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百 수장, 신년사서 위기 강조
3高시대 맞아 경쟁력 유지·신사업 육성 언급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업계 수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위기감을 강조하면서 대응 방안으로 경쟁력 유지와 함께 신사업 육성을 언급했다. 이에 국내 유통3사 수장들의 신년 메시지와 신사업 육성 상황이 주목된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3사는 2일 '계묘년' 새해 시무식을 열고 신년사를 각각 발표했다.
먼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3년 신년사를 통해 변화와 혁신, 도전을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영구적 위기의 시대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한다면 올해가 ‘새로운 롯데’를 만들자”라고 말했다.
특히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은 필수 불가결하며 회사를 성장하게 하는 열쇠 또한 혁신하는 용기다”라고 했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라며 임직원 개개인의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긴 안목으로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한편, 우리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메디컬, 바이오, 모빌리티 등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분야에서는 선도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쌓고, 기존의 핵심 사업 영역에서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과감한 시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업문화와 관련해서도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젊은 리더십과 외부에서의 새로운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변화와 신사업 육성으로 꼽은 부분은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병, 미니스톱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헬스케어와 바이오 산업을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갖고 있던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의 인수를 마무리했다. 본격적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출범을 알린 지 8개월 만에 공장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통상적으로 신규 공장을 지어 CDMO 부문에 진출한다면 상업 생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기존의 3만 5000L 규모 생산 공장을 인수해 진입 시간을 줄였다.
CDMO 사업의 출발점에서 가장 중요한 수주에서도 안정적 매출이 기대된다. BMS가 기존 생산 물량을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맡기기로 하면서 3년간 최소 2억 2000만달러(약 2835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부터 약 80%의 가동률을 확보하면서 시장 진입과 동시에 안정적으로 매출 창출이 예상된다.
또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지난해 7월 통합하면서 안정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롯데제과는 다음해까지 빙과영업소를 43개로 통폐합하고 기존 478개에 달하는 빙과 품목 수를 300개 수준으로 축소하는 등 효율화 방향을 공개했다. 또 2025년까지 제빵, 육가공, 빙과공장 수를 각각 줄이고 2026년까지 빙과 물류 거점 센터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이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통합 작업이 올해부터 대부분 마무리됐다. 지난해말까지 전체 2602개 미니스톱 점포 중 38.4%에 이르는 1000여개 미니스톱 점포가 세븐일레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세븐일레븐의 점포수는 새해에 1만 5000여개의 점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점포수가 늘어날수록 물류비 등 비용 효율성도 높아지고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마진율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편의점 플랫폼 ‘푸드드림’을 내세워 편의점표 간편식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목표다.
또 롯데는 지난해말 인사에서 무려 12곳의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면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둔 인물들을 재배치해 능력을 선보일 기회를 다시 줬다. 이를 통해 신상필벌과 리더십을 새로 정립해 긴장감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젊은 리더십의 전면화를 비롯해 ▲책임경영에 입각한 핵심역량의 전략적 재배치 ▲지속적인 외부 전문가 영입 등이 이뤄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위기 대응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위기의식은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주는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시대에 고객 접점이 큰 리테일 비즈니스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분석하고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기본의 핵심으로 고객과 상품을 꼽았다. 그는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해야 기존 사업의 경험과 가치를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20년 신년사 이후 매년 고객에 대한 집중을 강조하고 있다. 고객과 대화할 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소재로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백화점은 높은 수준의 안목과 가치를 담은 브랜드로 이마트는 좋은 품질과 낮은 가격의 상품으로 고객에게 풍요로운 일상을 선사해야 하고 조선호텔은 품격 있는 서비스를, 스타필드는 끊임없는 즐길 거리를 선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2023년에 백화점 부문은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과 중장기 신규 프로젝트 추진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마트는 업그레이드된 통합 멤버십을 론칭하고 각 플랫폼의 혜택과 역량을 집결시켜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용진 부회장은 "2023년에는 모든 관계사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구조를 만들어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은 안정적 성장을 발판삼아 신사업에 나섰다.
신세계는 그룹내 스타필드 개발·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광주 복합몰 건립에 나섰다. 복합쇼핑몰을 넘어서는 세상에 없던 미래형 복합 라이프스타일 센터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건립하겠다는 선언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휴양·레저·문화 등의 인프라를 결합한 체류형 복합공간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스타필드, 리조트 등 시설과 호남 전역을 연계한 관광루트를 조성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광주’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연간 3000만명의 방문객 유치과 함께 지역민 우선채용을 포함한 3만 6000명의 고용 유발로 22조7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동시에 신세계그룹은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 본점 확장과 남산·송도·수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화성·청라 등의 신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또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는 ‘신세계 유니버스’의 구축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은 지마켓 인수 후 자사가 보유한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과 지마켓의 시너지 창출에 나서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지만 남들이 가는 길을 따르기보다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선 회장은 2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시무식에서 공유한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수요둔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특히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해 "2023년을 위기 이후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성공적인 한 해로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목적에 충실하고 당장의 이익에 집중하기보다 고객과 시장, 경쟁자의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리프레이밍'을 통해 최적의 가치를 발굴하자고 정지선 회장은 주문했다. 아울러 구성원의 담대함을 바탕으로 내외부 파트너십에 기반한 성장을 추구해 나가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지난 2021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시했던 '비전 2030'을 다시 한번 언급하며 "추진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생기겠지만 위축되지 말고 계획을 보완해가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현대백화점은 비교적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취해왔지만 올해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비롯해 지역 개발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더현대 광주’가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은 광주시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약 31만㎡)에'더현대 광주' 건립 계획을 담은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더현대 광주는 대형 복합쇼핑타운의 핵심 시설 역할을 맡는다. 이곳에는 ▲더현대 광주 ▲특급호텔(6만㎡ 규모) ▲상업시설이 모여있는 챔피언스몰(8만 3000㎡) ▲프리미엄 영화관 등이 들어선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보다 1.5배 큰 규모로 건립되며 대규모 명품 전문관이 들어선다.
부산 부지도 매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0월 부산 강서구에 조성할 에코델타시티 내 특별계획구역 부지 4개 블록을 3213억에 매입했다.
이는 현대백화점의 미래 먹거리 확보 행보로 풀이된다. 정지선 회장이 발표한 ‘비전 2030’의 핵심 목표는 2030년 매출 40조원 달성이다.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매출 성과 중심의 사업 구조 개편과 다양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