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공모회사-투자자 간 눈높이 미스매칭
컬리, 치킨게임 위한 자금 필요…매출 올리기 ‘안간힘’

거래대금과 예탁금이 급감하며 증시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거래소(KRX)가 올해 공모가 기준 조 단위 시가총액의 대어 IPO 실적이 전무하다시피 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케이뱅크, 컬리 등 대어급 기업들이 숙제를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올해 대어 IPO는 지난 1월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 후 상장한 사례라 진정한 의미의 신규 IPO라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2차전지 관련주 더블유씨피가 기관들의 외면을 받으며 공모가를 밴드 하단보다 밑인 6만원으로 확정하고도 20~21일 양일간 일반 청약에서 7.25대1 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해 흥행에 참패, 시장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졌다.

케이뱅크 본사 사옥 전경(제공=케이뱅크)
케이뱅크 본사 사옥 전경(제공=케이뱅크)

◆ 상장강행,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케이뱅크’

지난 20일 한국거래소가 케이뱅크의 상장 예심 통과를 통보하면서 케이뱅크가 연내 상장을 통해 거래소의 고민을 덜어줄지 관심이 모인다.

숫자만 놓고 보면 케이뱅크의 상장 강행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예심 통과는 말 그대로 상장을 진행하는데 결격사유가 없다는 ‘허락’의 의미이지 실제 상장 여부는 케이뱅크 주주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연초 케이뱅크 최대주주 BC카드의 모기업 KT는 올해 케이뱅크의 상장 추진을 암시하는 신년사를 통해 시장에 군불을 지폈다.

케이뱅크는 원조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성공적인 상장을 발판삼아 상반기에만 순이익 457억원으로 전년 연간 순익 225억원의 두배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금리상승기 임에도 은행 전반의 실적 상승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예대금리차 공시 등을 통해 감독당국이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수취에 제동을 거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주된 이유인 중저신용자 대출 등에 집중해야 하는 케이뱅크의 수익성과 리스크관리에 부담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는 하나 디지털자산 거래소 1위인 업비트와의 제휴를 통해 성장 기반을 만든 케이뱅크가 디지털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거래 침체로 인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도 부담이다.

케이뱅크 기업가치는 한때 10조원 설이 나왔으나 현재 내부에서 7조원 수준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시장가치는 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치를 받고서라도 상장을 강행할 지, 아니면 더 좋은 가치를 받을 때까지 기다릴지는 케이뱅크 주주들의 선택이다. 다만 이번 상장 승인의 유효기간은 내년 3월까지고, 내년이 된다고 해서 경기 상황이 급반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마냥 늦출 수도 없다.

게다가 작년 투자자로 참여한 MBK, 베인, 새마을금고 등의 투자금 7250억원이 감독당국으로부터 BIS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2026년까지 상장에 이르지 못할 시 동반매각청구권에 따라 BC카드가 이를 되사와야 하는 부담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눈높이에 워낙 큰 차이가 있지만 이 돈이라도 끌어와 대출 확대를 통한 규모의경제를 실현하지 않으면 향후 성장성에도 문제가 생기고, 자칫 더 낮은 가격에 상장을 해야할 지 모르기 때문에 얼마까지 양보할 수 있을지 마지노선을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가 뷰티 사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런칭한 '뷰티컬리'(출처=마켓컬리 앱)
마켓컬리가 뷰티 사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런칭한 '뷰티컬리'(출처=마켓컬리 앱)

◆ 연일 쿠폰 뿌리며 매출액 끌어올리는 ‘컬리’

원조 새벽배송서비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상장은 이제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작년 한때 쿠팡에 이어 미국시장 IPO를 꿈꾸다 좌절한 컬리는 한국거래소가 내준 기존 주주들의 상장 직후 매도 금지 서약 ‘숙제’까지 해가며 지난 달 22일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통과를 통보 받아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강력한 상장 의지를 보이는 컬리는 매출액 확대에 ‘영혼까지 끌어들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존 고객들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금액 할인 쿠폰을 살포하는가 하면 전월 이용 실적 100만원 이상 고객에게만 제공하던 ‘퍼플등급’ 혜택을 9월 한달간 기존 가입 고객에게 일제히 적용해 구매를 촉발시키고 있다.

한 퍼플등급 고객은 “그렇지 않아도 타사와 차별화된 특장점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원칙을 깨뜨린 회원제 운영으로 월 100만원 구매 기준을 넘겨 등급을 유지하려 노력한 회원 입장에서 배신감을 느낀다”며, “매출에 급급해 원칙 없는 운영을 보이는 모습에 실망스럽다”고 답했다.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비교사례라 할 수 있는 쿠팡이 상장 당시 벨류(기업가치) 측정 방법으로 거래액의 2.5배를 적용한 바 있다”며, “유통 플랫폼의 특성상 순이익도 중요하지만 거래 증가가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컬리는 실제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올해 거래액이 전년 2조원 대비 약 50% 성장한 3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연내 화장품 판매채널 ‘뷰티컬리’ 등 뷰티 사업을 런칭, 확대하고 비신선식품 사업 강화,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컬리페이’ 출시, 컨텐츠 커머스 플랫폼 ‘헤이조이스’ 등 굵직굵직한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며 기대감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오는 10월 5일까지 이들 서비스를 담당할 개발, 기획 담당 테크직군 대규모 채용에 나서며 위기설 잠재우기에 나서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비교 대상 사례가 많지 않은 사례에서 케이뱅크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컬리의 경우 쿠팡이 부정적 선례를 남긴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IPO에 나서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시장의 반등을 점치기 어려운 국면에서 IPO투자 실패 사례가 있는 경쟁 기업의 상장에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신규 IPO에 나서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오늘 밤 미국에서 진행될 연준 FOMC의 금리 결정에 따라 시장이 인플레이션 진정으로 방향성을 잡을지 아니면 울트라 스텝을 밟으며 패닉에 빠질 지가 고비”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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