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커뮤니티(Floating Communities)/ 네덜란드 로테르담

이번 편은 수공간을 활용하는 방법 중 여러가지 플로팅 요소를 실험하는 로테르담 사례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려 한다.

▲레인하번(Rijnhaven)에 떠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 파빌리온, 나무, 택시승선장 ©박혜리
▲레인하번(Rijnhaven)에 떠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 파빌리온, 나무, 택시승선장 ©박혜리

항구 재개발에서 수변부와 항만 부두에 어떤 개발을 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수공간 자체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 또한 중요하다. 항만의 기능이 빠진 빈 수면은 또 하나의 대지이다.

더 이상 큰 화물선이 들어오지 않는 항만은 다양한 수상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몇몇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항만재개발에서는 빈 수면을 또 다시 매립지로 메워 고층 주거(또는복합시설)단지로 만들어 이윤을 창출하는데 쓰이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수공간은 또 다른 오픈스페이스이며 무한대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부유시설이라는 점에서 다양하고 획기적인 ‘임시시설’에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수상주택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기로하고 이번에는 로테르담에 국한하여 수중부유시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로테르담 항구재편은 ‘도시항구(Stadshavens)’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불리며 ‘가장자리에서 창조하기(Creating on the edge)’라는 비전 아래 5가지의 전략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건축,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 및 접근성을 중요시하고 있는데, 5가지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플로팅 커뮤니티(floating communities)’이다. 새로운 생활방식과 업무환경을 창조하는 플로팅 시설들로 하여금 모든 로테르담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가치있는 장소를 만드는데 목적을 둔다.

▲로테르담 항만재편의 혁신적인 플로팅 시설의 위치, Structuurvisie-StadshavensRotterdam
▲로테르담 항만재편의 혁신적인 플로팅 시설의 위치, Structuurvisie-StadshavensRotterdam

역사적 유산인 오래된 선박의 수상 전시 및 활용, 호텔 SS로테르담 선

카텐드레흐트 지역을 재생하는데 앞서 오래전 카텐드레흐트에서 출발하였던 SS로테르담선이 인접 부두에 정박하기로 결정하였고 이는 지역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SS 로테르담(Stoomschip Rotterdam, 증기선 로테르담, 이후 SS로테르담 선)은 1959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과 홀란드를 잇던 HAL(Holland-America Line)노선에 쓰였던 여객선이었다.

당시 인근 로테르담 조선소(현 RDM캠퍼스)에서 건조된 이 선박은 여왕 베아트릭스가 적극 나서서 환영하고 ‘로테르담’이라는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자랑스러웠던 황금기의 대표 역사 그 자체였다. 이후 선박이 노후화되며 2000년 운행을 멈췄고 배가 폐기될 위기에 처하자 많은 선박 애호 시민들이 2001년 로테르담 증기선 보존재단(Stichting behoud stoomschipRotterdam)을 설립하여 보존에 노력했다.

이후 여러번 소유주 변동이 있었고 2013년 한 호텔기업에서 소유자 및 운영자로 선박을 인수하여 호텔로 사용하고 있다. 몇 차례 수리를 끝낸 후2009년1월 카텐드레흐트 마스하번(Maashaven)에 기둥을 내려 영구 정박하게 되었고 더 이상 독립적으로 항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출발지점이었던 카텐드레흐트에 정박하며 호텔로 재사용되고 있다.

물에 띄우기 가장 쉬운 시설은 역시 ‘배’다. 선박 계류장 및 승선시설 등 여전히 선박 관련시설을 제외하고, 선박 개조 선상주택이나 숙박시설 등은 가장 고려하기 용이한 요소이다.

