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세계 6위, 장하다 우리나라! 훌륭하다 대한민국!」
「4대 구조개혁과 재정수지 흑자, 부채 비율 40%는 중대한 불합리」
「네거티브와 경상성장률로 국민을 호도하는 정부」
「이제는 열악하고 지지부진한 구조개혁에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국, 드디어 세계 6위

국가신용등급 얘기다. 국가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지표가 있다. 신용부도스왑이라 불리는 CDS(Credit Default Swap)이다. 2008년 초 우리나라의 CDS는 100bp 수준을 유지했지만, 리먼브라더스 사태 후 699bp까지 치솟았고, 국민들은 1997년 IMF외환위기 사태 때 못지않은 고통에 신음해야 했다.

▲ 2008년 한국의 CDS 프리미엄 추이

그런데 지난 9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22위 수준이다.

그리고 무디스(Moodys)는 지난 4월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을 Aa3 ‘positive’로 상향했고, 며칠 전 다시 Aa2 ‘Stable’로 한 단계 더 올렸다. 고작 8개월 만에 이루어진 이례적인 조정이며, 미국, 독일, 호주, 캐나다, 영국, 다음으로 프랑스와 함께 세계 6위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CDS가 699bp까지 치고 올라갔던 신용불량국가가 20등도 아니고 10등도 아니고, 자그마치 세계 6등이라니, 우리 역사상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고지 아니던가! 우하하, 장하다! 훌륭하다! 우리나라 만세다!

무디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등급을 상향 조정한 핵심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4대 구조개혁, 즉 노동과 공공, 금융, 교육개혁에 대한 노력이고, 두 번째는 2010년 이후 통합 재정수지 흑자가 유지되었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4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혀 좋아할 일이 아니다. ‘중대한 불합리’들이 무시된 등급 조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야당의 정치인과 재야 및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삶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는 마당에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린가, 하고 애써 무시하려고만 할 뿐, 경제적으로 세세하게, 또 정치적으로 치밀하게 따져보려 하질 않는다.

첫 번째 ‘중대한 불합리’ : 4대 구조개혁

‘중대한 불합리’란 어떤 사항들일까? 먼저, 4대 구조개혁은 현실화되었는가? 아니다.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경쟁력 보강에 나서고 있는 금융은 일단 제외하고 생각하자.

무디스는 공기업 운용의 효율성 제고 및 부채 감축을 등급 상향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채를 합산한 국가 부채가 이미 1천조 원이 넘어선 상황이다. 더군다나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모라토리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자체가 점점 늘어만 가는 공공이다. 그렇기에 중앙의 입김에 어쩔 수 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런 공공이 무슨 개혁을 말할 수 있는가?

▲ 2015년 현재 공기업 부채비율 ⓒcafe.daum.net/kseriforum

그리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으로 드러난 노동과 교과서 국정화 드라이브는 또 어떤가. 그야말로 개혁이 아닌 ‘국민 무시’ 개악이 아니던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등급을 조정하는 기준은 현실이지 미래가 아니다. 그럼에도 무디스는 4대 구조개혁에 관해 ‘구조개혁이 실패하면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 ‘공기업 운용의 효율성 제고 및 부채 감축에 실패하면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단 후에, 아직 현실화되지도 않은 구조개혁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이해? 도무지 하기 어렵다.

경제와 국가신용에 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무디스가 미래를 선반영한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지점에서 의혹 겸 농담 들어간다. 무디스의 CEO 레이먼드 맥대니얼Raymond McDaniel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노래가 혹시 ‘연상의 여인’ 아닌가?

