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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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산하 온라인 쇼핑몰 ‘11번가’가 올해 2분기에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야심차게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성장세가 높지 않아 목표로 한 기업가치마저 떨어지는 상황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45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의 140억원보다 3배 늘었다.

당기순손실도 515억원으로 작년 동기의 136억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매출은 1418억원으로 작년 동기(2021년 2분기) 대비 3% 증가했다. 영업손실이 큰폭으로 확대된 가운데 매출만 소폭 상승했다.

11번가는 "직매입 중심의 슈팅 배송 서비스 확대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상품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매출액 성장세를 유지했다"면서 "다만 이커머스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최근 금리 급등으로 인한 금융상품 평가 손실 반영 등으로 손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성적은 11번가가 지난 4월부터 추진해온 IPO(기업공개)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11번가는 지난 4월에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으나 4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관사 선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관사 선정이 늦어도 한달안에 결과가 통보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다. 주관사가 선정되면 최종 상장까지 1~2년 걸리는데 주관사 선정이 늦어지면 최종 상장도 자연스럽게 늦어진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11번가가 상장 주관사 선정 발표를 늦추는 이유를 원하는 만큼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11번가의 몸값은 최대 4조원~5조원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올해에 글로벌 증시 부진이 나타나면서 공모 시장이 얼어붙었고 11번가의 몸값도 2조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11번가는 상장을 앞두고 외형 성장, 수익성 개선 등 성과내기에 집중해왔다. 대표적으로 미국 아마존 상품을 직구할 수 있는 서비스, 쿠팡처럼 상품을 직매입해 빠른 시간 내 배송하는 ‘슈팅배송’이 있다.

아마존 상품을 직구하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는 11번가와 아마존의 협업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으나 상품 수가 비교적 적고고 한글 서비스가 미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슈팅배송은 소비자가 평일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을 그 다음날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슈팅배송에는 매일 새 상품을 할인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데일리 특가’와 11번가 MD(상품기획자)가 추천하는 상품, 각 브랜드와 카테고리별 인기 상품 등이 있다.

11번가는 슈팅배송을 고도화하기 위해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슈팅배송에 대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는 상품을 직매입으로 확보했다. 또 대전, 인천 물류센터와 판매자 물류센터를 활용해 슈팅배송 가능 상품과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다만 슈팅배송도 쿠팡의 로켓배송과 유사하고 타사도 직매입을 늘려나간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차별성을 내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가 큰 동력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11번가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상장을 앞두고 적신호가 나온 상황이다.

문제는 11번가의 상장을 미룰 수도 없다는 점이다.

11번가의 모회사인 SK스퀘어 산하 원스토어와 SK쉴더스는 증시 부진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11번가는 지난 2018년에 SK텔레콤에서 분사하면서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2023년 상장(5년 내에 상장)'을 계약 조건에 포함시켰다.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않는 한 늦어도 11번가는 내년까지는 상장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컬리를 비롯한 타 이커머스 업체들도 글로벌 증시 부진에 상장 시기를 다시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11번가가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별점으로 내세운 아마존 협업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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