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중심 성장 모델 한계...서비스 성장 새 트랜드"
디지털 기술 발전, 신흥시장 서비스 노동자에게 큰 기회
리차드 볼드윈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서비스 수출 기반을 구축해야한다”고 제언했다.
27일 한국은행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시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볼드윈 교수는 “한국이 서비스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도입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기술은 서비스 수출의 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AI 기술의 발전이 신흥시장의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드윈 교수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 성장 모델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고, 서비스 중심의 경제 성장이 새로운 추세”라며 “한국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서비스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서비스 수출이 앞으로 세계 무역을 주도할 것”이라며 “이는 신흥 경제국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볼드윈 교수는 한국의 서비스 수출이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부가가치와 수출에서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하지만, 한국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한국이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볼드윈 교수는 “한국의 서비스 부문은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그 비율은 여전히 낮다”며 “한국은 제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서비스 부문이 이를 따라잡는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출 관련 일자리 중 34%가 서비스 부문에서 창출되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보다 서비스 부문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볼드윈 교수는 “과거 서비스 수출이 부유한 국가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신흥 경제국들도 서비스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인도의 서비스 수출 성장률이 놀라운 수준”이라며 “신흥시장들은 고학력,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수출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드윈 교수는 “중간재 서비스(B2B) 수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 부문에서 신흥 경제국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가 단순 소비자 대상이 아닌, 다른 기업의 가치 사슬에 포함되는 중간재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B2C 서비스는 규제가 심하지만, B2B 서비스는 거의 규제가 없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창용 총재는 볼드윈 교수와의 좌담회에서 국내 서비스 산업의 글로벌 무역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을 밝혔다.
이 총재는 “기술 변화와 정치적 긴장 속에서 서비스 산업이 글로벌 무역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역시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더 많은 서비스를 도입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 수출의 대부분이 제조업의 서비스화로 인한 것”이라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고부가 가치의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총재는 “회계나 법률 서비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는 서구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는데, 우리가 기술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가 단순히 콜센터와 같은 낮은 수준의 서비스가 아니라, 고급 인력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제조업 없이도 이러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볼드윈 교수는 “한국과 G7 국가 간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며, 이는 잠재적으로 차익거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며 “이러한 가격 차이가 기업들이 저렴한 곳에서 생산하고 비싼 곳에서 판매하는 글로벌화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볼드윈 교수는 “서비스는 노동 기반 산업이며, 교육받은 인력의 임금이 낮은 신흥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차익거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우수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서구 기업과 협력하거나, 서구로 직접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임금 격차가 충분히 큰 만큼 한국이 이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볼드윈 교수는 “고급 인력을 수출하는 것에 대한 논의에서도 한국은 단순히 콜센터 수준의 서비스가 아닌, 고부가가치 인력을 수출하는 방식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맥킨지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당장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중소기업들이 백오피스 작업을 수행하거나 글로벌 서비스 센터를 설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드윈 교수는 특히 기술 발전으로 한국 젊은 인재들이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많은 근로자들이 외국 기업에서 고용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언어 장벽이지만, AI 등 디지털 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볼드윈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부터 중동 리스크, 중국과 대만의 긴장감 고조까지, 지정학적 긴장은 생산지를 약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소비를 크게 억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무역 정책 변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볼드윈 교수는 “만약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이긴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통해 “AI는 투자에 대한 리턴을 확실히 줄 만큼 안정성을 갖고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다”라며 “시장에서의 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상당한 숙제”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