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매입 5년째이지만 첫 삽도 못뜨고 법정싸움만
테마파크 사업 기한 내 사업계획서 미제출로 '실효
인천시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현재 2심 진행 중
테마파크 '제자리걸음'에 도시개발사업 꿈도 못꿔

인천 송도 워터프론트 아암호수와 아암도해안공원을 끼고 있는 연수구 동춘동 907번지. 그리고 인근 송동3교 교차로 아암대로를 끼고 있는 동춘동 911번지.
송도 국제업무지구를 마주 보고 있는 위치로, 부영그룹이 인천 송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도시개발사업과 테마파크 사업 부지다.
하지만 이 두 사업은 5년째 표류하고 있다. 기한 초과에 따른 '실효(효력상실)' 문제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소송전이 진행되고 있고, 사업부지내 토지오염과 정보공개, 정화명령 등의 문제 역시 법정싸움이 진행 중이다.
더더욱 부영그룹은 사주인 이중근 회장이 대법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으면서 구심점도 사실상 사라진 상태여서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를 풀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영그룹이 사업 추진에 주력하기 보다는 이 회장이 복귀할 때까지 소송전을 전개하면서 시간을 끄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4일 인천시와 부영 등에 따르면 동춘동 907번지 일원 약 53만8000㎡ 부지는 아파트 약 5000가구를 짓는 도시개발사업, 동춘동 911번지 일원 49만9575㎡는 테마파크로 개발하는 사업이 예정돼 있다.
부영은 이 사업을 위해 지난 2015년 3015억원을 투자해 해당부지를 매입하고 사업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썰렁한채 방치돼 있다.
부영의 송도 개발사업은 시작부터 삐그덕 거렸다. 테마파크 사업과 관련해 부영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인천시가 보완을 요구했지만 부영이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다. 또 부영은 테마파크 부대시설인 호텔과 상업시설 등에 대해서만 서류를 제출하고 중요한 놀이기구에 대한 설계도서는 계약을 핑계로 제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교육환경영향평가도 소음에 대한 영향을 평가할 수 없어 보류된 바 있다.
이에 인천시는 부영이 기한 내에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사업이 자동 종료됐다며 2018년 4월 실효를 선언했다.
◇ '실효 부당' 행정소송 1심에서는 부영이 승리
이 같은 인천시의 결정에 부영이 불복해 "실효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인천지방법원은 부영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인천시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고, 2심 판결을 위한 첫 변론이 오는 20일경 열릴 예정이다.
애초 일정대로라면 테마파크가 준공돼야 할 상황이지만 여전히 사업계획서 등의 문제로 소송전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2심 결과에 관계없이 최종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아주 높고, 테마파크 사업도 상당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3심에서 부영이 진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부영이 이긴다고 해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인천시가 부영이 제출하는 사업계획서를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아파트 5000가구를 지으려던 도시개발사업은 아예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테마파크 사업이 도시개발사업 인허가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테마파크 사업 진척이 없으면 도시개발사업도 자동적으로 진행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영의 송도 개발사업과 관련된 소송은 이 것 말고도 또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소송 2건이다.
부영은 송도 개발과 관련해 연수구를 상대로 인천녹색연합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토양오염 조사결과 공개 취소' 소송과 연수구의 토양오염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 토양오염 관련 정보공개와 정화명령 소송은 부영이 패배
소송의 발단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부영이 매입한 부지이다. 부지내 토양오염이 확인되자 연수구는 토양오염 실태를 공론화하기 위해 토양오염조사 결과를 공개하려고 했다. 그러나 부영이 정보공개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연수구가 2018년 12월 내린 토양정밀조사 행정명령을 보면 예정지에는 발암물질인 비소를 비롯해 납, 벤젠, 불소, 아연,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토양오염우려기준(2지역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납의 경우 2지역 기준치(400)의 9배가 넘는 3696㎎/㎏, 아연(600)의 경우 50배가 넘는 3만8㎎/㎏가 검출된 것으로 나와 있다.
부영이 연수구의 오염정화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인천지법은 지난 2월 "연수구의 행정처분이 문제없다"고 연수구의 손을 들어 주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어진 토양오염 조사결과 취소 소송 역시 인천지법은 지난 6월 "문제가 없다"며 토양오염조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했다.
이처럼 부영의 송도 테마파크 사업은 그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기한이 수차례나 연기됐고, 이 과정에서 특혜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는 "인천시가 테마파크사업 실효 선언으로 인가취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개발사업기한을 일곱 차례나 연장해 2020년 12월까지 재차 연장을 해줬다"며 특혜를 주장하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등은 이와 관련, 지난 3월 감사원청구를 제기한 상태이다.
사업을 둘러썬 소송전과 특혜논란 속에 최근에는 '먹튀설'까지 나오고 있다. 부영그룹이 사업을 포기하고 사업부지를 매각한다는 소문이다.
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영이 5000억원에 매물을 내놓았다는 얘기가 돈 적이 있다"며 "부영이 사업을 포기하고 부지를 매각해도 시세차익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사정에 밝은 또 다른 관계자는 "부영이 부지 매입을 위해 투입한 돈이 3000억원이 조금 넘는데, 지금 팔아도 시세차익이 엄청날 것"이라며 "굳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업을 진행하기 보다 소송전을 벌이면서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 하는 얘기가 지역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부영 관계자는 "송도 사업부지 매각설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몇몇 브로커들이 퍼뜨린 헛소문"이라고 일축하며 "또 소송이 진행 중인 땅을 누가 매입하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 부영의 송도 테마파크·도시개발사업은?
부영그룹 소유 송도 부지의 원래 주인은 대우자동차판매(주)다. 2014년 8월 대우자판이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판산관재인 주도로 토지매각이 진행됐고, 부영이 이를 매입했다.
당시 법원경매 사상 최초로 1조원이 넘는 감정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잇따라 유찰되면서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부영그룹은 2015년 3150억원에 매입했고, 매입한 동춘동 911번지 일원에 테마파크, 907번지 일원에는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었다.
인천시는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부영의 사업계획을 수용하는 대신, 기본계획·실시설계·각종 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2017년 12월까지 완료하는 조건으로 사업승인을 내줬다. 그리고 아파트를 짓는 도시개발사업은 테마파크 사업을 소홀히 할 가능성에 대비해 테마파크 사업 완공 3개월 전에는 아파트 착공·분양을 하지 못하도록 조건이 붙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