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 시위하는 한국GM 협신회.
피켓 시위하는 한국GM 협신회.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한국GM 노사의 임단협 타결 지연으로 협력업체는 도산위기다. 살려달라.”

한국GM 노사가 임금·단체 협약에 난항을 겪던 지난 11월,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가 내건 호소문의 내용이다.

협신회는 지난 11월 '살려 달라'는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통해 “생산 차질이 생기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가 부도 발생 등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해 한국GM 부품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협력업체는 전기세는 물론이고 직원들 급여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2·3차 협력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하고 반납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면서 “한국GM 노조와 경영진에게 호소한다. 모든 지혜를 모아 지체하지 말고 임단협을 타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협신회의 눈물 섞인 호소 탓일까. 한국GM 노사는 5개월에 걸친 노사 갈등 끝에 지난 21일 임단협 합의서에 서명하며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가까스로 한국GM 노사의 임단협 타결이 이뤄졌지만 그간 벌어진 상처는 너무나 크다. 한국GM은 코로나19로 올해 상반기에만 6만대의 생산 차질을 겪었다. 여기에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분 2만대가 더해지면서 올해 생산 손실만 8만대를 넘어선 상황이다.

한국GM 뿐만 아니라 부품 등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은 자금난으로 생존의 위기까지 겪어야 했다.

이렇듯 협력업체에게 불어닥친 위기는 한국GM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기아자동차 노사는 4주간 부분파업 등 진통을 겪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22일 밤샘 마라톤 교섭 끝에 기본급 동결 등 내용을 담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기아차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4만700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은 르노삼성차도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올해 7월 첫 상견례 이후 9월까지 6차례 실무교섭을 가졌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 조정 중지 결정을 받으면서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도 확보한 상황이다.

노사관계가 악화되면서 협력사의 위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의 1차 협력사만 한국GM 293개, 기아차는 343개, 르노삼성은 197개에 달한다. 올 연말까지 이어져왔던 완성차 업체들의 연쇄 파업으로 800여 개가 넘는 부품사들이 매출 감소 등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직계열화된 국내 자동차 산업 구조상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 감소는 곧 협력사의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임단협 투쟁은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 행사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유례없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업황이 너무나 악화됐다.

노조가 사측에 복지나 고용 안전망 확충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 중 하나다. 사측도 노조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양보와 타협을 이뤄야 한다. 양측 모두 강경한 입장만 취해서는 옳지 않다. 노사가 시시비비를 따지는 동안 협력업체는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올해 자동차업계 임단협은 르노삼성을 제외하고 마무리됐지만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다. 이러한 노사 분쟁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협력사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뿐이다. 협력사 없이 완성차는 결코 만들 수 없다. 완성차업체 노사가 모두 양보해 업계 전반의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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