이 SS로테르담선은 대규모 선박으로서 비용상 폐기될 위기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박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보존을 옹호하였고 그 역사성이 인정되어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상업/숙박시설로 재활용되었다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

▲현재 호텔 및 복합시설로 사용하고 있는 SS로테르담 선 ©Klaas Krijnen, https://www.stoomschiprotterdam.nl/over-ons/
▲현재 호텔 및 복합시설로 사용하고 있는 SS로테르담 선 ©Klaas Krijnen, https://www.stoomschiprotterdam.nl/over-ons/

플로팅 파빌리온(Floating Pavilion)

비누거품 모양의 반구 세개가 겹쳐진 이 하얀색 물체는 이미 로테르담 항만에 떠 있은지 오래되었다. 이 파빌리온은 로테르담 시가 지속가능한 수상 건축으로서 최초 시도한 실험 프로젝트이었다. 부유시설로, 수면의 높이의 변화에 따라 오르고 내려진다. 다양한 행사를 소화해 내는 이벤트장소로 쓰이고 있다.

▲플로팅 파빌리온(Drijven Pavilion) ©박혜리
▲플로팅 파빌리온(Drijven Pavilion) ©박혜리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플로팅 공원 (Floating Park, by Recycled Park Project)

▲플로팅 공원, 리사이클 파크(Recycled Park) ©박혜리
▲플로팅 공원, 리사이클 파크(Recycled Park) ©박혜리

플로팅 파빌리온 옆에서 붙어있는 녹색 공원이 떠 있다. 이는 리사이클 파크(RecycledPark)이라 불리는 수상 공원이다. 로테르담을 가로지르는 마스(Maas) 강은 사실 그동안 육지에서 바다로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내보내던 셈이었다.

리사이클 아일랜드 재단(Recycled Island Foundation)은 리사이클 파크 프로젝트(Recycled Park Project)로 인하여 이러한 플라스틱을 모아 더 이상 북해를 더럽히지 않고 환경을 깨끗게 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시사점을 보여주고자 하였다고 한다.

모은 플라스틱으로 플로팅 플랫폼을 만들어 모듈화하고 연속된 녹지의 베이스가 되게 하여 물 위에 떠 있는 공원을 만들었다. 이 베이스의 윗면은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제조되었고 반면 밑면은 거칠게 처리하여 수중생명을 자극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수중에서 생태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플로팅 숲 (Dobberend Bos, bobbing forest)

플로팅 파빌리온, 플로팅 공원 옆 듬성듬성 나무가 떠 있다. 나무 20그루가 수면에 떠 있는 이를 ‘플로팅 숲(floating forest)’라고 부르고 있다.

2016년 3월 16일 네덜란드 국경 식목일을 맞이하여 레인하번 플로팅 파빌리온 옆 플로팅 숲(floating forest)이 심겨졌다. 항만지역의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로테르담시는 빈 항구 수변공간에 도시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해줄 특별한 임시 프로젝트를 찾고 있었다.

Mothership이라는 예술집단에서 진행하였는데, 이를 감독한 디자이너 예룬 에버라트(JeroenEveraert)은, 2012년 요르허 바커(Jorge Bakker)의 ‘in search of habitus’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물로 채워진 수족관에 미니어처 나무가 비늘형 부표에 떠다니며 도시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었다. 예룬은 이 예술작품을 확대하여 현실에 실현하고자 이 예술작가와의 협업을 제안하였다.

▲플로팅 숲 (Floating Forest) ©박혜리
▲플로팅 숲 (Floating Forest) ©박혜리

북해의 쓰고 오래된 바다 부표를 재사용하여 네덜란드 느릅나무 20그루를 심고 레인하번 수면에 떠다닐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예술 작업으로, 환경 및 기후변화의 혁신에 대한 질문에 기인하였지만 예룬는 이 예술작품이 꼭 특정한 의미부여에 메여있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는예술작품이다. 그러므로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당신은 ‘지속가능성’의 어떠한 것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또한 그저 떠 있는 숲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라며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여러 해석을 포용하고 있다. (Rijnmond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플로팅 숲은 5년간 떠 있을 예정이다.

▲플로팅 숲의 모티브가 되었던 예술작품 (In Search Of Habitus, artwork of Jorge Bakker, https://www.mediamatic.net/)
▲플로팅 숲의 모티브가 되었던 예술작품 (In Search Of Habitus, artwork of Jorge Bakker, https://www.mediamatic.net/)

수상 생산성에 주목하는 순환경제형 수상농장, 플로팅 팜(Floating Farm)

이제 항구가 도시로 열려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M4H항만에 한 시설물이 떠 있기 시작했다. 이는 ‘플로팅 팜(Floating Farm)’으로, 세계 최초의 플로팅 농장이며 에너지 중립(EnergyNeutral)농장이다. 수상시설물에 전문회사인 벨라돈(Beladon)이라는 기업에서 최초제안을 하였다고 한다.

