이처럼 두 대표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는 선거 이후에 대한 양당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의당 수성 무난한 창원성산
창원성산 지역구는 애초부터 진보 진영의 표밭이다. 2004년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가 당선된 이후 보수 진영에는 난공불락이다.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진보 진영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에게 내 준 사례가 유일하다.
직전 의원 역시 드루킹 연루 의혹에 시달리다 사망한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의원이다. 현지에서는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를 보수에 넘길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국 운영에 정의당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이 지역을 두고 정의당과 경합해봐야 향후 정국을 풀어가는 데 득 될 게 없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도 범여권 연대를 위해 정의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후보 단일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기 전,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30.5%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 뒤를 정의당 여영국 후보(29.0%)와 민주당 권민호 후보(17.5%), 민중당 손석형 후보(13.2%)가 추격하는 모양새였다(MBC경남 의뢰 리얼미터 16, 17일 여론조사). 그러나 후보 단일화 이후에는 예상대로 여영국 후보가 강기윤 후보를 단숨에 앞질렀다.
반면 황교안 대표에게 이번 선거는 대표 취임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승리하면 황교안 체제에 탄력이 붙는다.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 실정에 따른 ‘정권 심판론’과 ‘색깔론’으로 진보 진영의 아성인 창원성산 탈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합세했다.
“더불어정의당이 만들어졌다. (중략) 말은 단일화지만 실체는 좌파 연합이다. (중략) 한국당을 밀어주면 정권을 재창출해서 개성공단이 아니라 창원공단을 챙기겠다. (중략) 좌파 정부는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 본 적이 없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25일 창원시 경남도당에서 열린 ‘최고위원 및 시도당위원장 연석 선거대책회의’와 ‘한국노총간담회’, ‘지역 소상공인간담회’ 등에서 밝힌 색깔론이다. 지난 21일에는 “창원경제 폭망의 주범은 실패한 좌파 사회주의 경제 실험을 한 문재인 정부가 아니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제대로 된 선택을 하면 창원경제도 살리고, 문재인 정권에 레드카드를 내밀어 좌파독재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지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색깔론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의당은 이 지역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정미 대표는 일찌감치 창원에 거처를 마련하고 수성에 나섰다. 심상정 의원과 김종대, 추혜선 의원도 집중 유세에 힘을 보탰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한국당 강기윤 후보에게 승리할 경우, 정의당은 기세를 내년 총선까지 이어갈 수 있겠지만, 만약 패할 경우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역시 지난달 말경부터 창원에 내려가 자당 이재환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출정식에 대거 참석한 원대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며 대안으로 바른미래당을 선택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재환 후보가 패할 경우, 손학규 대표의 책임론이 부상할 수 있지만, 그 여파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소극적인 통영・고성
“통영과 고성에 빈집이 늘고 있는데, 이번 장관 후보자들은 집이 두, 세 채이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를 사고팔아서 20억 원이나 벌었다고 한다. (중략) 정 후보를 국회로 보내주면 고용위기 지역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을 연장하는 등 저와 함께 통영, 고성 경제를 직접 살려내겠다.”
지난 21일, 황교안 대표가 정점식 후보 출정식에서 한 발언이다.

이 지역은 역대 선거에서 보수 진영이 싹쓸이를 거듭한 전통 보수 텃밭이다. 공안검사 출신인 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황교안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당시 최측근이었으며, 통합진보당 해산에도 큰 역할을 맡은 바 있다.
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선전하고 있지만, 한국당 정점식 후보에 두 배 가까이 뒤처지고 있어 한국당의 수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진보 진영에 전통 약세 지역이라는 점도 민주당 지도부가 이 지역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이유다.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가 패할 경우, 한국당의 정권심판론 프레임에 걸려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3일,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여당과 야당의 선거가 아니라, 야당과 야당, 즉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의 선거로 굳어지고 있다. 통영・고성은 자유한국당, 창원성산은 정의당의 수성이 확실시된다.
선거의 흐름이 여의도 정가와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흘러감에 따라 이번 선거를 통해 내년에 열릴 제21대 총선에서 부산/경남(PK) 지역의 민심을 미리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bizlink@straightnews.co.kr
*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