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채소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채소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 시책을 대대적으로 펴고 있다. 대대적으로 추석 성수품을 공급하고 할인쿠폰으로 물가를 낮추는 정책이다. 다만 정부의 정책이 대형마트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제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잡아야 한다”며 “명절 기간 장보기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역대 최대 규모로 추석 성수품을 공급하고 정부도 할인 쿠폰 등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배추·무·돼지고기·명태 등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작년 추석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현재 수준보다 7.1% 낮추겠다는 의미다.

또 성수품 공급 규모를 평시 대비 1.4배(23만t)로 늘리고 역대 최대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풀기로 했다.

배추·무·양파·마늘 등 농산물은 정부 비축분을 방출하고 긴급수입 조처를 하는 등 방식으로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소·돼지고기 등은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 도입하고 명태·고등어 등 수산물은 비축물량을 전량 방출하기로 했다.

20대 성수품을 중심으로 할인쿠폰을 총 650억원 어치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공급량 대비 1.8배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는 한 달에 수십억원 규모로 할인쿠폰을 발행해왔지만 이달 15일부터 추석 연휴가 끝나는 다음달 12일까지 발행된다.

쿠폰의 할인율은 20~30%다. 1인당 사용 한도는 기존 1만원(전통시장·직매장 2만원)에서 2만~4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의 할인쿠폰에 대형마트 자체 할인까지 더해지면 소비자 물가는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정책에 맞춰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의 자체 할인행사도 진행된다.

할인쿠폰, 대형마트·농협 자체 할인 등을 통해 배추·무·양파·마늘·감자 등 채소류는 30~40%, 한우·한돈은 20~30%, 명태·고등어·오징어 및 포장회(광어·우럭)는 최대 50% 할인한다.

추석맞이 농축수산물 할인대전, 전통시장 온라인 특별전, 우체국쇼핑 추석 선물대전 등 할인행사도 진행한다.

정부는 물가 안정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20개 품목의 수급·가격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불안 조짐을 포착할 경우 즉시 보완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추석 성수품·선물 세트 가격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다만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내놓는 정책이 대형마트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한 방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수입에 대다수를 의존하는 국내 유통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 할인을 압박해 출혈경영을 요구한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식품업계는 치솟는 식품 원자재 가격에 가격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정도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있어 가격 인상을 거론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의 할인쿠폰 정책도 방식이 까다로워 고령층이 주로 찾는 전통시장에서 할인쿠폰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불만도 있다. 대형마트에서 할인쿠폰을 활용하기가 쉬워 대형마트 위주의 할인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농축산물을 사고 계산대에서 계산할 때 할인쿠폰이 자동으로 적용돼 할인된다. 이커머스 쇼핑몰에서 농축산물을 살 때 홈페이지에서 할인쿠폰이 발급돼 결제할 때 이를 곧바로 적용하면 된다.

다만 전통시장에서 농축산물을 구입할 대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온누리 전통시장’과 ‘온누리 굿데이’ 등 전통시장 온라인몰 3곳과 전통시장 배달앱 ‘놀러와요시장’에서 온라인 구매를 할 경우 1인당 3만 원 한도로 30% 할인을 지원한다. 고령층이 방문하기 어려운 홈페이지나 앱에서 할인쿠폰을 발급받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하는 소비자도 제로페이앱에서 1인당 2만~4만원 한도로 20~30% 할인된 가격에 모바일 상품권을 먼저 선구매한 뒤 전통시장 내 제로페이 수산·농축산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해야 한다.

업계 안팎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대형마트는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마트는 정부의 단순가공식품 부가가치세 한시적 면제 조치에 발맞춰 '가격의 끝' 프로젝트로 할인행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4일부터 필수상품군 40개를 선정해 상품군별 대표 상품을 주요 대형마트와 쿠팡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8일부터 4주간 한우 국거리, 불고기를 정상가 대비 20% 할인 판매하는 등 추석 명절 수요가 증가하는 축산 상품들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한다.

롯데마트는 매출 상위 30%를 차지하는 생활필수품 500여 품목의 가격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운영하던 '물가 안정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 1월부터 먹거리와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물가 안정 프로젝트는 매주 새로운 주제로 다양한 품목에 대한 할인을 진행하며 신용카드사 혜택을 기존 9개에서 11개로 늘려 소비자 혜택을 강화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계는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대규모 할인행사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면서 “추석을 앞두고 정부 정책에 맞춰 할인쿠폰 등 가격할인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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