▲플로팅 팜과 수면에 놓인 태양광발전(모든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사료공급 및 우유짜기 모두 자동화되어있다.)
▲플로팅 팜과 수면에 놓인 태양광발전(모든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사료공급 및 우유짜기 모두 자동화되어있다.)
▲M4H에 놓인 플로팅 팜(Floating Farm) ©박혜리
▲M4H에 놓인 플로팅 팜(Floating Farm) ©박혜리
▲M4H에 놓인 플로팅 팜(Floating Farm) ©박혜리
▲마침 젖소들이 그들의 ‘수상주택’에서 벗어나와 인근 풀밭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박혜리

플로팅 팜에 들러본 날, 마침 젖소들이 그들의 ‘수상주택’에서 벗어나와 인근 풀밭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들어갈 때 입장료를 내어야하는데 농장 관리인으로 부터 설명도 들을 수 있었고 바로 그날 짠 우유도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었다.

농장 관리인은 육지보다 물이 많은 지구에서 수공간의 효율적 이용이 미래에 꼭 필요하다 강조하였고 이 플로팅 팜은 그에 대비한 실험공간이라고 하였다.

젖소의 사료로는, 이웃 도시 스키담에서 진(Gin)을 제조하다 남은 곡물찌꺼기, 또는 감자를 깎고 난 껍질, 로테르담 페이엔노르트 축구경기장에서 잔디를 깎고 남은 잔디 쓰레기 등 주변에서 쓰레기로 버리던 것을 효율적인 식량 재생산의 자원으로 쓰고 있다. 그야말로 순환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플로팅 모듈 수상하우스, 랩보트(Wikkelboat)

▲베인하븐아일랜드 레드애플 앞에 떠 있는 플로팅 실험 주택, 랩보트(wrap boat, wikkelboat) ©박혜리
▲베인하븐아일랜드 레드애플 앞에 떠 있는 플로팅 실험 주택, 랩보트(wrap boat, wikkelboat) ©박혜리

보트들만 가끔 정박해있던 베인하븐아일랜드에 희한하게 생긴 수상가옥 몇 채가 눈에 보였다. 골판지를 말아서 만든 집, 랩하우스(Wikkelhuis)의 수상 버전, 랩보트 (Wikkelboat)였다.

단면이 집모양의 골격에 골판지를 24번 말아서 1.2미터의 한 유닛을 만든다. 이를 이어붙여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길이를 조정하여 알맞은 크기의 주택을 만든다. 이것이 수면에 부유하게 처리가 되면 랩보트가 되는 것이다.

애초 랩 하우스는 모듈 형식의 주택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데나 손쉽게 하루만에 제작, 설치할 수 있으며 유연한 주거공간의 적응가능한 주택을 고안해 내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한다. 이 주택은 창의적 기업 FictionFactory에 의해 고안되고 제작되었다.

▲랩하우스에 대한 설명 https://www.youtube.com/watch?v=si6fjHuCj7Q
▲랩하우스에 대한 설명 https://www.youtube.com/watch?v=si6fjHuCj7Q

이 외에도 RDM에 곧 건축될 아쿠아독(Aqua Dock)은 수상시설에 대한 여러 실험 및 테스트를 하는 혁신시설이 될 것이며, 나사우하번(Nassauhaven)에 들어설 수상주택단지는 로테르담 최초의 수상주택단지로 의미있는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로테르담 시는 SOFIE(Stadshavens Ontwikkelingsonds voor innovatie en Economie)펀드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투자를 하여 다양한 플로팅 프로젝트에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항구가 수명을 다하여 더 이상 큰 정박공간이 필요치 않은 공허한 수면. 육지로 메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 못다한 실험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상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박혜리 (도시건축가)
-네덜란드 도시계획사(SBA, Stedenbouwkundige)-
-KCAP 프로젝트 디렉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