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 외국계 ‘반도체주 목표가 하향’ 여파
최 부총리, “변동성 확대시 시장안정조치 신속 시행”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하드웨어 & 엣지 AI 서밋 2024'에서 선보인 SK하이닉스의 AiM 칩과 AiMX 카드. SK하이닉스 제공.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하드웨어 & 엣지 AI 서밋 2024'에서 선보인 SK하이닉스의 AiM 칩과 AiMX 카드. SK하이닉스 제공.

현지시간 18일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이 정례회의 후 연방기금금리를 종전 대비 50bp 내린 금리(FFR) 목표를 제시하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고용 지표 등에 대한 우려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대두되자 코스피가 널을 뛰었다. 특히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목표가 대폭 하향 여파로 해당 종목이 출렁인 여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5% 오른 2594.67로 시작, 2598.68까지 오르다 2550.09까지 밀리더니 종가 2580.80(+0.21%)으로 마감하는 전형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밤 사이 미 연준의 ‘빅컷’(금리 50bp 인하) 소식에 코스피는 기세 좋게 상승 출발했으나 시총 1,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급락에 금리하락의 호재가 묻힌 결과다.

그동안 미 연준은 코로나19 발발 초기인 2020년 3월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급속히 내린 이후 지난 해 7월 상단기준 5.5%까지 금리를 인상했다. 그 뒤 1년 이상 동결해 금리 인하는 약 4년 반 만이다.

다만 통상 기준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과는 달리 19일 코스피는 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이날 신저가를 기록하며 6만2200원(-3.42%)까지 밀리다 낙폭을 줄이며 6만3100원(-2.02%)에 장을 마쳤고, SK하이닉스는 장중 14만4700원(-11.12%)까지 밀리다 15만2800원(-6.14%)에 마감했다.

추석 연휴기간인 현지시각 15일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오고있다’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종전 26만원에서 갑자기 12만원으로 하향하고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비중 축소’(underweight)’로 바꿨다. 반도체 업황이 바뀌었다는 게 전망 변경의 주 요인이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는 각 하우스의 견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반도체 업계의 시각과 괴리가 큰 급작스런 주가 조정은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고 단지 외국계 유명 IB라는 이유 만으로 무조건 추종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 언론사에서 동 보고서 발간 직전인 지난 13일 모건스탠리 창구를 통해 대량의 SK하이닉스 매도가 출회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보고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낮춰 잡기도 했다.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이른바 ‘F4회의’로 불리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 금리인하 결정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8월 초 미국발 글로벌 증시 급락에서 보듯,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24시간 합동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고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들이 신속 시행되도록 대응체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미 연준의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본격적인 금리인하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교보증권 백윤민 연구원은 “연준이 50bp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유는 과거 인플레이션에 대응에서 보여준 정책 실기(behind the curve)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연내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25bp씩 2회 인하해 연방기금 목표금리가 4.25%~4.50%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번 빅 컷과 현재의 고용 수준을 유지하려는 연준의 의지를 감안할 때 남은 2차례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기태의 연구원도 연내 50bp 추가 인하 및 내년 분기 1회로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을 예상하며, “파월 의장은 경기 및 고용이 견조하고 인플레이션은 내려오고 있는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50bp 인하 배경으로 충분하지는 않은 모습”이라며, “이례적으로 연준 이사의 반대표가 있었을 정도로 실제 의견은 아슬아슬했으나 파월의 설득으로 50bp 인하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선을 그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의도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올해 남은 회의에서는 25bp씩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2026년 중립금리 수준(3%)까지 회귀하는 것을 중기적인 목표로 내년부터는 분기 1회 수준의 금리 인하 속도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