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바이오로직스 첫 시험대로
취임사서 금융감독원 독립성 유지 강조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금융감독원 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나섰다.  윤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을 제대로 하려면 독립성 유지가 필요 하다"고 말했다. 앞서 7일 윤 원장은 금감원 연수원으로 출근해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위반 등 산적해 있는 주요 현안들에 대해 집중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권은 삼성그룹 계열사 사태에 대한 검사 결과는 물론, 잦은 수장교체로 지연된 업무들이 제 속도를 내며 ‘금융개혁’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윤 원장의 행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원장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현안은 삼성그룹 계열사 관련 사태 처리다. 당장 취임식 당일에는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착오 사건에 대한 금감원 검사 결과가 발표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결정될 제재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신임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다./ 뉴시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신임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다./ 뉴시스

금감원은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고 발생 닷새 만인 지난달 11일 검사에 착수,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하고 인력도 보강한 끝에 지난 3일 검사를 모두 마쳤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가 나오면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제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징계수의를 정할 예정이다. 이후 금융위원회 회의에 회부돼 최종 확정된다.

최근 자본시장을 대혼란에 빠트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위반 사태도 윤 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발 빠르게 정리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일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위반 결정을 공개하자 정권에 따라 바뀌는 '이중 잣대'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금융위원회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는 비판을 받는 등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다.

금감원이 최근 '수장리스크' 등으로 금융개혁 추진에 대한 의구심을 받자 무언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은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금감원의 언론 발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나흘 연속 하락하며 10조원 가량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잠정 결론이 내려짐에 따라 과징금 부과나 거래 정지 등의 제재 우려가 불거지고 투자심리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증권선물위원회를 긴급히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위원회를 조속하게 개최하기로 했다. 증선위는 오는 23일이나 내달 7일 등에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임 원장들의 조기 낙마에 따른 금감원의 실추된 위상을 끌어 올리고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리는 것도 윤 원장이 주력할 부분이다.

불과 한 달 새 금융당국 수장의 연이은 낙마로 패닉에 빠져있던 금융권은 예상보다 빠른 금감원장 인선 자체를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또 개혁성향 학자출신으로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를 요구하며 삼성과 각을 세웠고 금융위 해체론을 주장, 관치 금융에도 비판적이었던 그의 행보에 기대감과 동시에 긴장감을 내비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을 익히 잘 알고 있는데다 업계 안팎에서도 여러모로 인정받는 분으로 알고 있다"며 "학자 출신이다 보니 규제 성향이 있다고 해도 '강(强)'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을 이해해 가면서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심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윤 원장이 현 정부의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이나 노동이사제 도입 등 개혁 의지를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최흥식 전 원장이나 김기식 전 원장보다 훨씬 세게 칼을 휘두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자리잡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호랑이'로 표현할 만큼 윤 원장은 개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나온 발언만 놓고 본다면 개혁 강도가 셀 수밖에 없을 텐데 아직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 알 수 없다"며 "그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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