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증권 · iM증권 ·우리투자증권
사연은 달라도 “탑독 꿈꾸는 언더독들”
부동산PF, 해외상업용부동산, 국내증시 침체 등 증권업을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요즘입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분위기를 바꿔 탑독으로 올라서려는 언더독 증권사들의 개명 바람이 거셉니다. 다만 새 이름인데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 LS증권이 뭐에요? 이베스트증권의 새 이름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며 나은 증권업계 스타가 여럿 있지만, 단연 최고로 꼽는 이는 이베스트증권 염승환 이사입니다. 코로나19 발발 당시 차장이었던 염 이사는 SNS방송으로 투자자들을 모아 부장과 이사까지 단숨에 오르며 회사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공을 인정받았습니다.
얼마 전부터 이 분이 나오는 유튜브 방송을 지켜보니 가슴에 LS라고 선명하게 쓰인 뱃지가 보입니다. “회사를 옮겼나?”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오답입니다. 회사가 이베스트증권에서 LS증권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LS증권은 예상이 가듯 국내 서열 16위 그룹사 LS의 자회사입니다. 아직은 이름이 낯선 이 회사의 역사는 간단치 않습니다. 1999년 IT버블이 정점을 향하던 당시 미국 이트레이드증권, 일본 소프트뱅크, 한국 LG투자증권 등 3국의 회사들이 모여 만든 회사입니다.
부동의 1위 온라인 증권사로 개인 브로커리지시장 30%를 꽉 잡고 있는 키움증권의 라이벌 회사였고, 시작도 간발의 차이지만 더 빨랐습니다. 이트레이드증권 출신들은 당시 미국에서 통용되는 웹트레이딩서비스(WTS)가 아니라 PC에서 별도 거래 프로그램으로 구동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트레이드가 먼저 도입했다면 판도가 어떻게 됐을 지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아무튼 이런 이트레이드증권은 범LG가의 회사로 시작했지만 2002년 카드 사태로 LG그룹이 카드업, 증권업 등에서 철수할 때 지분 전량이 사모펀드(G&A)에 매각되고, 이 펀드에 LS네트웍스가 지분 30.1%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면서 LS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합병이라는 답을 내기 전 증권사 인수를 위해 잠재 매물로 나와있던 이트레이드증권 측과도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LS그룹 측에서 전혀 매각 의사가 없음을 밝혀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사모펀드가 외형상 지배를 해왔지만, LS네트웍스가 실질적인 지배를 하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가 간접적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경영 참여형 PEF는 인수한 회사의 지분을 15년 내로 처리하도록 자본시장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주주변경 승인 신청을 했던 LS가 대주주 적격 판단에 약간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올해 1월 최종 인수승인을 얻어냈고, 이베스트증권이 LS증권으로 이름을 바꾸며 그룹의 품에 안기게 된 배경입니다.
한 증권사 기획본부장은 “지점이 있는 증권사는 아니지만 리테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있고, 그룹 지원을 받으며 IB분야 등에서 역량을 쌓는 다면 시너지를 낼 잠재력이 있는 회사”라고 평가했습니다.
◆ iM증권은 메리츠증권에 통합된 회사? No, 하이투자증권의 새 이름
이달엔 증권업계에 또 다른 이름이 고개를 듭니다. 시중은행그룹으로 변신한 DGB금융지주의 대구은행이 iM뱅크로 이름을 바꿔 이달 출범하면서 계열사들의 이름이 모두 iM으로 통일됐고, 계열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도 이름이 iM증권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임시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 공식 절차는 남아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사명이 iM증권으로 바뀔 것”이라며, “그간 DGB금융그룹 일원임에도 CI에 통일성이 없었으나 이번 기회에 정체성이 더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의 역사는 LS증권보다 더 깊습니다.
지난 89년 제일투자신탁으로 시작, 97년 IMF를 맞으며 제일제당그룹이 인수해 제일투자증권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훗날 그룹명이 바뀌며 2004년 CJ투자증권으로 사명이 바뀌었습니다. 다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현대중공업 그룹으로 넘어가 하이투자증권이 됐다가 2018년 DGB금융 체제로 바뀌며 결국 iM으로 바뀌는 상황입니다.
증권업을 좀더 지켜본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IM투자증권’이라는 유사한 이름의 회사가 아직 살아 있습니다.
IM투자증권은 하이투자보다 더 형님입니다. 1982년 태평양투자금융으로 시작, 조흥증권(1991), KGI증권(2000), 솔로몬투자증권(2008), 아이엠투자증권(2012)을 거쳐 메리츠증권에 통합(2015)된 회사입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한양증권을 이끌고 있는 임재택 대표가 이 회사 대표 출신입니다.
◆ 우리투자증권이 NH투자증권과 다른 회사라구요?
앞서 카드사태 당시 LG그룹이 금융업을 손에서 놓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LG카드는 현재 신한카드로 카드업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LG투자증권은 우리금융그룹의 손에 넘어가 우리투자증권이 됐고, 다시 NH금융지주로 주인이 바뀌며 NH투자증권이 됐습니다.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빅3를 형성하는 대형 증권사입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만, 포털 검색창에 ‘우리투자증권’을 검색하면 NH투자증권의 온라인거래시스템 ‘나무(namuh)’부터 NH투자증권과 관련된 내용이 ‘주르륵’ 나옵니다. 옛 이름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한 회사 측의 노력입니다.
하지만 3분기 쯤에는 여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그룹이 증권업 진출을 선언하며 내린 결론인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탄생할 회사의 이름이 ‘우리투자증권’으로 잠정 정해진 분위기입니다.
업계에선 혼선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적법한 권한을 가지고 우리금융그룹의 계열 증권사 이름으로 ‘우리투자증권’을 쓰겠다는 걸 막을 근거도 딱히 없습니다.
재미난 것은 우리투자증권(가칭)의 새로운 둥지가 될 곳이 미래에셋증권 여의도사옥(구 대우증권 사옥)입니다.
미래에셋그룹은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한 이후 사옥으로 지금의 을지로(수하동) 센터원 건물을 본사로 사용하고 있고. 대우증권이 쓰던 사옥은 관계사인 미래에셋생명이 써왔습니다.
다만 이 건물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우선협상자로 ‘우리자산운용’이 선정되고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된 이 자산은 출범하게 될 우리투자증권(가칭)이 사용하게 될 예정입니다.
재미난 것은 포스증권과 우리종금 만으로 부족한 인력 공백을 위해 미래에셋증권, 정확히는 합병됐던 대우증권 출신 인력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대우증권 사옥에 대우증권 인재들을 불러모아 NH투자증권의 전신이던 ‘우리투자증권’ 이름을 가져와 다시 10년 만에 증권업을 시작하는 셈입니다.
한 증권사 대표는 “대우증권은 메이저리그로 치면 뉴욕양키즈 같은 회사이고, 한국 증권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회사인 만큼 그 인력들을 수혈해 그 땅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운명의 장난 치고는 꽤 곱씹을 만한 부분이 있다”면서, “증권업은 은행업에 비해 부침이 크고 그 변동성의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은 명멸이 있었던 만큼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하는 언더독들의 부상이 기존 질서에 어떤 자극을 줄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그룹에 있던 우리투자증권을 NH금융지주에 넘길 당시 NH금융지주 회장을 했던 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을 거쳐 다시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되어 그 이름을 다시 가져온다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아, 솔직히 쓰는 저도 헷갈립니다.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냐 안깐 콩깍지냐…”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