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등 'ESG경영'을 기업 평가의 척도로 삼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재계도 과거에 경제적 가치에만 몰두했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고, 이미지 개선을 위한 CSR(사회적 책임)을 대신해 ESG가 필수적인 가치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ESG경영 성과가 기업의 생존을 가늠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스트레이트뉴스는 주요 기업의 ESG경영의 목표와 성과를 살펴봤다. - 편집자주

효성이 친환경 신사업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효성그룹이 친환경 신사업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효성그룹이 친환경 신사업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ESG 경영이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환경가치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효성은 그간 지주사 체체 전환을 통해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거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설립, 탄소섬유 투자 등 다양한 친환경 신사업을 추진해왔다.

국회에 마련된 수소충전소. 효성 제공
국회에 마련된 수소충전소.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 수소 밸류체인 구축 등 친환경 사업 가속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본궤도...해외 프로젝트 확대 전망 

효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건립을 발표하는 등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친환경 사업에 나섰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4월 국내 수소 생산을 위해 세계적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손잡고 액화수소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양사는 2022년까지 울산공장에 총 3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완공하는 것으로 목표로 했다.

신설공장에서는 효성화학 용연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에 린데그룹이 보유한 수소액화 기술 및 설비를 적용해 액화수소가 생산될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액화수소는 연간 1만3000톤 규모로 수소차 10만대에 사용 가능한 물량으로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효성중공업은 전국 주요 거점에 수소충전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효성중공업은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에서 수소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최문순 강원도 지사, 김동우 효성중공업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강원도와 국내 첫 액화수소 충전소 건립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또 효성중공업은 수소 인프라 구축에 이어 신재생에너지인 ESS(에너지저장장치)로 ESG경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최근 영국에서 50MW급 ESS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ESS는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원하는 시간대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날씨에 따라 공급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장치로 분류된다.

탄소섬유를 적용해 만든 액화수소용기. 효성 제공
탄소섬유를 적용해 만든 액화수소용기. 효성 제공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투자 확대로 친환경 사업 본격화 
산업용 신소재 아라미드 등 대규모 투자도 이어져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8월 대규모 탄소섬유 투자 계획을 밝혔다. 수소차가 미래 모빌리티로 부상하면서 '탄소섬유'가 수소 연료탱크의 소재로 함께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연간 탄소섬유 생산량을 2만4000톤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2월 1차 증설을 완료하고 현재 연산 4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2011년 국내 최초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탄소섬유인 ‘탄섬(TANSOME®)’은 섬유(실)가 탄소를 92% 함유한 제품으로 철과 비교해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에 달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평균 기압의 최고 900배를 견디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유지해야 하는 수소 연료탱크 소재로 적합하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5월 산업용 신소재 아라미드의 증설을 위한 투자도 결정했다. 울산 아라미드 공장에 2021년 상반기까지 증설을 완료하고 생산 규모를 현재 연산 1200톤에서 37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400도의 열을 견디는 난연섬유로 고성능 타이어나 방탄복, 특수호스, 광케이블의 보강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신소재다. 효성첨단소재는 2003년 자체기술로 개발해 2009년 상업화에 성공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5G 산업이 활성화됐다. 아라미드는 특히 5G 통신망의 광케이블 내부에 광섬유를 보강하는 목적으로 들어가면서 수요가 크게 높아졌다.

효성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으로 만든 플리츠마마 가방. 효성 제공
효성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으로 만든 플리츠마마 가방. 효성 제공

효성티앤씨, 마이판 리젠 로빅·크리오라 리젠 등 친환경 원사 개발 집중
효성화학,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케톤’ 적용범위 확장

효성티앤씨는 지난 1분기부터 세계 1위 아웃도어 백팩 업체인 ‘오스프리(OSPREY)’에 친환경 나일론 고강력사인 ‘마이판 리젠 로빅(MIPAN regen® robic)’을 공급하며 글로벌 친환경 섬유시장 공략 확대에 나서고 있다.

‘마이판 리젠 로빅(MIPAN®regen robic)’은 섬유제품을 생산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소재다. 가볍고 내마모성이 뛰어나 배낭, 작업복, 수영복 등 아웃도어 제품에 적합하다. 1kg 생산할 때마다 6~7kg 이산화탄소(CO2) 상당량의 온실가스 절감효과까지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3대 아웃도어 전시회 중 하나인 ISPO(글로벌 스포츠 용품&아웃도어 박람회)에서 오스프리로부터 직접 “친환경적이면서도 강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1년 여의 개발 끝에 고객맞춤형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나일론 외에도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모두 재활용 친환경 원사를 생산하는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00% 재생 폐기물로 만드는 재활용 스판덱스 ‘크레오라 리젠’을 출시했으며 지난 4월에는 환경부·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개발공사·플리츠마마와 함께한 제주의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을 통해 ‘리젠 제주’를 공급하고 있다.

‘리젠 제주’는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터 원사다. 친환경 가방 제조 스타트업인 플리츠마마가 이 섬유로 플리츠니트 가방을 제작했다. 업계에서는 재활용 플라스틱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전국적으로 페트병 재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 기술 개발에 성공한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케톤’ 적용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대기오염 물질인 일산화탄소(CO)를 원료로 활용해 만드는 폴리케톤은 내충격성, 내화학성 등 물성이 뛰어나 일상 속 생활용품을 비롯해 자동차, 전기·전자 분야 등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폴리케톤은 대기오염 물질인 일산화탄소(CO)를 원료로 활용해 만드는 친환경 소재다. 폴리케톤을 1톤 생산할 때마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를 약 0.5톤 줄일 수 있다.

지난 6월에는 전력량계에 폴리케톤을 최초로 적용했다. 기존 소재과 비교해 난연성이 우수해 화재에 강하고 외부충격에 견딜 수 있는 강도가 두 배 이상 높아 내구성이 뛰어난 건축자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존의 황동 소재보다 열전도도가 약 200분의 1로 낮아 기존 황동으로 제작한 수도계량기보다 동파에 강하다는 점에 착안해 수도계량기용으로도 적용해 상수도 사업본부로부터 친환경적이고 동파에 강한 고강도 자재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조현준 회장 “친환경 사업, 선택 아닌 필수”
"그린경영비전 2030 기반 친환경 가치 실현"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ESG 평가점수가 높은 기업은 미래에도 소비자들이 그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 즉 지속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투자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효성은 지난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ESG 평가에서 효성티앤씨(주), 효성첨단소재(주), 효성화학(주)가 사실상 최고등급인 A+등급을, ㈜효성과 효성중공업(주) 역시 A등급을 받기도 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소비자들이 이미 높은 수준의 환경 인식과 책임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며 “효성은 그린경영비전 2030을 기반으로 친환경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 소재,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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