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 건설기술'에 대한 업계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안전시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또 코로나19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공사비와 인건비 등이 크게 상승한데 따라 공기를 단축하고,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오롱글로벌과 HDC현대산업개발 등 다수의 건설사들이 스마트 건설기술 발굴 및 개발을 위한 공모전을 진행했다. 중소·벤처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스마트 기술을 통해 건설산업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다.
국토교통부 또한 최근 스마트 건설기술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달 20일 국토부는 건설 전(全) 과정에 스마트 기술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생산성을 비롯한 안전 및 환경 등 국내 건설산업이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스마트 건설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건설현장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건설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2030년까지 건설 전 과정의 디지털화 및 자동화를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추진과제로는 '건설산업 디지털화', '생산시스템 선진화(인력·현장→장비·공장)', '스마트건설 산업 육성'을 제시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BIM(건축 정보 모델링) 전면 도입을 위한 제도 정비 및 BIM 전문인력 양성 ▲건설기계 자동화 및 로봇 도입 ▲탈(脫)현장 건설(OSC) 활성화 ▲스마트 안전장비 확산 등의 항목으로 나뉘며, 아울러 스마트 건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성장을 지원하고 기술 중심의 평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기존의 평면도면 설계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3차원 정보모델을 기반으로 건설분야 시설물의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통합해 활용이 가능하도록 시설물의 형상이나 속성 등을 정보로 표현한 디지털 모형을 뜻한다. 또 탈현장 건설(OSC, Off-Site Construction)은 건물의 자재와 구조체 등을 사전에 제작한 후 건설현장에서 조립하는 기술로, 현장생산방식(On-site)에서 공장생산방식(Off-site)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와 발맞춰 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다섯 단계나 오른 3위 DL이앤씨는 지난 4일 건설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현장관리 솔루션 '디비전(D.Vision)'을 도입했다. 이번 솔루션 적용을 위해 세계적인 AI건설 기술 기업인 이스라엘 컨스트루(Constru)사와 협력했다.
DL이앤씨가 개발한 디비전은 자율주행 등에 활용되는 컴퓨터 비전 기술과 사각이 없는 360도 카메라를 활용해 건설 현장의 품질을 높이고 공정 현황 관리 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 투입된 360도 카메라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각 세대마다 공정별 사진을 촬영 후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360도 카메라가 1개 세대를 촬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5분에 불과하다. 이어 AI가 촬영된 사진을 기반으로 기존 BIM 정보와 자동 비교 분석을 통해 설계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선별해내는 방식이다.
가령 설계 단계에서 만든 BIM상의 배관 위치와 실제 사진상의 시공 위치 차이가 발생하면 AI가 이를 판별해 알려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시공은 물론 미시공을 줄여 품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일일이 확인하던 일을 AI가 대체함에 따라 각종 하자를 최소한의 인력으로 보다 신속하게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는 셈이다.
DL이앤씨는 디비전 기술을 하반기 중 국내 일부 공동주택 사업 현장에 도입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 주택BIM팀 관계자는 "최신 IT기술 도입을 통한 건설산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며 "DL이앤씨는 앞으로도 품질 및 안전 개선을 위해 디지털 혁신 기술을 적극 개발해 도입하며 업계를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건설은 건설현장의 탈현장 건설(OSC)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교량 하부구조 전체에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공법 적용이 가능한 '조립식 교각시스템'을 개발하고 특허를 등록했다.
PC공법은 탈현장 건설의 일환으로, 기둥과 보, 슬래브 등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제작한 후 건설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시공 방식이다.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철근을 조립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기존 방식보다 공사기간이 단축되고 폐기물량이 줄어들며, 인력 및 장비 도입 등에서 효율적인 현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교량공사에서는 교량의 상부구조만 PC공법이 가능했으며, 교량의 하부구조는 현장에서 철근을 조립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이로 인해 인력과 장비, 자재 등 현장 운영 효율성이 저하되고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및 도심지 교량공사에서의 교통 혼잡, 민원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교량의 하부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기둥 위에 설치돼 상부구조를 지지하는 구조물인 피어캡과 기둥을 포함, 교량의 하부구조 전체를 PC공법으로 제작할 수 있는 조립식 교각시스템을 개발하고 실물 모형에 대한 구조성능실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이다.
교량의 하부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피어캡과 기둥을 공사 현장이 아닌 공장에서 맞춤형으로 사전 제작함에 따라 품질관리 및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기초판과 공사를 병행할 수 있어 기존 방식에 비해 공기 단축과 효율적 예산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야간에도 단시간 작업으로 시공을 마칠 수 있어 도심지 교량공사에서의 교통 혼잡 및 환경 관련 민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작업 인력이 교량 위에서 작업하는 공정이 축소됨에 따라 안전사고 예방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안전과 시공 품질 향상 차원에서 PC 공법 및 탈현장 건설 등 스마트 건설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4차 산업에 따른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도입해 작업환경을 개선시키고 건설현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안전과 환경을 생각하고, 건설 품질을 높이는 측면에서 스마트 건설기술 장려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최근에 발표한 국토부의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이 업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광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은 그간의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간 고도화된 정책으로 이해된다"며 "단순한 기술의 확보 및 개발 관점에서 벗어나 '스마트 건설'이라는 사업 추진 및 해당 과정에서의 원활한 스마트 기술 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산업 스마트화를 위한 부스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