두 번째 ‘중대한 불합리’ : 재정수지 흑자 지속

다음으로, 무디스는 2010년 이후 통합 재정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등급 상향 조정의 이유로 들었다. 이 이유 역시 기가 차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총소득을 국민총소득GNI이라 한다. OECD 국가의 기업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GNI의 평균 18% 선이다. 경제 규모가 OECD 중간급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은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17% 선으로 OECD 평균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의 평균은 자그마치 25.19%.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이게 무슨 말일까? 여타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기업이 국민보다 돈을 더 잘 번다는 얘기다. 원인은? 물론 기업들이 장사를 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business friendly, 그중에서도 특히 기업 세제 혜택에서 찾을 수 있다. 법인세 인하 말이다.

국가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은 MB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은 현재 경제성장의 과실이 노동자보다는 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모든 후보가 떠들어대는 경제민주화? 흥, 법인세가 정상화되지 않는 한, 그리고 야당(특히 박영선 의원 등)이 사내유보금에 과세하자며 내놓았던 ‘기업소득 환류세’와 같은 제도가 신설되지 않는 한,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이다. 참고로 가계로 흘러들어가야 하지만 우리나라 30대 기업의 금고에 쌓여 있는 돈, 다시 말해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돈은 2015년 7월 기준, 710조 원을 넘어섰다.

세 번째 ‘중대한 불합리’ : 부채 비율 40%

마지막으로, 무디스가 등급 상향 조정의 이유로 든 것은 40%에 불과한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뇌관은 단연 올 연말이면 1,200조 원을 가뿐히 넘겨버릴 가계 부채다.

한국은행의 발표(20일)에 따르면, 가계 부채 1,200조 원 중 대출이 1,102조 6,000억 원이고, 그중 변동금리로 빌린 비율이 70%다. 지난 조사 때보다 대폭 증가했다. 증가한 이유는 2014년 8월에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한 이후, 전세 살던 많은 국민들이 은행 돈을 빌려 내 집을 장만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0집 가운데 대략 6집(57.5%)이 평균 4,321만 원의 금융 부채를 갖고 있으며, 벌어들이는 돈(가처분 소득)의 무려 1/4을 빚 갚은 데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두 정부가 부동산・건설을 떠받치기 위해 가계 부채를 희생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소득 최상위 계층과 최하위 계층의 소득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통계청,금감원,한국은행).

▲ 부채 유형별 가구당 보유액 ⓒsegye.com

금리 인상의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해 깡통주택이 대거 나올 경우, 가계 부채는 말 그대로 경제 부실의 출발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대비 12월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꺾였고, 거래량은 급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 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으니 당장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1조 9,300억 원을 이자로 더 내야 한다. 만약 미 연준이 2016년 동안 매 3개월마다 0.25% 포인트씩 올려서 금리 인상폭이 1%에 이른다면, 그들의 이자 부담은 자동적으로 7조 7,200억 원까지 불어난다.

이 지점에서 욕 한 번 하고 넘어가야겠다.

“무디스씨! 한국의 가계 부채가 이처럼 위험 수준에 이르러 있는데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40%라는 산술적인 결과만 보고 등급을 상향 조정한 이유가 대체 뭐요? 대출 상품 중에 많은 부분이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촉발시켰던 레버리지 상품이 아니고 신용 대출 상품도 아니라서? 그리고 주택 담보 대출이 많기 때문에? 아니, 리먼브라더스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거요, 지금?”

네거티브로 국민을 호도하는 정부

신용등급이란, 국가든 개인이든 그저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계산한 것에 불과하다. 그중 국가신용등급을 매기는 주요 기준은 외환보유고, 부채 상환 능력, 대외 충격 흡수 능력, 경제정책 등이다.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보다 더 높은 신용을 갖게 되었다. 물론 등급이 낮아질 경우, 국가는 지난 IMF 때처럼 큰 곤란을 겪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은 선진국 순위도, 경제력 순위도 아니다. 그리고 등급을 매길 때, 소득 불균형, 심화되는 빈부 격차, 행복지수, 삶의 질과 같은 항목들은 아예 포함시키지 않는다. 오로지 돈만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국민 호도용으로 활용하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세계 6위의 신용등급이 의미하는 것은, 설령 미 연준이 금리를 단번에 0.5% 또는 1% 포인트까지 올린다 하더라도 다른 신흥국(developing country)들에 비해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는 긍정적인 면, 즉 무디스가 구조개혁 노력과 공기업 운용의 효율성 및 부채 감축 노력에 가산점을 부여한 측면은 축소 언급하는 대신, 네거티브한 측면만 집중 부각해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의 말이다.

