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의 '샛별배송' 차량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차량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가 최근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가운데 상장심사의 걸림돌로 꼽힌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보유지분 의무보유 확약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의 상장 작업에 가속도가 붙은 가운데 글로벌 증시 불안 속에서 상장 시기와 공모 시장에서 얼마만큼 성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5일 IB(투자은행)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의 FI(재무투자자)들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고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겠다는 의무보유확약서를 최근 거래소에 제출했다.

거래소는 컬리의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75%로 낮은 점을 고려해 FI들에 최소 18개월 이상 보유 지분을 팔지 않을 것(보호예수)과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겠다는 약정을 컬리에 요구해 왔다.

거래소는 상장 이후 일정 기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이러한 조치를 요구했다.

컬리는 이런 요구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서면 확약서를 내지 않아 상장심사 기간이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가 FI의 확약서를 제출하면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예비상장심사를 통과해 공모 절차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앞서 컬리는 지난 3월말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45영업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낮아 지배구조 안전성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컬리는 세콰이어 캐피탈(12.87%), 중국의 대형 VC(벤처캐피탈) 힐하우스 캐피탈(11.89%), DST글로벌(10.17%), 에스펙스캐파탈(8.48%)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투자자들이 곧바로 보유한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컬리 공모 시장에 대한 우려를 비교적 덜게 됐다.

다만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국내외 글로벌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컬리가 당초 목표로 한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공모 과정에서 공모가 산정을 두고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컬리의 상장심사가 길어지고 증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최근 장외시장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12월에 평가받은 4조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컬리가 예상보다 너무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쟁업체로 볼 수 있는 쿠팡은 신선식품 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유통하고 있어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를 두고 증시 폭락까지 나타난 상황에서 컬리가 기존에 평가받았던 금액으로 온전히 평가받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IB업계는 컬리의 상장심사 결과는 승인될 것으로 본다. 한국거래소가 이미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적용하는 만큼 컬리에 대해서도 승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은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이 상장 적격성을 인정받으면 기업이 당장 적자를 내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주는 제도다.

컬리는 2019년 986억원, 2020년 116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2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컬리가 희망공모가를 낮게 설정하는 대신에 주식 수를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액면가를 낮춰 공모가를 싸게 보이게 만들어 다수의 투자자들이 소액으로 주주를 매수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상장을 준비 중인 쏘카도 액면가를 100원으로 설정했다.

기존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를 뜻하는 구주 매출 없이 신주 발행에 나서는 방안도 제기된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준다. 기존 투자자들이 의무 보호예수기간이 끝난 후 보유한 주식을 빠르게 매도하면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낮아져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SSG닷컴의 앱을 통해 물품을 구입하는 모습. SSG닷컴 제공
소비자가 SSG닷컴의 앱을 통해 물품을 구입하는 모습. SSG닷컴 제공

컬리 외에도 이커머스 업계가 증시 급락에 상장시점을 재검토하고 있다.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SSG닷컴(쓱닷컴)도 내부적으로는 IPO 준비를 모두 끝냈지만 예비심사 청구는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SSG닷컴은 현재 주식시장이 기업 가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주관사와 적절한 IPO 시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비심사 청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에 하반기 증시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하반기에 상장시도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마켓도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쳤으나 예비심사청구는 아직 하지 않았다.

11번가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당초 지난달 말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증시가 불안한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는 몸값을 조금이라도 높게 받기 위한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편 마켓컬리 측은 이번 확약서 제출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예비상장심사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외부에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확약서 제출로 인해 상장 예비심사가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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