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효율적 에너지 운용 등 관심 늘어날 것
로베코자산운용은 “매그니피센트7(M7)에 대한 투자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며 ESG 분야와 신흥국 섹터에 대한 투자 매력을 강조했다.
19일 로베코자산운용은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로베코자산운용은 1995년부터 지속가능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2010년부터 모든 투자 프로세스에 ESG 요소를 통합했다. 총 운용자산은 2100억 달러 규모이다.
이날 조슈아 크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M7에 대한 투자 집중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투자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7이란 애플·엔비디아·알파벳·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그룹을 일컫는 말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M7과 그 외 S&P500 종목의 실적 성장률 격차는 축소되고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4일 “두 집단의 성장률 격차는 올해 2분기부터 축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반기부터 데이터센터 건설, 전력인프라, 에너지 등 수혜 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빅테크 외 종목에서 상승 추세가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M7의 실적 성장률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나머지보다 실적 성장률이 계속 높다"며 "빅테크가 많이 올랐지만, 밸류에이션이 아닌 펀더멘털 중심의 상승이다. 많이 올랐다고 차익실현 타이밍을 섣불리 잡거나 섹터 로테이션을 하는 전략보다는 빅테크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계속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로베코자산운용은 에너지와 기후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공정전환(Just Transition) 등의 주제가 큰 화두가 될 것이란 입장이다.
크랩 대표는 “현재 시장에서 인공지능(AI)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고 ESG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기업이 AI 기술을 구동하기 위해 많은 전력 소모가 필요하고 앞으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전환 투자 규모는 17% 증가했다. 이 밖에 4월 말 기준 유로화 그린본드의 스프레드가 소폭 상승하는 등 ESG 채권 발행액 역시 증가 추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2.6%로 0.2%p(포인트) 상향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2.5%에서 2.4%로 다소 하향했다.
로베코자산운용은 높아진 인플레이션 환경과 전체 자산 가격의 상승 리스크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크랩 대표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미국 외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투자 할 만한 매력이 있다”며 “올해 들어선 시장의 상승 종목 수가 조금씩 확대되면서 액티브 운용의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크랩 대표는 “올해 신흥국 시장의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공급망 다각화, 에너지 전환, 지정학적 긴장감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크랩 대표는 “고강도 통화정책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는 장기 긴중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이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MMF 자금이 아직 주식과 채권으로 재분배되고 있지 않고 있다”며 “회사채 스프레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로베코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로베코의 경우 현금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며 “아세안 신흥국과 유럽도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로베코자산운용은 아시안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도 강조했다. 크랩 대표는 “유망 가치주의 견실한 재무상태가 시장에 더 잘 알려진다면 선진국 주식과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축소될 것”이라며 “지난해 아시아 시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유럽의 크레디트스위스, 리라 사태 등 주요 사건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크랩 대표는 “아시아 시장은 미국과 비교해 사상 최저치에 근접했다”며 “일본에서 시작된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자사주를 50억 달러 수준으로 매입했지만 지난해 80억 달러를 넘겼다”며 “주주친화정책은 밸류에이션 할인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평가된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적절한 주주환원을 할 경우 그 종목이 더 빛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역시 앞으로 해결될 문제라는 입장이다. 크랩 대표는 “일본과 호주 등 다른 나라들도 디스카운트를 겪었다”며 “국가 자체의 문제라기 보단 시장에 대한 법과 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령 주주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기업이 운영될 때 투자자 입장에선 불만이 생긴다”며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투명한 공시 제도를 마련하고 투자자와 기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