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2018)」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보이지 않는 경제학

 

우리는 “걸어 다니는 옥수수”다

이쯤에서 시선을 다시 미국 쪽으로 돌려 보자. 미국의 옥수수 재배면적은 한반도 면적과 맞먹는다. 제주도에서 개마고원까지 온통 옥수수가 물결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것도 대부분 단일 품종이다.

매년 막대한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쏟아부어 생산량을 유지한다. 그렇게 공급된 화학물질은 지표수地表水(하천, 호수, 운하, 해양 등 지표에 있는 모든 물)를 오염시키고 토양을 산성화하며 멕시코만으로 흘러든다.

프레리 초원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40퍼센트는 에탄올로 바뀌고, 나머지는 공장식 축사에서 닭과 소의 사료로 사용되거나 가공식품이 되어 전 세계 식품점에 진열된다.

오늘날 미국의 슈퍼마켓에서만 평균 4만 7,000종의 가공식품이 판매되는데, 그중 78퍼센트에 옥수수가 들어간다. 콜라에도 케첩에도 옥수수로 만든 콘시럽이 들어간다.

인스턴트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과자, 음료, 빵 등 대부분의 먹을거리에 옥수수나 그 부산물이 반드시 들어간다. 오지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지 않는 한, 지구촌 어디에 있든 미국산 옥수수를 먹지 않을 방법은 없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대부분은 바로 옥수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가공된 옥수수다.”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이 한 말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사실상 우리는 “걸어 다니는 옥수수walking corns”다. 그 옥수수는 석유를 먹고 산다.

‘석유를 먹고 산다.’ 이것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석유가 식품과 닮은 점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가격이 높다고 해서 소비가 확 줄어들지 않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소비가 크게 늘지도 않는다. 그 말은 공급량에 따라서 가격 변동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가격이 훅 오르거나 훅 떨어진다.

지금의 유가 하락은 공급 과잉 때문이다. 석유와 곡물. 가격탄력성이 낮은 두 상품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두 원자재의 공급이 동시에 급감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끔찍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식량 가격은 석유 가격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둘째, 식량과 석유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다. 셋째, 한국인의 식생활은 수입 농산물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2016양곡연도(2015년 11월~2016년 10월)의 식량자급률은 50.9퍼센트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쌀(104.7퍼센트)을 제외하면 곡물자급률은 뚝 떨어진다. 밀은 자급률이 1.8퍼센트, 옥수수는 3.7퍼센트, 콩은 24.6퍼센트다.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닥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계속>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