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인즈 주의, 프리드만과 하이에크, 대처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는 종말인가 ?

- 자본주의의 새질서, 신자유주의 글로벌 기업 패권에서 신제국주의 기술패권으로 전환?

- 트럼피즘과 아베리즘의 두 가지 음모, 기술패권주의와 패권적 정치권력

신자유주의 전성시대는 끝나는가?

신자유주의는 이제 그 끝을 향하고 있는가? 글로벌 대기업 패권의 종말인가?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무역 분쟁을 보면 이제 신자유주의가 그 수명을 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 중국, 일본은 전 세계에서 GDP 1,2,3위를 다투는 최상위 경제대국들이다. 이들 국가들이 최근에 보여주는 행동은 국가권력이 글로벌 시장과 산업에 직접 개입하면서 신자유주의 체제를 흔드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시장 근본주의를 탄생시킨 케인즈주의에 기반하고 70년대 프리드만과 하이에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정부,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폴 볼커의 규제완화와 탈규제를 채택한 레이건 정부가 8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5년에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세계시장은 국경을 뛰어넘어 한 몸의 경제체제로 구축되었다.

이후 40년 간 신자유주의는 글로벌 자본과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국민국가의 국가권력은 시장에서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닉 스르니첵과 알렉스 윌리엄스는 “신자유주의의 중요한 역할은 국가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 모든 걸 재설계하고... 국가는 시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반정부주의이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시장과 국가 사이에 모순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초국적기업과 시장은 국가의 상위에 있으며, 국가의 역할은 시장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유지, 관리하는 역할로 한정되었다. 국가는 통화정책이나 국제금융의 자유화를 통하여 안정된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정부 재정을 이용해서 적절한 공공복지 제도를 운영하며 기업을 위해 고용의 유연성과 노동자의 저항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존재이유를 찾아야 만 했다.

신자유주의 세계체제를 무너뜨리는 트럼피즘(Trumpism)과 아베리즘(Averism)

그러나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세계체제가 트럼프에 와서 과감하게 깨지고 있으며, 트럼프를 모방해서 아베정권도 정치적 편익을 위해 글로벌 시장에 국가 권력이 개입해서 통제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미덕(?) 중 하나는 자유무역과 국제적 분업이다. 우루과이라운드와 WTO가 주창하는 ‘세계화’ 그리고 ‘자유화’는 시장만이 이룰 수 있는 미덕으로 간주 되었다. 이 미덕으로 국제 분업이 활발해지고 개발국가는 자본과 기술 유입으로 발전의 기회를 얻었으며, 그 반대급부로 글로벌 자본에 의한 노동력 착취와 자연파괴, 극심한 빈부격차를 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독과 약이 공존한 신자유주의 시장을 깨뜨린 거대 정치권력이 나타났다. 바로 글로벌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회담에서의 기념촬영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회담에서의 기념촬영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 5월 16일 중국 최대 통신업체인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기업’으로 지정하는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트럼프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제품사용을 보이콧 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언론들은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는 이유가 미중 무역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 그리고 시진핑이 추진하는 중국기술굴기의 핵심이 되는 첨단산업의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미・중 무역 전쟁은 2018년 7월 6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340억 달러에 대해 25% 관세 부과하고 중국도 미국산 제품 360억 달러에 25% 관세 부과로 응수하면서 촉발되었다. 이후 7차례에 걸쳐 상호간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혈투를 벌여왔다. 그리고 지난 6월 29일 오사카 G-20 정상회담서 미중 정상회담 갖고 무역전쟁 일시 휴전에 합의하고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유예, 그리고 화웨이의 거래금지 조치를 완화했다. 언론들은 미・중의 합의가 일시적인 갈등 봉합이라고 평가했다. CNBC는 “임시 타임아웃이다. 미중 정상은 어떻게 무역전쟁을 끝낼지 정확한 경로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평가 했으며,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교착 국면을 타개했지만 여전히 회담 내용을 실천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가 언급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4가지 협상안을 제안했다.

첫째, 중국은 미국의 기술 및 지적 재산권 등을 부정 카피 및 도용 금지

둘째, 금용시장을 자유 개방 정책으로 100%전면 개방

셋째, 일대일로 사업으로 해양 및 대륙 세력 확장 중지

넷째, 중국 정부가 보조금과 지원금을 중국기업들에게 불공정한 지원을 하려는 중국제조 2025를 중단 등이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자가 되려는 중국의 패권주의에 일대 쐐기다. 이 제안들은 결국 시진핑으로 하여금 중국몽(中國夢)을 포기하라는 뜻임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당연히 중국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법제화는 주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고, 화훼이를 ‘거래제한기업’에서 해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쉽게 해결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일 일본의 아베 정부는 한국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소재 3개(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의 수출을 제한하고 전략물자 수출시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무역규제안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됐던 ‘화해, 치유재단’이 문재인 정부에 의해 해산되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로 인해 한・일 갈등이 점점 더 악화되는 상황에 있다. 아베 정부는 ‘국제법 상식’을 운운 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했고, 오는 18일에는 추가 보복이 내 놓을 것이라는 예측이 돌고 있다.

