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마이데이터 꼴 날 것” 입 모아
"R&D 예산 깎던 정부 AI 총력전 모순"
최근 윤석열 정부가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를 출범하며, 인공지능(AI) 국가 총력전’을 선포했다.
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풀며 산업군 전반의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다수의 금융권에선 “인프라 투자 대비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BM)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27일 대한민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 대전환,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 및 제1차 회의’를 주재하며 ‘AI 국가 총력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AI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문명사적 대전환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를 앞에서 선도하느냐 뒤에서 따라가느냐에 따라서 나라의 미래와 운명이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금융권에선 실무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먼저 은행권 사례를 보면, 신한은행은 업무비서 플랫폼 'AI 원(ONE)'을 구축했다. 신한은행 직원들은 AI 원을 활용해 업무지식 검색, 주요 시장지표 확인, 마케팅 타겟리스트 작성을 할 수 있다. 또한 신한은행은 7월 초 AI를 활용한 ‘이상징후 탐지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KB금융은 지난달 KB국민은행과 KB손해보험 등 9개 금융계열사 직원 150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워크숍(스킬 트레이닝 에센셜즈 2024)을 개최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AI 운용사 콴텍과 함께 고객에게 퇴직연금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NH농협은행 역시 AI 기술을 활용한 ‘WM 시스템 차세대 프로젝트’를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AI 기반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 ‘아이웰스’를 프라이빗뱅킹(PB) 수준의 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로 고도화하고 있다. 리테일 영역에선 AI를 활용해 태국어, 말레이어 등 38개 언어에 대한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외국인 고객들이 자국의 금융기관을 방문한 것처럼 편리한 은행 업무가 가능하도록 구축했다.
보험산업의 경우 AI를 당장 실무에 적용하기보단,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 사례를 보면, 삼성화재는 AI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보험 가입자의 고지 내용, 보험금 청구 이력을 살펴보고 인수 가능한 최적의 담보를 알아서 결정하는 장기보험 상병 심사 시스템 ‘장기U’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앞선 2월 DB손해보험도 장기보험 설계 및 인수심사 업무와 관련해 빅데이터 기반의 고객 맞춤형 설계와 사전 인수심사를 한 번에 제공하는 ‘AI비서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생명보험업계에선 한화생명이 ▲보험금 AI 자동심사 시스템(2020년) ▲업무 자동화 디지털 지수 산출 방식(2021년) 특허 ▲청약자동화솔루션(2022년) 등 다수의 특허를 등록하는 등 AI 관련 연구개발(R&D)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보험소비자에게 보다 쉽게 금융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협회 홈페이지에 AI 활용 ‘금융용어 보기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용카드업계 1등 신한카드는 사업 영역에서의 AI 대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AI 5025’를 추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AI 5025의 일환으로 모바일 결제 앱 ‘신한 쏠페이’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했다. KB국민카드는 AI 플랫폼 ‘AIRe’에서 100여 개 카드 상품별 혜택을 비교한 후, 고객 소비성향을 바탕으로 최대 혜택이 가능한 카드 상품을 추천한다.
BC카드는 모기업인 KT와 함께 ‘K-금융 특화 AI’를 개발했다. 해당 언어 모델은 메타의 거대 언어모델(LLama 3)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K-금융 특화 AI’의 파라미터는 약 200억개로 한국어 학습 능력은 물론 다양한 금융 지식 정보까지 탑재하고 있다. 이는 8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타 LLM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BC카드는 AI 모델 허브 플랫폼 ‘허깅 페이스(Hugging Face)’에 ‘K-금융 특화 AI’ 학습 데이터를 무상으로 공개했다.
증권업계에선 미래에셋증권이 AI를 활용한 전사적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기 위해 ‘AI 어시스턴트’ 플랫폼을 도입했다. 해당 플랫폼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개별 부서가 직접 업무 매뉴얼이나 노하우가 담긴 문서들을 업로드해 학습시킨 후 전용 챗봇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NH투자증권은 생성형 AI 이미지 인식기능을 활용해 차트를 분석하고 설명해주는 차트분석 AI(차분이)를 내놓았다. KB증권은 지난 3월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연어 기반 주식시장 실시간 투자정보 서비스인 ‘스톡 AI’를 출시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인수한 스톡스팟에 AI 기반 서비스를 접목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자본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키움자산운용은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키움디딤더높이EMP펀드’를 운용 중이다.
코스콤은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개발한 퇴직연금 AI 알고리즘의 검증 심사(테스트베드 심사)와 시스템 심사를 진행했다. 코스콤 은 로보어드바이저 회사 파운트 등 자체 심사를 통과한 AI 알고리즘 162개를 선정했다. 이달 말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업자 지정 신청 후 승인이 나면 빠르면 12월부터 RA가 관리하는 퇴직연금 상품을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다.
언뜻보면 각 금융권이 AI 관련 저변을 확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례들에선 금융사의 AI 인프라 구축을 통한 직접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핀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들이 AI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건 공감하고 있지만, 금융권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할 수 없고 각종 규제 이슈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BM(비즈니스 모델)으로 연결시켜야 수익을 낼지에 대해선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빅데이터가 금융사들을 살리는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회사들이 힘들게 마이데이터 라이센스도 땄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여전히 뾰족한 BM이 없는 상황에서 인프라 유지비용만 지출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AI의 경우, 빅데이터보다 훨씬 복잡하고 인프라 비용도 많이 필요한데 수익창출력은 꽝인게 뻔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망분리 등 각종 이슈들까지 겹쳤기 때문에 회사들이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각 금융사의 AI 담당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어떠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면, 답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며 “명확한 BM이 없는 상황에서 ‘포지티브 규제 탓에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서로가 눈치만 보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모순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술관련 학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학계의 혁신성 연구가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건 상식”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연구계 R&D 예산을 깎으면서도 범국가 차원에서 AI 총력전을 선포한 건 매우 우스꽝스럽고 모순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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