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민간 설립극장인 서울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이 40년 만에 결국 문을 닫는다.

정대경(56) 삼일로창고극장 대표(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는 28일 "이번달 말, 삼일로창고극장이 40년간의 명동시대를 마감한다"고 폐관을 선언했다.

"75년 개관 이래 선생님, 선배님, 동료, 후배들의 혼과 흔적이 쌓인 공간의 역사성 또한 지켜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다.

애초 건물주가 개축하겠다고 한 2016년 문을 닫기로 했으나 임대료 등 운영상 어려움으로 시기를 앞당겼다.

삼일대로 9길 12에 자리잡은 삼일로 창고극장은 165.3㎡(약 50평) 규모로 객석 100석을 갖췄다. 무엇보다 소극장 운동의 본거지로도 통했다. 연출가 방태수(70)가 1975년 명동성당 뒤편 삼일로 큰 길 옆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허름한 창고 건물을 사들여 '에저또 창고극장'으로 꾸미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1977년 배우 추송웅(1941~1985)이 모노드라마 '빠알간 피터의 고백'을 초연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연극은 공연 한 달 만에 1만3000명을 모으며 1인극 열풍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유리동물원' 등 현재까지 공연하는 연극도 이곳에서 초연했다. 박정자, 전무송, 유인촌, 윤석화 등도 이 무대를 거쳐 갔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폐관·재개관을 거듭했다. 2011년 태광그룹이 후원을 결정하면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2013년 지원이 끊겼고 월 임대료 330만원을 내기가 버거워지면서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시가 2012년부터 추진한 '미래유산'에 삼일로 창고극장을 포함시켰지만, 실질적인 지원과 혜택은 없었다. 건물주는 재산권 행사 우려 등으로 이 인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는 서울의 유무형 유산 중 보전할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해 서울시는 '미래유산'으로 정했다.

13년 간 창고극장을 이끌어온 정 대표는 "머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곳에서 삼일로창고극장의 정체성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삼일로 창고극장이라는 이름만은 꼭 지켜가겠다"며 "내년을 목표로 다른 곳에 극장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소극장들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앞서 개관 28년 만에 폐관한 '대학로극장'의 정재진 대표는 충북 단양으로 극장을 옮겼다. 서울시는 대학로 일대 소규모 공연장들을 대상으로 1년간 최대 5000만원의 임차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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