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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구 직언직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친구인가?
[홍승구 직언직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친구인가?
  • 홍승구 (흥사단 시민사회연구소장)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0.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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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윤석열 총장이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국회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유로 든 것은 장관은 정치인이고 정무직 공무원이라서 수사와 소추가 정치인의 지휘를 받으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나 사법적 중립 유지가 어렵다는 것과 많은 세금을 들여서 방대한 검찰청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는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논리에 따르면 정치인이고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의 부하도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각부 장관은 대통령의 통할하에 대통령을 대신하여 소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면 대통령의 부하도 아닌 셈이다. 그렇게 되면 막강한 무력을 가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치인인 대통령의 부하도 아니고 지휘·감독을 따르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건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뜻이지, 정무직 공무원의 지휘·감독에 따르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선거제도가 문제가 많은 제도이기는 하나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무직 고위 공무원은 정치인이며,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사람들이고 주권자인 국민의 권력을 대신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공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하므로 국민이 선출한 정무직 공무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2013년 10월 21일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사가 한 말은 장안의 화제가 되면서 윤석열 검사의 이름을 국민이 알게 됐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인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지지하고 칭찬한 이유는 공권력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사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 이해하기 어려운 검찰의 행보가 계속되어 윤 총장에 대한 의문이 생겼는데 오늘의 국정감사 답변에서 그 의문이 풀렸다.

윤 총장이 7년 전에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고 했을 때 그 조직은 자신이 생각하는 검찰을 말한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검찰조직이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검찰조직이 되면서 사람에 의한 조직이 된 것이다. 그래서 법률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지휘ㆍ감독권을 부인하면서 부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내용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의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ㆍ감독권이 없다고 해서는 안 되며 의견이 다르다고 말해야 한다. 7년 전 윤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면서 대검이 아니라 법무부에서 수사에 대해 간섭이 심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처럼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간섭이 많았다고 한다. 즉 청와대와 법무부가 일상적으로 수사지휘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식적인 수사지휘가 필요 없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와 지금의 정부는 일상적이고 불법적으로 검찰 수사에 간섭하지 않기에 필요한 경우 법무부 장관이 합법적이고 공식적으로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합법적인 장관의 지휘를 일부 언론과 국회의원은 불법 운운하고 있으니 참 어이없는 일이다.

정부조직법에 장관이 대통령의 부하라는 조항은 없고 검찰청법 어디에도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라는 규정은 없다. 그래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나 법리상으로 부하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정부조직법에는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ㆍ감독한다.’로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어도 좋다. 아니 친구라고 해도 좋다. 다만 분명하게 명심할 것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ㆍ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