대한미국의 대표 기업 삼성과 중국의 대표기업 화웨이
대한미국의 대표 기업 삼성과 중국의 대표기업 화웨이

한국정부는 WTO에 제소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으며,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일본 여행 취소와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하고,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의 바드 칼리지의 월터 러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으로 갔다. 일본이 반도체 수출 제품과 관련해 큰 변화를 보였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한 규제였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도 OLED 패널과 같은 부품의 일본 수출을 제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한국 간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서 글로벌 기업들의 분업체계 뿐 만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여 소재·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가 위협받고 공멸할 징조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APAC 수석경제학자인 라지브 비스와스는 일본정부의 규제정책이 미・중간의 무역 분쟁과 더불어 글로벌 무역에 새로운 긴장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70%, 낸드플래시는 50%에 달하고 있어서 D램 생산 차질을 겪을 경우 이와 관련한 소재기업과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피해가 이어지게 된다. 또한 일본 전자업체들도 한국에서 OLED 패널을 공급받아 프리미엄 TV를 생산하고 있어 피해를 볼 수 있다.

미국의 화웨이 규제,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 규제가 글로벌 IT기업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동북아의 분업체계가 붕괴되는 동시에 기술패권주의, 국가주의 경제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피즘과 아베리즘이 불 지르고 있는 기술패권주의나 국가주의 경제체제가 신자유주의의 반동으로써의 국민국가로의 회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두 현상들은 시장 만능주의, 기업제일주의의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양태를 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이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해결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피즘과 아베리즘의 음모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신자유주의는 마치 무슨 사업을 하듯 우리의 삶을 살도록 강요하고 인간의 전 생애를 시장 메커니즘에 귀속시키는 지배체제로 보았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우리의 삶의 가치는 오직 시장에서 결정되며, 스스로 기업적인 자세를 취하고 자신을 경쟁력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생애의 시간을 다 보내게 된다.

트럼피즘과 아베리즘은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의 포로 된 삶으로부터 국민들을 해방시키는 국가의 역할을 제고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세계지배체제 위에서 초강대국의 패권을 강화하려는 신제국주의 경향과 정치권력의 패권을 위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이 보여진다.

실상, 이것들은 트럼피즘과 아베리즘에게서 나타나는 두 가지 공통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첫째는 개발 국가에 대한 초강대국의 기술패권과 그에 기반한 신 제국주의적 양태이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정보기술, 반도체, 통신기술과 같은 첨단기술들은 국가안보와 국익의 명분으로 정치권력에 의해 통제받고, 시장에 대해 국가 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초강대국들이 개발 국가들의 기술과 산업 발전을 조정하고 통제함으로써 지속적인 종속화를 강요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정부와 아베정부의 행태는 이러한 징조를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는 국익이라는 외피를 쓴 권력집단의 정치 이익과 권력 헤게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모습니다. 실제로 무역 분쟁이 확대될수록 트럼프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7년 12월 37%였던 지지율은 2018년 7월 43.1%로 상승했으며, 2019년 7월에는 44%로 트럼프 재임 기간 중 최고의 지지율을 보였다.

WP는 “탄탄한 미국경제에 더해 경제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인식이 퍼진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취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기 위한 결과물로써 중국과의 문제를 해결 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일본 아베정부의 경우도 일부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부가 21일에 있을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우호지지 세력의 표를 모으기 위한 용도로 한국의 타깃으로 삼아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대법원 판결로 인한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자극해서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경제제제를 통해 국익을 위한 아베의 강력한 리더십을 모여주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호 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아베 정부에 경고를 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아베가 시동을 건 기술패권주의와 국가주의경제로 인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WTO체제를 흔들고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시스템을 무너뜨리면서 신 제국주의적 패권 경쟁이 새로운 자본주의체제로 구축될지 혹은 패권 국가와 자국의 글로벌기업이 결합하여 새로운 지배질서를 만들어 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는 크나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정부는 뒤늦게 국가적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제 몇몇 글로벌 대기업의 경쟁력만으로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

지난 8일 한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화웨이 사태와 일본의 행태를 보고 기술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정희 독재에 대항한 민주화운동의 선봉자였던 손대표는 카이스트를 설립하고 기술강국에 기여한 박정희 대통령을 높이 평가해 주목을 끌었다. 오늘날 기술패권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총화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그 주체들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상식은 18세 때까지 체득한 편견의 집합이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 초강국의 자국 중심의 패권화는 자유무역주의 지향의 상식을 편견 저편으로 몰아내고, 정치논리의 기술패권주의가 상식이 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음을 예고한다.

국익 최우선의 트럼피즘과 아베리즘은 글로벌 공동체 지향의 상식이 고루한 편견이 될 수 있음을 강력 시사한다. 21세기 신 국제질서는 적자생존이 상식 아닌 상식으로 자리하는 모양새다.

궁즉변(窮卽變)이면 변즉통(變卽通)이라고 했다. 다사다난한 시대의 변화를 능히 잘 파악하여 더욱 지혜롭고 용기 있게 난세를 헤쳐 온 나라, 시련과 역경의 연속인 대한민국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국민이 있다. 도전과 응전의 현대사는 우리 몫이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