“구조개혁이 후퇴하면 언제든 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국회에 계류 중인 구조개혁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것과 저유가에 따른 신흥국들의 불안이 맞물리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세까지 계속 둔화되는 먹구름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우리 경제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만날 수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패턴 아닌가 싶다. 이건 필자의 뇌리에서 떠도는 말이다.

“남한의 정세 불안 때문에 동북아의 안정이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것과 로동미사일 개발에 따른 주변국들의 불안이 맞물리면서 미국과의 동맹관계까지 약화되는 먹구름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한반도의 정세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만날 수 있다.”

▲ 두려움의 역이용 ⓒchristianpost.com

그리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경제 활력을 되살려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느냐, 이대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노동개혁을 하지 않으면 청년일자리 창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어렵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속에서 이뤄낸 대타협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법률안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경제계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개혁 법안,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늘 상존하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필사적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려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저유가에 따른 신흥국들의 불안은 이미 세계 시장worldwide stock market에 선 반영되고 있으며, 유엔 보고서는 중국 경제 성장세의 둔화로 인한 원자재, 특히 석유 가격 급락과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로 신흥국들이 이미 저성장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지적했다.

세상 모든 국가에 상존하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이미 세계 시장에 선 반영되고 있는 신흥국의 불안, 그리고 현실로 다가온 저성장시대가 무에 그리 무서워서 유독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해가며 국민을 겁박하는가?

▲ 은근한 협박 ⓒmohamednabeel.blogspot.kr

구조개혁 법안들이 통과가 안 되고 있다면 법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니, 이제라도 제발 ‘오로지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오로지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서 벗어나 경제의 추를 분배 쪽으로 이동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지지부진한 공공개혁, 노동계가 개악으로 평가하는 노동개혁, 언제든 시한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는 가계 부채, 기업소득 환류세 등에 대해 대통령의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야당과 보다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가며 해결하려는 노력을 선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 호도의 절정, 경상성장률

경제가 성장하는 비율economic growth rate과 관련, 지금까지 정부는 실질성장률real growth rate을 발표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nominal growth rate)도 발표할 예정이며, 5% 정도의 경상성장률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상성장률이란, 지금까지 발표했던 3% 성장, 3.2% 성장과 같은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 2%를 더한 지표다. 실질성장률이 3%라면 5% 성장이, 1%라면 3% 성장이 되는 것이다. 그럼 실질성장률이 -1%라면? 당연히 1% 성장이 된다. 실질성장률이 0%라도 물가상승률이 5%라서 국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졌다면? 그래도 5% 성장이다.

한국은행뿐 아니라,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경상성장률이 과장되고 불완전한 수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물가가 치솟아도, 그래서 국민들의 삶이 -1%까지 팍팍해져도, 경상성장률로만 따지면 마치 경제가 1% 성장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구태보다 더 구태스러운 술수, 이런 기막힌 국민 호도를 서슴지 않는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란 말인가!

▲ 눈속임 통계의 압권, 경상성장률 ⓒeconomictimes.indiatimes.com

저성장 시대가 도래할 것에 대비해 실질적인 준비는 하지 않고, 국민을 바보로 만들 궁리부터 하는 꼴이라니... 이제라도 청와대와 정부는 오직 돈의 힘으로 얻어낸 세계 6위의 국가신용등급을 국민 호도용으로만 쓰지 말고, 열악하고 지지부진한 구조개혁에 진정성 있게 매달리기 바란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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