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RP 시장 안정성 향상 필요
신용위험 포함 CD금리 사용...글로벌 추세와 상이
경제학계에서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도입 활성화를 위해선 시장 안정성이 우선”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28일 한국은행은 ‘KOFR 활성화를 위한 주요과제 및 향후 추진방향’ 정책 컨퍼런스를 열었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KOFR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간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KOFR의 기초시장인 환매조건부채권(RP)시장 안정성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P란 금융기관이 단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방법 중 하나다. 특히 중앙은행이 은행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회수하는 수단으로 자주 사용된다. 국고채 처럼 신용도가 높은 자산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출 수단으로 여겨진다.
KOFR는 주어진 기간 동안 투자자가 신용리스크 없이 얻을 수 있는 이론상의 최소수익률이다. 2012년 영국 리보(LIBOR) 금리 조작 사건 등 기존 금융거래지표의 신뢰도 하락을 계기로 개발됐다.
리보는 미국, 유럽연합, 영국, 일본, 스위스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다른 은행에게 단기 대출을 제공할 때 적용되는 금리를 의미한다. 대출 금리, 파생상품, 모기지 등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지표로, 전 세계 금융 계약에서 약 350조 달러 이상의 거래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10년간 추진된 지표금리 개혁으로 글로벌 지표체제가 신규지표인 무위험지표금리(RFR) 중심으로 전환됐다. 미국과 영국, 유로지역, 일본, 스위스는 지표 개혁을 완료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남미, 기타 유럽국가 등에서도 지표 개혁이 마무리됐거나 상당 폭 진척됐다.
RFR은 대출이나 채권 발행 등 금융 거래에서 리스크가 없는 투자에 대해 지급되는 수익률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RFR로 KOFR를 산출하는 제도를 추진했다. 2020년 지표관리법 제정을 거쳐 2021년 2월 RPR로 RP거래금리를 최종 선정했다. 2023년 ‘지표금리 및 단기금융시장 협의회’를 출범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중요지표 산출기관으로 최종 선정되어 KOFR의 산출·공시 업무를 수행 중이다.
이미 스위스, 영국, 미국 등에선 RFR을 대출에 적용한 바 있다.
황영웅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자금시장팀장은 “KOFR을 기반한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주요국 대출금리 산정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거래법 상 담합 행위 저촉 가능성 등 리스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이 밖에 기간물 대출금리 구건고안을 마련하고 양도성예금증서(CD)를 연동해 기업대출 규모가 큰 은행 중심으로 대출상품을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CD 금리가 실거래 부진으로 인해 지표금리로서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파생상품 거래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온 CD 금리 사용에서 자발적으로 탈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국 금융회사들도 이러한 국내 관행을 불가피하게 수용하고 있지만, 신용위험이 포함된 CD 금리가 국제적 추세와 달리 계속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의 CD 금리는 전 세계적으로 개혁의 대상이 되었던 일본 금리와 유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오래전부터 CD 금리의 문제점을 인식해왔으나, 시장의 반응을 조정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며, "금리 조작 사건 이후, 공정한 금리 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향후 무위험 지표 금리가 파생상품 거래를 시작으로 다양한 금융 거래의 기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장 참가자와 금융 당국의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내 금융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리보 사태는 일부 은행이 이익을 위해 리보금리를 조작한 사건이다. 은행들이 더 낮거나 더 높은 금리를 보고하여 자신의 재정 상태를 더 유리하게 보이게 하거나, 파생상품 거래에서 이익을 얻으려 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고, 여러 금융기관이 조사를 받게 됐다.
조사 결과, 바클레이즈 은행이 리보 조작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며 약 4억5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후 도이체방크 등이 이와 유사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여러 은행들이 벌금과 제재를 받았다.
리보 사태는 금융기관이 단순히 이익 추구에만 몰두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 리보 사태 이후 금융 규제 당국은 금리 산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촉구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