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금리 동결…인플레 우려에도 코로나 부담 고려
8년 최장수 이주열…금리 200bp 넘나들며 ‘과단성 행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모습(제공=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모습(제공=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4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 연 1.25%인 기준금리 유지를 결정했다.

당초 유지 전망 우세 속 우크라이나사태 발발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 가중으로 3연속 기준금리 인상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으나, 17만명에 달하는 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 발생에 따른 경제 충격과 가계대출 확대 속 이자부담 등 민생고를 고려해 동결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의 견실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점차 재개되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올해 중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3%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물가와 관련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 경로보다 높아져 상당 기간 3%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연간으로는 3%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올해 중 2%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뒷받침하듯 금통위 직후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무려 110bp나 상향한 3.1%로 제시했다. 연간 상승률 3%대 제시는 2012년 4월 2012년 전망치 3.2%를 제시한 이후 처음이다.

금통위는 종합적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 전개 상황,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성장·물가의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해 8월과 11월 두차례의 금통위에서 25bp씩 연속 금리인상에 나섰던 금통위는 세번 연속 인상이라는 초강수는 두지 않았지만 향후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가변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동결로 한국의 기준금리와 미국 연준 기준금리(0.00∼0.25%)의 격차는 1.00∼1.2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국내 유입 글로벌 자금의 수급도 적정 수준을 확보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 그에 맞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번에 인상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던 부분이 한번 쉬어갈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 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에 대한 리스크는 있지만, 기존 인상을 통해 한은이 물가와 관련해 선제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봐야 하고, 연준이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실제로 얼마나 기준금리를 올릴지 등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 최장수 직원이면서 동시에 8년간의 최장수 총재 기록을 이어온 이주열 총재는 이번 금통위 주재가 마지막이다.

이 총재는 총재로서의 재임 기간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내리고 5차례 인상하는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롤러코스터를 진두지휘한 총재로 기록되게 됐다.

2014년 4월 2.50% 기준금리로 임기를 시작한 이 총재는 세월호 참사 등 이슈로 경기가 하강하자 같은 해 8월 즉각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고, 이듬해 메르스 사태, 그 다음해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 등이 이어지자 2년 만에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췄다.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일 때는 인상 속도도 늦추지 않았다.

2017년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자 같은 해 11월 기준금리를 1.50%로 상향 후 다음 해 11월 1년만에 추가 인상에 나서 1.75%로 조정했다.

특히 2020년 3월 코로나19 발발로 경기 충격이 확실히 되자 한번에 50bp를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는 등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 같은 행보를 보고 블룸버그 출신 유명 컬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제롬 파월 의장의 연준은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기고문을 통해 “연준이 말만할 때 한은은 행동으로 옮겼다”고 평가하기고 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리 결정이 한은 총재 한 명의 의지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결정에 따른 여론 후폭풍 가능성에도 변곡점마다 과단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는 다음달 말 까지다.

긍정적 평가 속 다음달 말 임기를 마치는 이주열 총재(제공=한국은행)
긍정적 평가 속 다음달 말 최장수 총재로서의 임기를 마치는 이주열 총재(제공=한국은행)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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