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공제조합 참여사, 출자금 공개 암묵적 동의
배민 '47억원 공제조합 출자' 공개…"금액 공개는 자유"
조합 참여사, 배민의 출자금 단독공개에 불만 토로
정부가 연초부터 배달종사자(배달라이더)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한 배달서비스 공제조합이 공식 출범했다. 배달서비스 공제조합이 출범 전부터 출자방식과 규모를 두고 논란을 빚어온 만큼 업계에서는 출범 자체를 반기는 모습이다.
다만 배달서비스 공제조합 참여 업체들이 암묵적으로 출자금 규모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배민 측이 단독으로 출자 금액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이를 두고 배달서비스 공제조합에 참여하는 다른 업체들이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배달업계 9개사(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위대한상상·로지올·바로고·메쉬코리아·만나코퍼레이션·스파이더크래프트·슈퍼히어로)는 올해 2월부터 조합 운영안, 자본 및 출자금 등에 관한 논의를 거쳐 지난 27일 자본금 110억원 규모의 공제조합 설립을 알리는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배달서비스 공제조합은 배달종사자(배달라이더)의 유상운송보험료 부담 완화와 이륜차 안전 운전 환경 조성 등을 위해 결성됐다.
올해초부터 국토부와 배달업계는 배달종사자의 유상 운송용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민관합동 이륜차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민관합동 공제조합 추진 협의체와 추진단 사무국 구성 ▲연내 공제조합 설립 인가 신청 ▲설립 인가 신속 검토 등이다.
공제조합 설립을 통해 앞으로 배달종사자들에게 기존 보험료 대비 최소 15% 낮춘 금액으로 유상운송용 공제상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배달 도중 사고가 났을 때 보상하는 기존의 유상 운송용 보험은 보험료가 비싸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나이와 사고 유무 등을 고려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만큼 보험료가 가정용 보험과 비교해 매우 높다.
이 상황에서 배달의민족 배달 서비스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은 배달서비스 공제조합에 자본금 47억원을 출자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또 우아한청년들의 출자와는 별개로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이 사재로 5억원을 출연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도 전해진다.
우아한청년들 김병우 대표는 “배달 종사자의 일자리 환경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은 건강한 배달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정부와 함께 발족한 배달서비스 공제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배달종사자의 안전 관리 및 권익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배달공제조합 출자금의 공개가 공제조합 참여 업체들이 암묵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한 공제조합 참여업체는 “참여업체들이 배달공제조합 출자금 규모를 두고 암묵적으로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참여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배민이 출자금액을 공개하면서 나머지 업체들의 출자금액도 얼추 예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배민이 전체 출자금의 절반 가량의 금액을 부담한다는 점은 높게 인정되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중소 업체들의 부담이 여실히 언론에 공개된 것이 아니냐”라며 “배달업계 시장이 급하향세로 전환되면서 아직까지 출자금을 내지 못한 업체들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공제조합 참여업체는 “출자금 금액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 “공제조합 출범 전부터 출자금을 두고 이견이 표출됐던 만큼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를 두고 배민 측은 “암묵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면서도 “다만 서류로 (암묵적 비공개를) 결정한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 출자금 공개는 각사의 선택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전부터 배달플랫폼 업계는 공제조합 설립 과정에서 이견을 빚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4월 국토교통부가 배달업 공제조합 추진협의체의 사전출자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였다. 회의 표결 결과, 9개사 중 6개사가 “분리형과 일체형이 사전출자 금액의 절반씩을 납부한다”라는 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일체형 회사인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한 몇몇 업체들이 표결 결과에 따르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일체형 회사는 배달플랫폼과 배달라이더를 함께 운용하는 업체다. 분리형은 배달라이더와 배달플랫폼을 연결시켜주는 물류 관리 소프트웨어 공급사다.
당시에 이견이 표출되면서 배달공제조합 연내 설립이 불발될 것이란 이야기마저 나왔다. 다만 업체간 의견이 조율돼 공제조합이 출범했으나 출자금액을 두고 업체들 간 이견이 표출된 만큼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가 시작되면서 배달 수요가 줄어들어 배달플랫폼 업계의 성장세도 꺾이며 투자금도 줄어든 상황이다.
한 배달플랫폼 관게자는 “투자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배달플랫폼 업계가 공제조합 출자 등 투자에 예민해진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이 빠진 상황에서 업체들의 각출 형태로 출자금을 내는 형태다 보니 정부도 이 상황을 조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