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부회장이 된 지 10년 만의 일이다. 이 회장은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재용 회장의 승진을 의결했다. 이 회장은 이미 삼성그룹 총수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이제부터 공식적으로 '회장' 직함을 달고 활동하게 됐다. 

이재용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건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별세한 지 2년 만이기도 하다. 지난 25일이 이건희 회장 2주기였다. 이재용 회장은 따로 취임사를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틀 전 이건희 회장 2주기 때 그룹 사장단에 밝힌 소회와 각오를 사내게시판에 올려 취임사를 대신했다. 

이 회장은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은 것은 여기 계신 경영진 여러분과 세계 각지에서 혼신을 다해 애쓰신 임직원 덕분"이라며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재를 모으고, 기술에 투자하고,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자"며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을 만드는데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재용 회장의 승진 안건은 삼성전자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회장 승진 의결에 대해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신임 회장은 별도의 행사 또는 취임사 발표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과 부당합병' 의혹 관련 공판에도 출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