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단축에 효과적인 모듈러 주택으로 주택공급난 해결할 전망
다만 모듈러 주택 기술, 국내는 아직 미미한 수준
정부의 건설사 대상 맞춤형 지원 방안 등 수립 필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250만 가구+α' 주택공급과 관련해 기존의 건설방식으로는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모듈러(조립식) 주택'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전 정부에서 가장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의 질문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내용 면에서 공급이 수요와 전혀 맞지 않았고, 그나마 나온 공급대책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신속한 주택 공급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4일 국토교통부와 관련부처 등에 따르면 '250만 가구+α' 주택공급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이 이달 10일 전후로 발표될 예정이다. 지역별 공급 물량은 미세조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앞서 국토부는 공급 속도가 관건임을 인지, 모듈러 주택을 활용하면 도심에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해 모듈러 주택에 15%의 용적률·건폐율 인센티브(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모듈러 주택 산업 육성정책을 적극 반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건설현장에서 직접 철근을 잇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단기간 내 주요 도심에 대규모 주택 물량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다.

레고형 주택으로 불리는 모듈러 주택은 기둥·슬래브(판 형태의 구조물)와 보(수평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재) 등 주요 구조물 제작과 건축 마감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건설 신기술이다. 전통적인 철근 콘크리트 공법과 달리 양생 작업이 필요 없어 절반 이상의 공사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현장 작업을 줄여 숙련공이나 기능인력 부족 등 건설현장의 인력난도 해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 유럽 건설시장은 한국보다 앞서 이미 모듈러 주택을 주요 골자로 하는 건설 신기술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의 MMC(Modern Methods of Construction) 시장은 2020년 기준 500억 달러 규모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약 800억 달러 규모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MC는 전통적인 건설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총칭하는 용어로, 주로 모듈러 주택과 모듈러 주택 건설에 필요한 구조물 제작 기술(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 프리패브 공법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여러 유럽 국가들은 심각해진 주택비용 상승 및 주택 부족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사전제작과 조립을 기반으로 한 MMC의 활용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 MMC를 활용을 통한 저렴한 주택공급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나라에서는 현장 시공 방식이 아닌 탈(脫)현장화 방식으로 건설된 주택의 비중이 전체 주택의 45%에 이르는 수준이다.

또 영국의 경우 지난 2017년 하원 주택·지방정부위원회가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MMC 활용만이 영국이 직면한 주택 공급난을 해결할 방안임을 강조했으며, 이어 2020년에는 정부 주도로 공공 발주기관의 사업 기획, 발주, 계약, 운영 지침 등을 담은 책자 발간을 통해 MMC 확산을 위한 기반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도 모듈러 주택을 통해 주택공급난을 빠르게 해결하려는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건설시장에서 모듈러 주택사업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 모듈러 주택을 통한 적절한 가구 공급을 위해서는 뒷받침 되는 제도 개선이나 방안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모듈러 주택 등 MMC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영국 사례와 같이 정부 차원의 진흥 계획이 마련돼야 하고, 맞춤형 지원 방안이 수립 및 시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부가 최근 250만가구 주택 공급정책을 예고하면서 모듈러 방식의 활용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국내 건설시장에서 모듈러 방식 활용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는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등 대형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모듈러 주택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사장을 필두로 모듈러 주택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철골 모듈러 주택 전문업체 엘리먼츠 유럽(영국)과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업체 단우드(폴란드) 등을 인수했으며, 2021년 6월 완공한 충북 음성군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장에서 모듈러 주택에 필요한 슬래브, 기둥, 보, 벽체 등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GS건설이 인수한 엘리먼츠 유럽이 영국 런던의 중심부 빌딩 건설 사업을 수주했으며, 해당 사업을 통해 지하 2층 및 오피스 5개 층과 상부에 위치하는 호텔 17개 층 총 23층의 건물을 모듈러 공법으로 건축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초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 사업인 '용인영덕 A2블록 경기행복주택'의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했다.

국내 모듈러 주택은 지금까지 6층 이하의 저층 규모에만 한정됐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은 중고층 모듈러 국가 연구·개발(R&D)단과 협력해 국내 최고층인 13층에 특화된 설계·제작·운송·시공 기술을 개발해 구현에 나섰다.

또 현재 서울 내에서 최고층·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모듈러 주택사업 '가리봉동 시장부지 복합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을 수주했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과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삼표피앤씨와 공동으로 '단부 보강형 PC 더블월 복합화 공법'을 개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건설 신기술로 지정(제920호)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 주택 공법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 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모듈러 주택 연구개발 비용으로 매출액의 0.7%인 596억원을 지출했으며, ▲탈현장(OSC) 건설 기반 PC구조 공동주택 벽체와 바닥 차음성능 최적화 및 현장 생산성 향상 요소 기술 개발 ▲PC 생산공정 자동화 기술 개발 ▲현장 생산성 혁신을 위한 OSC 기술 개발 등 3개의 모듈러 주택 관련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매출액의 0.73%인 555억원을 연구 개발 비용으로 지출, ▲모듈러 건축용 외장시스템 다양화 ▲무용접 모듈러 시스템 커넥터 개발 ▲모듈러 상가·주거 프로토타입 설계 및 시공 ▲모듈러 하부 기초시공 단순화 위한 기초 시스템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용인영덕 A2블록 경기행복주택 투시도.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용인영덕 A2블록 경기행복주택 투시도.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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